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친구가 극찬한 영양제를 따라 샀는데, 몇 개월을 먹어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적. 온라인 후기로 '인생템'이라던 제품이 내게는 그저 그랬던 적. 직장 동료는 비타민 C 하나로 피로가 싹 가셨다는데, 나는 여전히 피곤했던 적.
이상하지 않나요? 같은 제품, 같은 용량인데 왜 사람마다 효과가 이렇게 다를까요?
정답 = 사람마다 다른 영양소 처리 방식
사실 이 차이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몸이 영양소를 처리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마치 같은 요리 재료가 주어져도 요리사의 실력과 스타일, 주방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나오는 것처럼 말이죠.
오늘은 이 '영양제 효과의 개인차'가 ① 왜 생기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② 어떻게 하면 나에게 진짜 맞는 영양제를 찾을 수 있는지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우리 몸은 저마다 다른 '영양소 처리 공장'
영양제를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영양소를 입에 넣는 행위만으로 끝나는게 아닙니다. 섭취한 영양소가 우리 몸속에서 흡수되고, 운반되고, 활용되고, 배출되는 여정을 잘 거쳐야 진정한 영양소로 작용할 수 있는거죠.이 과정의 각 단계마다 개인차가 존재합니다.
저는 이 과정을 '영양소 여행'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해도 여행자의 체력, 교통수단, 날씨에 따라 도착 시간과 상태가 달라지는 것과 같으니까요. 그럼 이제 그 여정에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 수있는지 하나씩 짚어드리겠습니다.
1. 유전자가 만드는 차이
MTHFR 유전자 변이를 아시나요?
이 변이가 있으면 엽산을 활성형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한국인의 약 50~70%가 MTHFR C677T 유전자 변이를 이형접합 또는 동형접합 형태로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동형접합 변이(TT형)는 대략 10~24%에서 발견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이 유전자 변이는 매우 흔한 편에 속합니다
일반 엽산 보충제를 아무리 먹어도 효과를 못 보는 분들이 있는 이유입니다. 이런 분들은 처음부터 '메틸폴레이트'라는 활성형 엽산을 섭취해야 합니다. 마치 조립이 필요한 가구 대신 완제품을 사는 것과 같은 원리죠.
실제로 비타민 B의 경우, 활성형과 비활성형에 따라 흡수율이 2.5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 B12의 경우 시아노코발라민(비활성형)보다 메틸코발라민(활성형)이 훨씬 효과적이죠. 이런 차이를 모르고 "비타민 B는 다 똑같겠지"라고 생각했다가는 돈만 낭비하게 됩니다.
VDR 유전자와 비타민 D
"비타민 D 수치가 왜 이렇게 안 오르죠?"
매일 고용량 비타민 D를 복용해도 혈중 농도가 잘 오르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VDR(비타민 D 수용체)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비타민 D가 세포 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단순히 용량을 늘리는 것보다 흡수를 돕는 마그네슘, 비타민 K2를 함께 복용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2. 장 건강이 결정하는 흡수율
당신의 장은 영양제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나요?
아무리 좋은 영양제도 장에서 흡수되지 못하면 그대로 배출됩니다. 하이맵의원도 "아무리 좋은 음식이나 영양제를 먹더라도 흡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소화효소제를 함께 섭취하는 게 좋다고 강조하죠. 실제로 기능의학 의사인 저도 유기산 및 모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영양제를 직접 '셀프 처방'해 개인별 최적화의 중요성을 실천하고 있답니다.
실제로 제가 만난 한 환자분은 비싼 종합비타민을 6개월간 복용했지만, 혈액검사 결과 여전히 여러 영양소가 부족했습니다. 원인을 찾아보니 위축성 위염과 장누수로 인한 흡수 장애였습니다. 장 점막이 손상되어 있으니 영양소가 제대로 흡수될 리 없었던 거죠. 장 치료를 먼저 진행한 후 같은 영양제를 복용했더니, 3개월 만에 정상 수치를 회복했습니다.
장내 미생물의 역할
우리 장에 사는 약 39조 개의 미생물들도 영양제 효과에 영향을 줍니다. 특정 유익균은 비타민 B군과 비타민 K를 직접 생산하기도 하고, 어떤 균들은 철분 흡수를 도와줍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함께 복용하면 다른 영양제의 효과가 좋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3. 영양소 간의 복잡한 관계
철분과 아연의 경쟁
빈혈이 있어 철분제를 챙겨 먹는데,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실 철분과 아연은 같은 수송체를 통해 흡수되기 때문에 서로 경쟁 관계에 있습니다. 그래서 고용량 철분제를 장기 복용하면 아연 흡수가 방해받아 면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죠.
이런 경우 철분제와 아연을 다른 시간대에 복용하거나, 복용 주기를 조절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칼슘-마그네슘-비타민 D’의 삼각관계
칼슘 보충제만 단독으로 복용하는 것은 마치 삼각대의 한 다리만 세우는 것과 같습니다. 마그네슘이 없으면 칼슘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비타민 D가 없으면 칼슘 흡수 자체가 어렵습니다.
이 3가지 영양소는 셋이 함께 일할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합니다. 칼슘과 마그네슘은 2:1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 좋고, 여기에 충분한 비타민 D(하루 1000-2000IU)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비타민 K2까지 더해 '칼슘이 혈관이 아닌 뼈로 정확히 가도록' 돕는 4종 세트를 추천하기도 합니다.

4. 생활 패턴이 만드는 변수
스트레스와 영양소 소모
야근이 일상화된 분들은 비타민을 따로 챙겨 먹어도 피로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말씀합니다. 만성 스트레스는 비타민 B군, 비타민 C, 마그네슘을 빠르게 소모시키거든요. 평소와 같은 양을 복용해도 부족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에는 비타민 B 컴플렉스와 마그네슘을 평소보다 1.5-2배 정도 늘려 복용하는 것을 고려해보세요. 단, 갑자기 용량을 늘리면 속이 불편할 수 있으니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방식을 권장드립니다.
커피와 영양소 흡수
하루 3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분이라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카페인은 철분과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고, 비타민 B1을 빠르게 소모시킵니다. 또 영양제는 커피를 마시기 전이나 최소 1-2시간 후에 복용하세요. 특히 철분제는 커피와 함께 복용하면 흡수율이 40% 가까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5. 나이와 성별 고려하기
40대 이후 변화하는 흡수력
나이가 들수록 위산 분비가 줄어들고 장 기능이 떨어집니다. 특히 비타민 B12는 위산이 있어야 흡수되기 때문에, 40대 이후부터는 설하정(혀 밑에서 녹이는 형태)이나 주사 형태를 고려해볼 만합니다.
코엔자임 Q10도 40대 이후 체내 생산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젊을 때는 필요 없던 영양제가 나이가 들면서 필수가 되는 이유죠.
여성의 주기적 변화
생리 주기에 따라 영양소 요구량이 달라집니다. 생리 전에는 마그네슘과 비타민 B6 요구량이 늘어나고, 생리 중에는 철분 손실이 증가합니다. 주기에 맞춰 영양제 복용량을 조절하거나, 특정 시기에 추가 보충을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식이죠.
6. 검증된 연구가 말하는 개인 맞춤의 중요성
132개 논문이 증명한 사실
최근 저희가 분석한 132개 이명 관련 논문 연구가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똑같은 이명 증상이라도 원인이 너무나 다양해서(혈관성, 신경성, 영양 결핍성 등)획일적인 치료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영양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피로에는 비타민 B', '뼈 건강엔 칼슘'처럼 단순하게 접근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 대부분이 비타민 D 부족 상태인데, 어떤 분은 보충하면 즉시 활력이 생기지만, 다른 분은 마그네슘이나 비타민 K2가 함께 있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개인의 검사 결과(혈액, 유기산, 모발, 뇌파 등), 증상 패턴, 생활 습관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진정한 '맞춤 처방'이 가능해집니다.
영양제, 많이 먹는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실제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만성 피로와 기억력 감소로 내원한 40대 환자분이 있었습니다. 이분은 좋다는 영양제는 다 사서 하루에 20알 이상 복용하고 계셨죠. 그런데 상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검사 결과, 과도한 영양제가 오히려 간에 부담을 주고 있었고, 정작 필요한 영양소는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소화 흡수 능력을 높이는 식단과 함께 하루 5종류만 섭취하도록 조정했더니, 3개월 후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1일 권장량이 아닌 자신에게 필요한 용량을 찾고, 단일 성분보다는 목적별 복합 성분을 선택하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나에게 맞는 영양제 찾기
1단계: 현재 상태 파악하기
- 기능의학 검사로 영양소 수치 확인
- 유전자 검사로 대사 특성 파악
- 장 건강 상태 점검
2단계: 올바른 형태 선택하기
- 흡수율 고려 (킬레이트 형태 미네랄, 활성형 비타민)
- 복용 편의성 (정제, 캡슐, 액상, 분말)
- 부작용 최소화 (위장장애가 적은 형태)
3단계: 스마트한 복용법 실천하기
- 아침 식사와 함께 : B군, 종합비타민(철 포함 시 더더욱), 비타민 C(½ 용량)
- 점심 또는 저녁 ‘가장 큰’ 식사와 함께 : 오메가-3
- 저녁 식사와 함께 : 칼슘 ≤500mg (탄산칼슘은 꼭 식사와, 구연산칼슘은 공복도 무관)
- 취침 1–2시간 전(또는 저녁 식후) : 마그네슘 (글리시네이트/타우레이트 계열이 위에 순함)
- 프로바이오틱스 : 공복 아침 30분 전 혹은 라벨 지시대로(취침 전 공복도 가능, 일관성이 더 중요)
- 아연 : 점심/저녁 ‘식사와 함께’, 칼슘·마그네슘·철과 2시간 이상 간격
4단계: 효과 모니터링
- 최소 3개월 복용 후 평가
- 증상 일지 작성
- 필요시 재검사로 확인
영양제는 맞춤복이어야 합니다.
진료실에서 종종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영양제는 옷과 같다고. 아무리 비싸고 좋은 옷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불편할 뿐이라고.
같은 영양제라도 사람마다 효과가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다른 환경에서 살며, 다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며, 나에게 맞는 영양제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검사와 상담을 통해 접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오늘부터라도 무작정 남들이 좋다는 영양제를 따라 먹기보다는, '왜 나에게는 효과가 없을까?'를 먼저 생각해보세요.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당신의 몸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건강한 삶은 작은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오늘도 당신의 건강한 선택을 응원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개인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의학적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영양제 복용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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