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뇌 축(Gut-Brain Axis)은 우리 몸이 얼마나 정교하고 지혜로운 시스템인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사례입니다. 이 축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웰빙의 출발점입니다.
우리 몸은 단순히 각 장기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장-뇌 축(Gut-Brain Axis)은 장과 뇌가 신경계뿐 아니라 면역계와 내분비계(호르몬)를 통해 양방향으로 긴밀히 소통하는 네트워크입니다. 이 시스템은 우리의 기분, 스트레스 반응, 면역력, 대사 건강까지 폭넓게 조절합니다.
이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현대 기능의학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장(Gut) : 제2의 뇌
장내 미생물군이 신경전달물질의 전구물질을 생산합니다. 놀랍게도 우리가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세로토닌의 약 90%가 바로 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우리 장 속에는 인체의 세포 수와 비슷한 약 39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그래서 이 장 속 미생물을 일컬어 '보이지 않는 동거인'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의 균형이 깨지면 염증이 발생하고, 이는 곧바로 뇌와 호르몬 시스템에 경고 신호를 보냅니다.
또한 장은 체내 면역세포의 70% 이상이 집중된 면역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소화기관이 아닌, 우리 몸 전체의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기관인 셈입니다.
뇌(Brain) : 모든 정보의 통제 센터
미주신경(Vagus nerve)이라는 '고속도로'를 통해 장에서 뇌로 실시간 정보가 전달됩니다. 소화 상태, 염증 수준, 미생물 변화 등 장의 모든 변화가 뇌에 즉시 보고되는 것입니다.
뇌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HPA 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 활성화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합니다. 이 코르티솔은 다시 장의 운동성과 투과성을 변화시켜 장내 균형을 무너뜨리는 악순환을 만들어 냅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장내 문제가 불안, 우울, 인지기능 저하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호르몬(Hormone) : 소통의 매개자
호르몬들은 이 복잡한 네트워크에서 메신저 역할을 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높아지면 장 점막이 손상되고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심화됩니다. 반대로 장내 미생물들은 성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의 대사에 직접 개입하여 여성 건강과 생식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식욕 조절 호르몬(인슐린, 렙틴, 그렐린) 역시 장내 상태의 영향을 받아 비만, 당뇨 같은 대사질환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연쇄반응의 실제 사례들
이 축의 상호작용은 다양한 질환으로 나타납니다.
- 우울증/불안장애 : 장내 미생물 불균형 → 세로토닌 합성 저하 → 기분장애
- 과민성 장증후군 : 스트레스 → HPA 축 활성화 → 장 운동 과민 + 호르몬 불균형
- 다낭성 난소 증후군 : 인슐린 저항성과 장내 미생물 변화가 성호르몬 불균형을 심화
- 만성피로 : 장 투과성 증가 → 전신 염증 → 뇌 기능 저하 → 호르몬 분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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