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가 습관? 일반인들이 모르는 설사의 비밀

만성 설사는 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몸의 장-뇌-호르몬 축이라는 복잡한 시스템의 불균형이 만들어낸 신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설사라는 증상은 마치 자동차의 경고등처럼, 우리 몸 어딘가에서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메시지입니다.
하이맵의원's avatar
Nov 24, 2025
설사가 습관? 일반인들이 모르는 설사의 비밀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데이트 약속 시간이 다가오고, 가족 여행을 떠나는 날.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찾게 되는 날들이 반복됩니다. 언제 어디서든 배가 아플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일상을 조금씩 잠식해갑니다.
병원을 찾아 내시경도 해보고, 혈액검사도 받아봤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늘 ‘정상’ 소견 뿐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지사제도 먹어보지만, 잠깐의 안정 후 다시 같은 증상이 반복됩니다.
혹시 여러분도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사를 "일시적으로 잘못 먹어서 생기는 증상"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3~4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설사는 우리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오늘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설사의 진짜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notion image
 

설사, 제대로 이해하고 계신가요?

 
설사는 기간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2주 이내에 끝나는 급성 설사대부분 감염성으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됩니다. 2주에서 4주 사이 지속되는 것을 지속성 설사라 하며, 감염 후에도 증상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4주 이상 계속되는 만성 설사, 이것이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상태입니다.
 
많은 분들이 설사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설사는 장의 문제일 뿐이라거나, 지사제만 먹으면 해결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낫는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실은 다릅니다.
 
만성 설사는 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몸의 장-뇌-호르몬 축이라는 복잡한 시스템의 불균형이 만들어낸 신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설사라는 증상은 마치 자동차의 경고등처럼, 우리 몸 어딘가에서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메시지입니다.
 
notion image
 

장과 뇌가 나누는 대화

“제2의 뇌”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우리 장 속에는 약 1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존재합니다. 이를 장신경계(ENS)라고 부르는데, 이 신경세포들은 뇌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눕니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배가 아팠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이것이 바로 뇌와 장이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신호가 내려가 장운동을 자극하고, 이것이 설사로 이어집니다. 문제는 이런 반응이 반복되면 악순환이 시작되죠.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대화가 양방향이라는 점입니다. 장에 염증이 생기면 그 신호가 뇌로 올라가 기분을 변화시킵니다. 실제로 만성 설사를 겪는 환자의 30~40%가 불안이나 우울 증상을 함께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단순히 “설사 때문에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라, 장의 문제가 실제로 뇌의 감정 중추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원인 5가지

그렇다면 만성 설사를 일으키는 구체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여기서부터는 일반적인 검사로는 잘 발견되지 않는, 숨겨진 원인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SIBO, 소장에 찾아온 불청객

 
소장세균과잉증식, 영어로는 SIBO(Small Intestinal Bacterial Overgrowth)라고 합니다. 이름이 다소 어렵지만 개념은 간단합니다. 원래 대장에 살아야 할 세균들이 소장으로 올라와 과도하게 증식한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 소장은 영양소를 흡수하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이곳에는 원래 세균이 많지 않아야 정상인데요. 그런데 장운동이 느려지거나, 위산 분비가 줄어들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대장 세균들이 소장으로 역류하게 됩니다.
 
이 세균들은 우리가 먹은 음식을 먼저 분해하면서 과도한 가스를 만들어냅니다. 그 결과 복부팽만, 가스, 그리고 설사가 나타나죠.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약 28~36%에서 SIBO가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호기가스 검사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내시경이나 혈액검사로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2. 나를 아프게 하는 음식

 
매일 먹는 음식이 설사의 원인일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지연성 음식 알러지는 즉각적인 반응이 아니기 때문에 원인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아침에 먹은 빵이 문제라면 보통 몇 시간에서 며칠 후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밀, 유제품, 달걀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들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서, 본인도 전혀 의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지연성 알러지는 장 점막을 조금씩 손상시킵니다. 장벽이 약해지면 음식물 입자나 독소가 혈관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를 ‘장누수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만성 설사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notion image
 

3. ‘담즙산’이 만드는 문제

 
담즙산 설사는 기능성 설사로 오인되는 경우의 약 32~36%를 차지합니다. 담즙산은 간에서 만들어져 지방 소화를 돕는 물질입니다. 정상적으로는 소장 끝부분에서 재흡수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담즙산이 대장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대장에 도달한 담즙산은 장 점막을 자극하고 수분 분비를 촉진시켜 설사를 일으킵니다. 일반적인 대장내시경이나 혈액검사로는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원인 불명의 설사”로 진단받고 오랜 시간 고생하게 됩니다.
 

4. 미콘드리아의 고장

 
피곤하면서 동시에 설사가 계속된다면, 미토콘드리아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 세포 하나하나에 있는 작은 발전소입니다. 이곳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데, 이 기능이 떨어지면 장세포도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합니다.
 
장세포는 끊임없이 재생되고, 영양소를 흡수하고, 장벽을 유지하는 일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되면 장운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장벽이 약해지면서 설사가 발생합니다.
 

5. 자율신경의 실수

 
자율신경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몸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입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균형을 이루며 심장 박동, 호흡, 그리고 장운동을 조절합니다.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교감신경이 지속적으로 항진됩니다. 이 상태가 장을 과도하게 자극하면서 설사가 발생합니다. 심박변이도(HRV) 검사로 자율신경의 균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데, 만성 설사 환자들에게서 자율신경 불균형이 자주 관찰되죠.
 

연결고리를 보는 눈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하나의 패턴이 보이실 겁니다. 설사는 단순히 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장-뇌-호르몬의 축, 염증, 해독, 면역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기능의학에서는 이런 연결고리를 찾는 데 집중합니다. 정량뇌파검사로 스트레스와 장의 연결을 확인하고, 자율신경검사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평가합니다. 소변유기산검사로는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장내 대사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장내미생물검사는 미생물 불균형과 SIBO를 확인하고, 음식 알러지검사로는 지연성 반응을 일으키는 식품을 찾아냅니다. 타액호르몬검사로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하루 리듬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밀한 검사들을 통해, "왜 설사가 계속되는지" 원인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임상 경험상 장기 설사 환자 대부분에서 장내미생물 불균형이 관찰되며, 설사와 불안·우울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특정한 뇌파 패턴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notion image
 

증상만 덮는 것의 한계

 
지사제를 먹으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같은 증상이 반복됩니다. 왜 그럴까요? 지사제는 장운동을 억제해서 증상을 막아주지만, 근본 원인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화재경보기 소리가 시끄럽다고 배터리를 빼는 것과 같습니다. 경보음은 멈추지만, 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습니다. 증상만 억제하는 동안, 원인은 계속 진행되고 거죠.
 
또 다른 문제는 분과별 진료의 한계입니다. 소화기내과에서는 장만 보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뇌만 보고, 내분비내과에서는 호르몬만 봅니다. 각자의 영역에서는 "이상 없음"이라는 결과가 나오지만, 환자는 여전히 고통받습니다.
 
이 지점이 바로 통합적 관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연결고리를 보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길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근본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먼저 장내미생물의 균형을 회복해야 합니다. SIBO가 있다면 항생제나 허브 치료로 과잉 증식된 세균을 조절하고,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로 유익균을 늘립니다. 장 점막이 손상된 경우에는 글루타민, 아연, 비타민 A, D 등으로 장벽을 재생시킵니다.
 
장-뇌 축의 정상화도 중요합니다. 뇌의 과각성 패턴을 조절하는 rTMS(경두개자기자극술) 같은 치료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뇌의 특정 영역을 자극해서 스트레스 반응 경로를 재조정하는 방법인데요. 자율신경 균형을 회복하는 것도 함께 진행됩니다.
 
음식 알러지가 발견되었다면, 해당 식품을 제거하고 장이 회복될 시간을 줍니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 식단을 설계하는데, 항염식이나 저FODMAP 식단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에는 장 회복에 필요한 영양소도 함께 보충하는 게 좋습니다.
 
생활습관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규칙적인 식사 시간,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기법이 모두 치료의 일부입니다. 이런 변화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notion image
 

회복의 여정 (사례)

 
진료실에서 만난 한 환자분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5년간 만성 설사로 고생하던 30대 직장인이었습니다. 중요한 회의만 있으면 배가 아파서 발표를 망치기 일쑤였고, 외출하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고 합니다.
 
검사 결과 SIBO와 부신피로, 그리고 지연성 음식 알러지가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밀과 유제품에 반응이 있었고,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 불균형도 심각했습니다.
 
치료는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SIBO 치료를 위한 항생제 요법, 알러지 식품 제거 식단, 장 점막 회복을 위한 영양 보충, 그리고 뇌 자극 치료와 스트레스 관리가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3개월 후, 배변 습관이 정상화되기 시작했고 불안감도 크게 줄었습니다. 그분은 "이제는 외출이 두렵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단순히 설사가 멈춘 것이 아니라,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진 것입니다.
 
물론 모든 환자가 같은 경과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차가 있고, 원인과 정도에 따라 치료 기간도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증상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접근이라는 점입니다.
 

우리의 몸이 보내는 메시지

 
만성 설사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닙니다. 당신의 몸이 지금, 무언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을 전하고 있는 것이죠.
 
3~4주 이상 설사가 계속된다면, 지사제에만 의존하지 마세요. 정밀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스트레스, 수면, 식습관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기능의학 전문의와 상담을 고려해보세요.
 
장-뇌-호르몬 축의 균형이 무너진 것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쌓인 불균형의 결과입니다. 그렇기에 회복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분명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당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보세요. 설사라는 증상 뒤에 숨어있는 진짜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 그것이 건강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
본 내용은 교육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증상과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과 기간은 다를 수 있으니, 만성 설사가 지속될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Share article

기능의학의 중심 '하이맵의원'에서 운영하는 기능의학 라이브러리 '하이브러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