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신 기능 회복을 위한 하루 루틴 by 김혜연

부신 기능 회복에 있어 가장 강력한 건 사실 약이 아니라 '루틴'입니다. 오늘 바로 그 루틴을 정리해 공유해 드릴게요.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동안 부신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저장, 정독, 실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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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5, 2025
부신 기능 회복을 위한 하루 루틴 by 김혜연
글 | 김혜연 (하이맵의원 대표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쓰레드에 부신 이야기를 올릴 때마다, 유튜브에서 만성피로를 다룰 때마다, 방송에서 부신과 코르티솔의 중요성을 언급할 때마다 돌아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원장님, 그래서 부신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거예요?"
부신 기능 회복에 있어 가장 강력한 건 사실 약이 아니라 '루틴'입니다. 오늘 바로 그 루틴을 정리해 공유해 드릴게요.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동안 부신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저장, 정독, 실천하세요.
 

우리 몸의 숨은 지휘자 = 부신

 
부신이라는 장기를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부신은 양쪽 신장 위에 올라앉아 있는 작은 삼각형 모양의 장기입니다. 크기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작은 장기가 하는 일은 결코 작지 않죠.
 
신장 위 삼각형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는 ‘부신’의 모습
신장 위 삼각형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는 ‘부신’의 모습
 
부신은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코르티솔은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호르몬의 역할은 훨씬 다양합니다. 아침에 우리를 깨우는 것도, 하루 동안 에너지를 유지하게 하는 것도,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것도 모두 코르티솔의 몫입니다. 부신은 말하자면 우리 몸의 '에너지 지휘자'인 셈.
 
문제는 현대인의 삶이 이 지휘자를 너무 혹사시킨다는 점입니다. 끊임없는 업무 스트레스, 불규칙한 수면, 과도한 카페인 섭취,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스마트폰 사용. 이 모든 것들이 부신에게는 '비상사태'로 인식됩니다. 부신은 계속해서 코르티솔을 분비하고, 결국 지쳐버립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만성피로 환자분들 중 상당수가 이런 '부신 피로' 상태에 있습니다. 타액 코르티솔 검사를 해보면 만성 저하 패턴이 확인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 건강검진에서는 이분들이 대부분 '정상'으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검사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몸은 분명히 힘들어합니다.
 
기능의학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합니다.
 
수치의 정상과 이상을 넘어, 몸이 실제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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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신의 대표적인 신호 3가지

 
부신 기능이 저하되면 몸은 여러 가지 신호를 보냅니다.
 
1.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침 무기력함'입니다. 눈을 뜨자마자 피곤한 느낌, 머리가 안 돌아가는 느낌.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개운하지 않은 느낌. 이런 증상들이 반복된다면 부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2. 오후 2시경 극심하게 쏟아지는 졸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것을 '점심을 많이 먹어서' 또는 '의지가 약해서'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오전 내내 과도하게 소모된 코르티솔이 오후에 급격히 떨어지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몸이 '셧다운'되는 것이지요.
 
3. 퇴근 후 집에 오면 오히려 더 지치는 경험도 부신 피로의 전형적인 신호입니다. 저녁 시간은 원래 부신이 회복을 시작해야 하는 '골든타임'입니다. 그런데 이미 방전된 부신은 회복할 여력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집에 와서도 축 처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증상들을 가지고 병원을 찾아다녀도 대개 "검사상 이상 없습니다"라는 말만 듣게 됩니다. 자주 접하는 사례이기에 그 답답함을 너무나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건 분명히 몸이 보내는 구조 요청이에요. 부신이 지쳐가고 있다는 신호죠.
 

부신 관리, 왜 '루틴'이 중요할까?

 
부신 회복에 있어 제가 루틴을 강조하는 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코르티솔은 하루 중 일정한 리듬을 따릅니다. 아침에 가장 높았다가 저녁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패턴입니다. 이걸 '코르티솔의 일주기 리듬'이라고 부르는데요. 건강한 부신은 이 리듬을 정확하게 유지합니다.
 
문제는 만성 스트레스가 이 리듬을 무너뜨린다는 점입니다. 아침에 올라야 할 코르티솔이 안 올라가고, 저녁에 내려야 할 코르티솔이 안 내려갑니다. 결과적으로 아침에는 일어나기 힘들고, 밤에는 잠이 안 오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거죠.
 
이 무너진 리듬을 회복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약물도 도움이 됩니다. 저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비타민B5, 비타민C, 마그네슘, 아답토젠 같은 영양 처방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것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약물이 아무리 좋아도, 생활 리듬 자체가 불규칙하면 부신은 회복되지 않습니다.
 
부신은 우리 몸에서 가장 '규칙성'을 좋아하는 장기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먹고, 같은 시간에 자는 것. 이 단순한 규칙성이 부신에게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루틴이 곧 치료인 이유입니다.
 

⛅️ 아침에는 ‘부신 깨우기’

 
아침은 부신이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하루 종일의 에너지 수준이 결정됩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다섯 가지 아침 루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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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루틴 1. 물 한 잔 마시지

 
일어나자마자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시세요. 밤새 우리 몸은 탈수 상태에 놓입니다. 이 탈수가 부신에게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입니다. 아침에 미지근한 물로 몸에 수분을 공급하면, 부신이 한결 편안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요즘 아침부터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카페인은 부신을 강제로 깨우는 '채찍'과 같습니다. 지쳐 있는, 회복이 덜 된 부신에게 채찍질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은 움직이겠지만, 결국 더 빨리 쓰러집니다. 결국, 물이 먼저입니다.
 

아침 루틴 2. 햇빛을 보세요

 
이어서 햇빛을 3분만 보세요. 코르티솔 리듬을 바로잡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아침 햇빛은 뇌에 "지금이 아침이다"라는 신호를 보내고, 이 신호가 부신의 코르티솔 분비를 자연스럽게 촉진합니다. 굳이 밖에 나갈 필요도 없습니다. 창가에서 커튼만 열어도 충분합니다.
 

아침 루틴 3. 식사는 단백질로

 
아침 식사는 단백질부터 드세요. 탄수화물을 먼저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 떨어지면서 코르티솔이 출렁이게 됩니다. 반면 단백질은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부신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계란, 두부, 요거트 중 아무거나 좋습니다. 한 가지만 먹어도 충분해요. 중요한 건 '단백질이 먼저'라는 순서입니다.
 

아침 루틴 4. 짠맛도 도움

 
아침 식사에 꼭 짠맛을 곁들이세요. 부신은 나트륨 조절에도 관여합니다. 부신 기능이 저하되면 몸에서 나트륨이 빠져나가기 쉽고, 이것이 또 다른 피로의 원인이 됩니다. 건강한 소금이 들어간 음식, 예를 들어 된장국이나 소금 간을 한 계란 같은 것이 도움됩니다.
 

아침 루틴 5. 여유로운 마음

 
아침에 마음을 급하게 쓰지 마세요. 부신이 가장 취약한 시간이 바로 아침입니다.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한 일을 처리하려 하면 부신에 과부하가 걸립니다. 정말 급한 일이 아니라면 9시 이후로 넘기세요. 아침의 여유가 하루의 에너지를 결정합니다.
 

☀️ 점심에는 ‘코르티솔 고갈 예방’

 
점심시간은 부신에게 있어 첫번째 고비가 찾아오는 타이밍입니다. 오전 내내 열심히 일한 코르티솔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시간이죠. 점심 식사 후 극심한 졸음이 쏟아지는 것은 바로 이 '코르티솔 고갈 타임'의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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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루틴 1. ‘채단탄’을 기억하세요

 
이 고비를 잘 넘기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식사 순서를 지키는 건데요. 채소를 먼저 드시고, 그다음 단백질, 마지막에 탄수화물을 드세요. 이 순서 하나만 지켜도 식후 혈당 상승이 완만해지고, 코르티솔의 출렁임이 줄어듭니다. 혈당 안정은 곧 부신 안정이니까요.
 

점심 루틴 2. 10분 산책

 
식후에는 꼭 10분 정도 걸으세요. 밥을 먹고 바로 앉아 있으면 오히려 코르티솔이 더 올라갑니다. 소화를 위해 몸이 또 한 번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10분만 걸어도 이 반응이 완화됩니다. 회사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 부신은 큰 휴식을 얻습니다.
 

점심 루틴 3. 커피 멀리하기

 
그리고 카페인도 절제하세요. 정 마시고 싶다면 오전에 한 잔 정도는 괜찮습니다. 점심 이후의 커피는 부신을 또 자극하는데요. 더 말짱해지고 싶은 마음에 마신 커피가 오히려 에너지 고갈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다시 말하지만, 오전에 커피 한 잔으로 충분합니다. 그 이후에는 물이나 허브티를 권합니다.
 

점심 루틴 4. 업무는 천천히

 
마지막으로 업무 속도도 조절하세요. 만약 졸리거나 컨디션이 떨어진다고 느껴진다면 이건 우리 의지의 문제가 아니랍니다. 부신이 살려달라고, 날 좀 봐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죠. 가능하다면 이 시간에는 창의적인 업무보다 단순한 업무를 배치하세요. 부신이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 저녁에는 ‘부신 회복 타임’

 
퇴근 후 집에 오면 더 지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저녁 시간은 원래 부신이 회복을 시작해야 하는 골든타임인데, 요즘 현대인들은 대부분 이 시간에 부신을 또, 더 많이 소모합니다. 남일같지 않다면 이제, 이렇게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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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루틴 1. 적당히 먹어요

 
저녁에는 배부르게 드시지 마세요. 저녁 폭식은 코르티솔을 폭등시킵니다. 하루 종일 지친 몸에 갑자기 많은 음식이 들어오면, 소화 시스템이 비상 가동되면서 부신도 덩달아 일해야 합니다. 부신 회복은 어떤 음식을 먹느냐보다 '얼마나' 먹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적당히, 가볍게 드세요.
 

저녁 루틴 2. 스트레칭은 필수

 
가벼운 스트레칭을 5분만 하세요. 거창한 운동도 필요없고요. 등, 어깨, 목만 풀어도 자율신경이 안정됩니다. 자율신경과 부신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자율신경이 편안해지면 부신의 부담도 훨씬 줄어듭니다.
 

저녁 루틴 3. 감정 컨트롤

 
집에서 감정 폭주를 멈추세요. 퇴근 후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이 많습니다. 격한 온라인 게임, 자극적인 영상, 불쾌한 뉴스. 이런 것들이 감정을 자극하고, 감정이 자극되면 부신은 또 코르티솔을 분비해야 합니다. 부신이 밤에 회복하려면 감정 자극을 줄여야 합니다.
 

저녁 루틴 4. 할 일 줄이기

 
저녁에 할 일을 최소화하세요. 부신은 저녁에 이미 방전된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해야 할 일' 목록을 들이대면 부신은 회복할 틈이 없습니다. 해야 할 일을 줄이는 것 자체가 치료입니다. 저녁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그날의 부신 회복량을 결정합니다.
 

💤 수면 전 ‘부신도 같이 재우기’

 
부신의 진정한 회복은 밤에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회복의 결과는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는 순간 증명됩니다. 밤 루틴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아래 4가지는 꼭 기억하고 지키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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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루틴 1. 스마트폰 멀리하기

 
스마트폰을 멀리 두세요. 블루라이트가 코르티솔을 바로 자극합니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면 뇌는 "아직 낮이구나"라고 착각하고, 코르티솔 분비를 멈추지 않습니다. 스마트폰만 멀리 둬도 부신이 숨 쉴 공간이 생깁니다.
 

수면 루틴 2. 손발 데우기

 
따뜻한 물로 손과 발만 데우세요. 체온이 안정되면 자율신경이 이완되고, 부신의 회복 모드가 켜집니다. 전신 목욕이 아니라 손발만 데워도 충분합니다. 저는 따뜻한 수면 안대를 즐겨 사용하기도 합니다.
 

수면 루틴 3. ‘4-7-8 호흡법’

 
호흡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4초 동안 숨을 들이마시고, 7초 동안 참고, 8초 동안 내쉽니다. 이 '4-7-8 호흡법'은 부신을 빠르게 진정시키는 방법입니다. 복잡한 명상이 아닙니다. 호흡 하나만으로도 부신은 안정됩니다.
 

수면 루틴 4. 같은 시간에 잠들기

 
잠드는 시간을 고정하세요. 부신은 '수면의 규칙성'을 가장 좋아합니다. 하루에 몇 시간을 자느냐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느냐가 더 중요하답니다. 자는 시간이 일정하면 부신은 언제 회복해야 하는지를 알고, 그에 맞춰 안정적으로 회복합니다.
 

루틴이 쌓이면, 회복이 저절로.

 
이 글을 읽으시면서 "이 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는데"라고 생각하신 분도 계실 거예요. 맞습니다. 개별적인 내용들은 어딘가에서 들어보셨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루틴들을 '하루 전체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걸 '매일' 반복하는 게 더 중요하고요.
 
기능의학에서 말하는 치료는 단순히 약을 처방하는 것만들 말하지 않습니다. 삶의 리듬을 다시 설계하는 것에 방점을 둡니다. 하이맵의원에서 부신 기능 저하 환자분들을 치료할 때, 저는 타액 코르티솔 검사로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영양처방을 합니다.
 
이걸로 충분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반드시 생활습관 교정 루틴을 함께 설계되고 실천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부신에게 규칙적인 리듬을 선물하면, 부신은 스스로 회복합니다.
 
루틴 하나하나를 보면 작은 습관들입니다. 그런데 모이고 반복되었을 때 그 힘은 어떤 약보다 강력합니다. 오늘부터 시작해 보세요. 아침에 물 한 잔, 햇빛 3분, 단백질 먼저. 점심에 야채 먼저, 식후 10분 걷기. 저녁에 가볍게 먹기, 스트레칭 5분. 밤에 핸드폰 멀리 두기, 같은 시간에 잠들기.
 
이 작은 선택들이 쌓이면,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어느새, 완전히 달라진 나를 마주하게 되실 거예요. 부신이 회복되었다는 증거죠. 오늘 이 글이 그런 여러분의 모습을 되찾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아래 제 쓰레드 계정을 남겨둘게요. 부신 회복이나 만성 질환과 관련해서 개인적인 질문이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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