밤이 깊어질수록 더 또렷해지는 '삐-' 소리. 주변이 조용해질수록 귀 안에서만 울리는 그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친 적이 있으신가요? 병원 검사를 받았는데 ‘원인 불명’이라는 답변만 받으셨나요? 어쩌면 그 답답함과 막막함이 이명 소리보다 더 고통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명을 흔히 '귀의 문제'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22년간 기능의학 임상을 해온 저에게 이명 환자를 진료할 때 보이는 것은 귀만이 아닙니다. 환자분의 혈압, 수면 패턴, 스트레스 정도, 식습관, 심지어 복용 중인 약까지 모든 것이 이명의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이명은 단순히 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 전체가 보내는 '경고등'이기 때문입니다.
이명이란 무엇인가? 귀가 아닌 뇌의 문제
이명은 외부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데도 귀 안에서 소리를 느끼는 현상입니다. '삐-' 하는 고음부터 '윙-' 하는 윙윙거림, 심장 박동처럼 '쿵쿵' 뛰는 소리까지 그 양상은 매우 다양하죠. 때로는 한쪽 귀에서만, 때로는 양쪽에서, 또 어떤 때는 머리 전체에서 울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이명은 귀 자체의 구조적 손상보다는, 뇌가 소리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생기는 중추신경계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마치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리지 않는데도 울린다고 착각하는 '팬텀 바이브레이션' 현상과 비슷합니다. 실제로는 소리가 없는데, 뇌가 그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왜 뇌가 이런 오작동을 일으키는 걸까요? 여기서 기능의학적 관점이 필요합니다.

이명 원인 = ‘귀 밖에’ 있다.
우리 귀, 특히 소리를 감지하는 내이(달팽이관)는 신체 기관 중에서 가장 민감하고 예민한 구조 중 하나입니다. 혈액 공급이 매우 풍부하고, 대사 활동도 활발하죠. 이 말은 곧, 혈액순환에 작은 문제가 생기거나, 신경계에 미세한 변화가 생기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몸의 균형이 깨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이 바로 귀라는 뜻입니다.
하이맵의원에서 70,000건 이상의 기능의학 검진과 60,000건 이상의 정량뇌파 검사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발견한 중요한 패턴이 있습니다. 이명으로 내원하는 환자 대부분이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연일까요?
아닙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서로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한 증상들입니다. 바로 '장-뇌-호르몬 축'의 불균형입니다. 장 건강이 무너지면 염증 물질이 뇌에 영향을 주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자율신경계가 교란되며, 이 모든 것이 결국 이명으로 발현되는 거죠.
아래 그 원인들을 자세히 6가지로 나누어 설명드립니다.
이명의 6가지 근원
원인 1. 스트레스와 피로, 불면의 악순환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육체적 과로는 우리 몸의 경계 태세를 높입니다. 마치 24시간 비상벨이 울리는 것처럼 뇌가 모든 감각에 예민해지는 거죠. 이렇게 되면 우리 뇌는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아주 작은 내부 소리를 '중요한 위협 신호'로 잘못 인식하고 훨씬 더 크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 관계가 양방향으로 작용하며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주변이 조용해지면서 이명 소리는 더 선명하게 들립니다. 그러면 '아, 오늘 밤도 잠 못 자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생기고, 그 불안감 때문에 정말로 잠을 설치게 되죠. 결국 다음 날 피곤한 상태로 깨어나고, 피로는 다시 스트레스와 이명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 소리를 더 크고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원인 2. 혈관 건강과 박동성 이명
혹시 이명이 '삐-' 소리가 아니라 심장이 뛰는 것처럼 '두근두근' 또는 '쉭쉭' 하고 규칙적으로 들리시나요? 그렇다면 '박동성 이명'을 의심해봐야 하고, 그 원인은 혈관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로 귀 주변 혈관이 좁아지거나 딱딱해지면 어떻게 될까요? 마치 넓고 잔잔하게 흐르던 강물이 갑자기 좁은 협곡을 만나 거칠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혈액도 마찬가지입니다. 좁은 길을 억지로 지나가려는 혈액이 소용돌이, 즉 와류를 일으키면서 '쉭, 쉭'하는 마찰음을 만들어냅니다. 이 소리가 고스란히 내 귀에, 내 맥박과 똑같은 박자로 들리는 거죠.
박동성 이명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내 심혈관 시스템이 보내는 아주 중요한 SOS 신호일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런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는 이명은 다른 이명과 달리 명확한 원인 규명과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좀 시끄럽네' 하고 넘기지 마시고, 내 몸이 보내는 경고를 절대 방치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원인 3. 대사성 질환 (당뇨병, 갑상선 질환)
당뇨병의 경우, 높은 혈당이 전신의 미세 혈관과 신경을 손상시킨다는 건 많이들 아실 겁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소리를 듣는 내이의 혈관과 청신경도 포함됩니다.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신경이 손상되면, 청력 저하와 함께 이명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는 거죠.
갑상선 질환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항진증 모두 이명 및 청력 문제와 연관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원인 불명의 이명 환자에게 갑상선 기능 검사를 시행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원인 4. 중금속 축적
대표적으로 이명에 영향을 주는 중금속은 납, 수은, 카드뮴입니다.
납은 뼈와 신경조직에 쌓여서 청각 신경을 손상시킵니다. 집중력 저하, 기억력 장애, 이명 같은 신경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죠. 수은, 특히 메틸수은은 뇌와 내이에 치명적입니다. 미토콘드리아를 망가뜨려 귀울림과 어지럼증을 심하게 만듭니다. 카드뮴은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물질로, 내이의 미세혈관을 손상시켜 청력 저하와 이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런 중금속들에 노출되면 아연의 흡수가 방해받는다는 것입니다. 아연은 청신경과 내이 세포 회복에 꼭 필요한데, 아연이 부족하면 이명이 더 악화됩니다.
원인 5. 턱관절 장애 (TMJ)
턱관절은 해부학적으로 귀와 정말 가깝게, 거의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한 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둘 사이에는 아주 얇은 뼈만 있을 뿐이죠.

턱관절이 안 좋을 때 이명이 생기는 이유는 귀와 턱관절이 해부학적으로 붙어 있고, 턱을 움직이는 신경(삼차신경)이 귀 신경(청신경)과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턱관절이 틀어지거나 근육이 긴장하면, 귀 주위 혈류가 막히고 신경이 과민해져서 실제로는 소리가 없는데 뇌가 소리를 만들어내는 거죠.
턱관절 장애가 있는 환자분들은 이명뿐만 아니라 아주 특징적인 다른 동반 증상을 호소합니다. 음식을 씹을 때 느껴지는 턱의 뻐근한 통증, 하품하거나 입을 크게 벌릴 때 나는 '딱' 또는 '서걱'하는 소리,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편두통이나 뒷목, 어깨의 뻣뻣한 결림 같은 것들입니다.
만약 이런 신호들이 여러분의 이명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면, 귀만 볼 것이 아니라 턱관절의 건강 상태를 반드시 함께 점검해보셔야 합니다.
원인 6. 약물 부작용 (이독성)
특정 약물들은 내이의 섬세한 세포에 영향을 주어 '이독성(ototoxic)'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 장기간 복용하는 고용량의 아스피린, 일부 강력한 이뇨제, 특정 항암제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물론 이 약들은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임의로 피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혹시 새로운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시점과 이명이 나타난 시점이 비슷하다면, 한번쯤 그 연관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혹시 이 약 때문인가?' 하는 생각에 절대로 자의적으로 약 복용을 중단하시면 안 된다는 겁니다. 혈압약이나 항생제처럼 꼭 필요한 약을 갑자기 끊으면 이명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약을 처방한 주치의와 상의하여, 이명 증상에 대해 알리고, 약을 다른 종류로 바꾸거나 용량을 조절하는 등 안전한 대안을 함께 찾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ft. 통합적 접근)
하이맵의원이 다른 곳과 다른 점은 바로 '정밀 진단'에서 시작합니다.

정량뇌파검사(qEEG)는 뇌의 전기적 활동을 수치화하여 과각성 패턴을 분석합니다. 이명 환자의 뇌에서는 특정 부위의 고베타파가 과도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율신경검사(HRV)로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평가합니다. 환자 고유의 이명 주파수와 크기를 객관적으로 측정하죠. 막연한 호소가 아닌 구체적 수치 기반 이명 치료 계획 수립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소변유기산검사, 타액호르몬검사, 모발미네랄검사, 푸드알러지검사 등의 기능의학 검사가 더해져 전신의 기능 상태를 파악합니다.
치료에서는 50,000건 이상의 시술 경험, 데이터를 보유한 rTMS 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량뇌파 분석을 통해 과각성된 뇌 부위에 정확한 자극을 가해 뇌의 과민 반응을 조절합니다. 여기에 SoriCLEAR 프로그램을 통한 이명재훈련치료(TRT)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여 이명의 강도와 불편도를 실질적으로 낮춥니다.
실제로 20년 이상된 이명 환자들도 이명의 정도가 70% 이상 호전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물론 개개인마다 증상의 진행 정도, 원인 등이 모두 다르기에 치료 기간과 결과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명 개선의 시작은,
이명은 더 이상 '그냥 참고 살아야 하는 증상'이 아닙니다. 귀 밖에서 원인을 찾고, 몸 전체의 균형을 회복하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당장 증상을 겪고 있다면 아래 4단계를 기억하고 실천으로 옮기세요.
- 증상을 기록한다.
-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는다.
- 관리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
우선 해야 할 일은 내 이명의 패턴을 기록하는 겁니다. 이명이 심해지는 시간대와 상황을 파악하고, 동반 증상(불면, 스트레스, 턱 통증 등)을 확인하세요. 이어서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으세요. 귀 검사와 함께 전신 건강 평가가 필요합니다. 기능의학 검사를 통해 근본 원인을 추적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생활 속 관리도 빼놓을 수 없겠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깊은 호흡과 명상, 규칙적인 수면 시간과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 조성, 혈압 관리와 금연, 규칙적 운동으로 혈관 건강을 지키세요. 아연, 마그네슘, 비타민 B군 등 영양 균형도 중요합니다. 회복은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증상 완화가 아닌 근본 원인 해결에 집중하고, 정기적 재검사를 통해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이명, 치료 가능한 문제입니다.
22년간의 기능의학 임상 경험과 70,000건의 검진 데이터가 보여주는 진실이 있습니다. 이명의 진짜 원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동시에 해결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귀에서 들리는 그 소리는, 어쩌면 '지금 나를 돌봐야 할 때'라는 몸의 간절한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제 '원인 불명'이라는 막막함에서 벗어나, '해결 가능한 문제'로 나아갈 첫걸음을 떼셨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아주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아니라,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셨을테니까요.
본 내용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명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하이맵의원은 기능의학 기반 통합 진료를 통해 이명의 근본 원인을 찾고 치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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