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대신 꿀, 알룰로스, 스테비아.. 정말 건강할까?

우리 몸은 원래 그렇게 단맛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설탕을 다른 감미료로 바꾸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전체적인 단맛 섭취량을 줄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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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15, 2025
설탕 대신 꿀, 알룰로스, 스테비아.. 정말 건강할까?
건강을 생각하면 설탕을 줄여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막상 단맛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마트에서 "제로슈가", "무설탕", "천연 감미료"라고 쓰인 제품들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하시죠.
 
저 역시 과거에는 '그냥 설탕만 안 먹으면 되겠지'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대체 감미료도 종류마다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됐죠.
 
오늘은 여러분이 마트에서, 카페에서, 그리고 주방에서 매일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들을 위해 이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천연 감미료로 불리는 꿀부터, 요즘 인기 있는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그리고 스테비아까지. 이들이 우리 몸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어떻게 현명하게 선택해야 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꿀, 단순한 설탕 대체품이 아닙니다

 
꿀 속에는 비타민, 미네랄, 효소, 그리고 다양한 항산화 물질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마치 자연이 만들어낸 '영양 패키지'라고 할까요? 그런데 여기서 더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꿀은 어떤 꽃에서 채취했느냐에 따라 그 효능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속이 자주 쓰리고 위가 불편하신 분들에게는 밤꿀을 권해드립니다. 국내 연구에서 밤꿀이 위염과 위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다른 꿀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왔거든요. 밤꿀에 풍부한 갈산, 쿠마르산 같은 성분들이 상처 난 위 점막을 보호하고 염증을 가라앉혀주는 거죠.
 
기침이 잦거나 환절기마다 목이 불편한 분들은 어떨까요? 메밀꿀이 도움이 됩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연구팀이 기침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메밀꿀을 먹은 그룹이 시판 기침약을 먹은 그룹보다 증상 완화 효과가 더 좋았다고 합니다. 메밀꿀에 풍부한 루틴 성분이 염증으로 자극받은 호흡기 점막을 진정시켜주기 때문입니다.
 
밤에 잠들기 힘들거나 마음이 자꾸 불안한 분들에게는 아카시아꿀을 추천합니다. 잠들기 전 따뜻한 물에 아카시아꿀 한 스푼을 타서 드시면, 꿀 속 당분이 뇌로 가는 트립토판의 흡수를 도와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생성을 촉진합니다. 아카시아꿀의 크리신 성분은 불안을 줄여주는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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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꿀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꿀은 결국 당분이기 때문에 혈당을 올립니다. 당뇨가 있거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분들은 아무리 좋은 효능이 있어도 섭취량을 제한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기억하셔야 할 점, 만 12개월 미만 아기에게는 되도록 꿀을 자제할 것을 권장합니다. 드물게 포함된 보툴리누스균 포자가 아직 장 기능이 미숙한 아기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거든요.
 
꿀을 선택하실 때는 제품 뒷면의 '식품유형'을 꼭 확인하세요. '사양벌꿀'이라고 적힌 건 벌에게 설탕물을 먹여 만든 것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효능을 얻기 어렵습니다. '천연벌꿀' 또는 '벌꿀 100%'를 고르시고, 가능하다면 탄소동위원소비율(-22.5‰ 이하)이 표기된 제품이나 한국양봉협회 품질 보증 마크가 있는 제품을 선택하시는 게 좋습니다.
 

2. 당알코올의 두 얼굴 : 에리스리톨과 알룰로스

 
요즘 '제로슈가' 음료나 디저트를 보면 '에리스리톨', '알룰로스' 같은 이름이 자주 보이죠? 모두 당알코올이나 희소당으로 분류되는 감미료입니다. 칼로리가 거의 없고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아서 많은 분들이 설탕의 완벽한 대체품이라고 생각하시죠.
 
에리스리톨은 천연 발효 과정으로 만들어지는 당알코올입니다. 칼로리가 거의 0에 가깝고, 혈당과 인슐린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미국 FDA와 유럽연합 모두 안전하다고(GRAS) 평가했죠.
 
그런데 2023년, Nature Medicine이라는 권위 있는 학술지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혈중 에리스리톨 농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죠. 이 연구 결과가 나온 후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셨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 연구는 에리스리톨이 직접적으로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게 아닙니다. 단지 혈중 농도가 높은 사람에게서 위험이 증가하는 '연관성'을 발견한 것이죠. 계란과 닭의 관계처럼, 어느 쪽이 원인이고 결과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FDA와 EU는 여전히 에리스리톨을 안전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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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룰로스는 어떨까요? 알룰로스는 과일이나 밀에 극소량 존재하는 ‘희소당’입니다. 에리스리톨과 마찬가지로 칼로리가 거의 없고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알룰로스는 현재까지 에리스리톨과 같은 심혈관 위험 관련 연구가 보고된 바 없습니다.
 
오히려 알룰로스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긍정적인 편입니다. 일부 연구에서 장내 유익균인 비피도박테리움, 락토바실러스의 증가 가능성이 제기됐고, 2016년 연구에서는 장내 염증을 줄이고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항산화와 항염증 효과를 보인 동물 실험 결과도 있고요.
 
두 감미료 모두 어린이 섭취에 대한 WHO나 FDA의 금지 권고는 없습니다.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당알코올이 그렇듯, 과도하게 섭취하면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장이 민감한 분들은 소량부터 시작해서 몸의 반응을 살펴보시는 게 좋습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드리는 조언은 이렇습니다. 혈당 관리가 필요하신 분들이 설탕 대신 선택한다면, 현재로서는 알룰로스가 상대적으로 안전성 연구가 더 많고 부정적인 연구 결과가 없다는 점에서 조금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오히려 항산화 효과가 있을 가능성도) 에리스리톨도 역시 여전히 안전하다고 평가받고 있으니, 과도하지만 않다면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3. 식물에서 온 강력한 단맛 : 스테비아

 
스테비아는 남미가 원산지인 스테비아 잎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료입니다. 칼로리가 0이고 혈당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설탕의 200~300배나 되는 단맛을 냅니다. 열에도 안정적이어서 요리나 베이킹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테비아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특유의 쓴맛과 뒷맛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품마다 다른 감미료나 첨가물을 섞어 맛을 개선하기도 하는데, 구매하실 때는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셔야 합니다. 순수 스테비아 추출물인지, 다른 성분이 섞인 혼합 제품인지 살펴보시고, 불필요한 첨가물이 없는지 체크하세요.
 

Q. 나에게 맞는 선택,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 우리 실생활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상황별로 어떤 감미료를 선택하면 좋을지도 정리해 드립니다.
 
상황
추천
이유
위장이 불편하거나 기침이 잦을 때
항염·항균 효과
혈당 관리가 필요할 때
알룰로스 > 에리스리톨
혈당 영향 최소, 상대적으로 안전성 연구 많음
요리·베이킹용
스테비아, 알룰로스
열에 안정적
단맛이 강하게 필요할 때
스테비아
고농축 단맛
 
먼저, 위장이 불편하거나 기침이 잦을 때는 꿀을 선택하세요. 특히 밤꿀은 위염에, 메밀꿀은 기침에 도움이 됩니다. 하루 1~2 스푼 정도가 적당하고, 펄펄 끓는 물보다는 따뜻한 물에 타서 드시면 효소가 파괴되지 않아 더 좋습니다.
 
혈당 관리가 필요할 때알룰로스에리스리톨을 고려해보세요. 현재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알룰로스가 조금 더 안전성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감미료 모두 과도하게 섭취하지만 않는다면 괜찮습니다.
 
요리나 베이킹용으로는 스테비아알룰로스가 적합합니다. 열에 안정적이어서 조리 과정에서도 단맛이 유지되거든요. 특히 강한 단맛이 필요하다면 스테비아가 효율적입니다.
 
잊지 않아야 할 점은 대체가 아닌 ‘감량’이 우선이라는 점입니다.
 
우리 몸은 원래 그렇게 단맛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설탕을 다른 감미료로 바꾸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전체적인 단맛 섭취량을 줄이는 거예요. 처음엔 힘들겠지만, 2~3주만 의식적으로 단맛을 줄여보세요. 신기하게도 우리 입맛이 리셋됩니다. 이전에는 밍밍하게 느껴졌던 음식에서도 자연스러운 단맛을 느낄 수 있게 되죠.
 
그리고 자신의 몸 반응을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같은 감미료라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릅니다. 어떤 분은 에리스리톨을 먹으면 속이 불편하지만, 어떤 분은 전혀 문제없이 잘 드시거든요. 새로운 감미료를 시도할 때는 소량부터 시작해서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귀 기울여보세요. 복통, 설사, 두통 같은 불편한 증상이 없는지 체크하시고요.
 
마지막으로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천연이라고 해서 무제한 안전한 건 아닙니다. 천연 감미료도 과도하게 섭취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제품에 표시된 하루 권장량을 지키시고,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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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택이 쌓여 건강이 됩니다.

 
"오늘 커피에 무엇을 넣을까?" 이 작은 질문 하나가 사소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이런 선택들이 모여서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결국 우리의 건강을 만들어갑니다.
 
완벽한 감미료는 없습니다. 각자의 몸 상태, 목적, 상황에 따라 현명하게 선택하는 게 옳음에 가장 가깝습니다. 위장이 불편할 땐 밤꿀을, 혈당 관리가 필요할 땐 알룰로스를, 요리할 땐 스테비아를 활용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무엇보다, 단맛에 대한 의존도 자체를 조금씩 줄여가는 연습을 해보세요. 건강한 삶이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작은 선택들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 이번 주부터 시작해보실까요?
  • 내가 지금 먹는 감미료 종류 확인하기
  • 하루 전체 단맛 섭취량 체크해보기
  • 한 가지 천연 감미료로 일주일 테스트
  • 내 몸의 반응 관찰 일지 작성
 
💬
당뇨나 다른 만성질환으로 혈당 관리가 필요하신 분들은, 감미료 선택 전에 반드시 담당 전문의와 상담하시길 바랍니다.
 
건강은 진료실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여러분이 마시는 한 잔의 커피, 그 안에 무엇을 넣느냐 하는 일상의 선택들이 여러분의 건강을 만들어갑니다. 그 선택의 순간마다, 오늘 제가 전해드린 이야기가 작은 나침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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