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긴 가려움증의 숨은 원인 4가지

오늘은 가려움증에 대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가려움증이 단순히 피부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몸 안쪽에서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하이맵의원's avatar
Nov 27, 2025
갑자기 생긴 가려움증의 숨은 원인 4가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가려움. 특별히 뭘 먹은 것도 아닌데, 새로 바른 것도 없는데, 피부가 미세하게 달아오르고 긁게 됩니다. 처음엔 '금방 나아지겠지' 생각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때론 몇 주가 지나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피부과를 찾아가도 '특별한 이상 없음'이라는 말만 반복될 때의 답답함.
 
여러분도 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오랜 시간 기능의학 진료를 해오면서 이런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알러지 검사도 해보고, 피부 조직검사도 해봤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연고에 의존하게 되는 분들. 약을 바르면 잠시 나아지다가 끊으면 다시 시작되는 악순환. 그 답답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가려움증이 단순히 피부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몸 안쪽에서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드립니다.
 
notion image
 

원인 1. 무너진 장 건강 (장-피부 축)

 
'피부는 내장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동양의학에서 오래전부터 해온 이야기인데, 최근 서양의학에서도 이 연결고리를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있습니다. 바로 '장-피부 축(Gut-Skin Axis)'이라는 개념입니다.
 
우리 장 속에는 약 39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이 숫자가 얼마나 많은 걸까요? 거의 우리 몸의 세포와 비슷한 '보이지 않는 동거인들'입니다. 이 미생물들은 단순히 소화를 돕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닙니다. 면역 시스템을 조절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물질을 만들고, 심지어 우리의 기분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문제는 이 장내 환경이 무너질 때 일어납니다. 스트레스, 항생제 복용,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 수면 부족 같은 현대인의 일상이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깨뜨립니다. 유익균은 줄어들고 유해균은 늘어나면서 장 점막이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장 점막은 원래 촘촘한 그물망처럼 필요한 영양소만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그물망에 구멍이 뚫리면 어떻게 될까요? 원래 장 안에만 있어야 할 세균의 독소, 소화되지 않은 음식 입자, 염증 물질들이 혈류로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장누수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혈류로 들어온 이 물질들은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가장 민감한 곳에서 반응을 일으킵니다. 어떤 분은 두통으로, 어떤 분은 관절통으로, 그리고 많은 분들에게 피부 증상으로 발현되죠. 가려움, 발진, 홍조, 두드러기. 마치 피부가 '몸 안에서 뭔가 잘못되고 있어요'라고 외치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만성 두드러기 환자분들의 장내 미생물을 분석해보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유익균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 같은 염증을 억제해주는 균들이 줄어들어 있습니다. 장이 보내는 SOS 신호가 피부를 통해 나타난 것입니다.
 
notion image
 

원인 2. 히스타민 불내증

 
진료실에서 알러지 검사 다 해봤는데 아무것도 안 나왔다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히스타민에 대해 설명드리곤 합니다.
 
히스타민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로, 면역 반응과 염증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벌에 쏘였을 때 부어오르는 것, 꽃가루에 재채기가 나는 것 모두 히스타민이 관여합니다. 문제는 이 히스타민이 너무 많아질 때 생깁니다.
 
보통 우리 몸은 DAO(디아민 옥시다제)라는 효소를 이용해 히스타민을 분해합니다. 마치 화재가 났을 때 소방차가 출동하는 것처럼, 히스타민이 늘어나면 DAO가 이를 처리해주는데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이 DAO 효소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DAO 효소가 부족하면 음식을 통해 들어오는 히스타민이 축적되기 시작합니다. 와인, 치즈, 발효식품, 훈제 생선, 토마토 같은 음식에는 히스타민이 많이 들어있는데, 정상적인 분들은 먹어도 괜찮지만 DAO가 부족한 분들은 두드러기, 가려움, 홍조, 두통, 소화불량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DAO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비타민 B6, 아연, 구리 같은 영양소가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현대인들 중 상당수가 이런 미량 영양소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아무리 좋은 소방차가 있어도 물이 없으면 불을 끌 수 없는 것처럼, DAO 효소가 있어도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면 히스타민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합니다.
 
이런 분들은 일반적인 알러지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지 않습니다. IgE 항체가 관여하는 '진짜 알러지'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런데 증상은 알러지와 다르지 않고, 거의 같습니다. 그래서 '히스타민 불내증'이라고 부릅니다. 원인을 모르면 평생 항히스타민제에 의존하게 되지만, 원인을 알면 접근 방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notion image
 

원인 3. 스트레스 (마음과 피부)

 
요즘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아서 피부가 푸석해졌다, 뾰루지가 났다는 말 항간에 자주 들리는 말인데요. 그냥 낭설이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죠.
 
우리 몸에는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줄여서 HPA 축이라고 부르는데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도 불리며, 적절한 양은 우리 몸이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데 꼭 필요합니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만성화될 때 생깁니다. 코르티솔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중 하나가 피부 장벽의 약화입니다.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은 수분을 지키고 외부 자극을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합니다. 만성 스트레스는 이 보호막을 얇고 취약하게 만듭니다.
 
덧붙이자면, 우리 피부 자체에도 HPA 축과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부의 각질세포가 스트레스 호르몬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즉, 피부가 일종의 작은 내분비 기관처럼 작동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 신호가 뇌에서 오든, 피부 자체에서 만들어지든 결과는 같습니다. 피부 장벽이 무너지고 염증이 일어납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분들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이분들 중 상당수가 스트레스에 대한 코르티솔 반응이 일반인보다 둔화되어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오랜 스트레스로 인해 HPA 축이 지쳐버린 것입니다. 코르티솔의 면역 억제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피부의 염증이 조절되지 않습니다.
 
건선 환자분들에 대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관찰됩니다.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겪은 후 약 4주 뒤에 증상과 가려움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피부 증상 사이에 시간차가 있다 보니 연결고리를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notion image
 

원인 4. 지연성 음식 과민반응

 
종종 진료실에서 예전에 음식 알러지 검사를 했었는데, 아무 것도 나온 게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저는 한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혹시 IgE 검사만 하셨을까요?'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하는 알러지 검사는 IgE 항체를 측정합니다. IgE는 음식을 먹은 후 몇 분에서 몇 시간 내에 나타나는 즉시형 알러지 반응과 관련됩니다. 땅콩을 먹자마자 입술이 붓거나, 새우를 먹고 바로 두드러기가 나는 것이 이런 반응입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알러지 검사)
 
하지만 음식에 대한 면역 반응에는 다른 종류도 있습니다. IgG 항체가 관여하는 지연형 반응입니다. 이 반응은 음식을 먹은 후 수 시간에서 최대 72시간 후에 나타납니다. 사흘 전에 먹은 음식 때문에 오늘 가려울 수 있다는 걸 뜻하죠.
 
이런 지연형 반응의 까다로운 점은 원인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가려움이 시작됐을 때 '어제 뭘 먹었지?'를 떠올려도 정작 원인은 그저께 점심에 먹은 빵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매일 먹는 음식, 예를 들어 밀, 달걀, 유제품 같은 것들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서 연결고리를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한 연구에서 두드러기, 천식, 습진 증상이 있지만 IgE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온 환자들을 대상으로 IgG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상당수에서 밀, 효모, 달걀흰자, 유제품에 대한 IgG 항체가 검출되었습니다. 매일 먹는 흔한 음식들이었습니다.
 
물론 IgG 검사의 해석에 대해서는 의학계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IgE 검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증상들이 있고, IgG 기반의 식이 조절 후 증상이 개선되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원인 불명의 가려움으로 고생하시는 분들께는 고려해볼 만한 접근입니다.
 
notion image
 

가려움의 근본 원인을 찾아서

 
장내 미생물 불균형부터 히스타민 분해 문제,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교란, 지연성 음식 과민반응까지. 지금까지 가려움증의 숨겨진 원인들에 대해 정리해드렸는데요. 이 모든 것들이 일반 피부과에서는 이상 없다고 했지만 여전히 가려운 이유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원인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스트레스는 장내 미생물 균형을 깨뜨리고, 장 건강이 나빠지면 히스타민 분해 능력도 떨어집니다. 음식 과민반응으로 인한 염증은 장 점막을 더 손상시키고, 이는 다시 전신 염증으로 이어집니다. 하나의 문제가 다른 문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가려움증 문제는 피부만 보는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연고를 바르고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은 증상을 일시적으로 억누르는 것일 뿐,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약을 끊으면 다시 시작되고, 점점 더 강한 약이 필요해지는 이유입니다.
 
하이맵의원에서는 이유 모를 가려움증이나 염증 문제로 고민 중인 분들을 위해 몸 전체를 살피는 접근을 합니다. 장내미생물검사로 장 환경을 파악하고, 유기산검사로 대사 기능과 독소 부하를 확인합니다.
 
지연성 푸드 알러지 검사로 숨어있는 음식 과민반응을 찾고, 타액 코르티솔 검사로 스트레스 호르몬의 하루 리듬을 확인합니다. 모발 미네랄 검사로 필수 영양소의 균형과 중금속 축적 여부도 살펴봅니다.
 
한 예로 20년 넘게 아토피로 고생하시던 40대 남성분이 생각납니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오래 사용하면서 피부가 얇아지고 모세혈관이 확장되는 부작용까지 겪으셨습니다. 검사 결과, 밀과 유제품에 대한 IgG 반응이 높았고, 장내 유익균이 많이 부족했으며, 부신 기능도 저하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항염 식단으로 전환하고, 장 점막 회복을 위한 영양요법을 시작했습니다. 스트레스 관리와 함께 부신 기능 회복 프로그램도 병행했습니다. 약 4개월 후, 스테로이드 사용량을 크게 줄이면서도 피부 상태가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모든 분이 같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마다 원인이 다르고 경과도 다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려움이 단순한 피부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읽을 때, 근본적인 회복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혹시 오랫동안 원인 모를 가려움으로 고생하고 계신다면, 피부 바깥이 아닌 몸 안쪽을 한번 살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 몸은 늘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진정한 치유의 시작입니다.
 

 
💡
본 글은 하이맵의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글입니다. 가려움증의 원인과 치료 방식은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내원 후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Share article

기능의학의 중심 '하이맵의원'에서 운영하는 기능의학 라이브러리 '하이브러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