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굳이 기름을 먹는 이유, 바른 섭취 방법은?

"선생님, 저는 기름진 건 일절 안 먹어요. 샐러드도 드레싱 없이 먹고요."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렇게 기름과 지방을 극도로 제한하신 분들 중 상당수가 피로감, 피부 건조, 호르몬 불균형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죠. 왜일까요? 우리가 '굳이' 기름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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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5, 2025
우리가 굳이 기름을 먹는 이유, 바른 섭취 방법은?
체중 관리를 하시는 분들은 보통 ‘기름진 음식’은 피합니다. 진료실에서도 종종 듣는 말이에요. "선생님, 저는 기름진 건 일절 안 먹어요. 샐러드도 드레싱 없이 먹고요."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렇게 기름과 지방을 극도로 제한하신 분들 중 상당수가 피로감, 피부 건조, 호르몬 불균형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죠.
 
왜일까요? 우리가 '굳이' 기름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우리 몸이 기름을 원하는 이유

 
얼마 전 30대 여성 환자분이 하이맵의원을 찾았습니다. 6개월째 엄격한 저지방 다이어트 중이었는데, 체중은 줄었지만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피부는 푸석푸석,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진다고 하셨죠. 혈액검사 결과, 비타민 D 수치가 바닥이었고 호르몬 불균형도 심각했습니다.
 
이분께 처방한 건 약이 아니라 '좋은 기름 먹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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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의 60%는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매일 수십조 개의 세포가 새로 만들어지는데, 그 세포막의 주재료가 바로 지방이죠. 성호르몬을 비롯한 각종 호르몬도 지방에서 시작됩니다. 비타민 A, D, E, K 같은 지용성 비타민들은 기름이 없으면 아무리 먹어도 흡수가 안 됩니다.
 
우리 몸에 지방, 기름이 부족해지는 건 마치 자동차에 엔진오일을 넣지 않고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당장은 움직이는 것 같지만, 곧 여기저기서 삐걱거리기 시작하죠.
 
혹시 이런 신호들을 경험하고 계신가요? 피부가 건조하고 각질이 자주 일어난다, 머리카락이 푸석하고 윤기가 없다, 생리 불순이나 호르몬 관련 문제가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다, 포만감이 오래가지 않아 간식 유혹이 심하다, 관절이 뻣뻣하고 염증이 자주 생긴다.
 
대개 이런 증상이 여러분의 몸이 "좋은 기름이 필요해요!"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기름을 나쁘다고 했을까

 
사회적인 분위기는 기름을 건강에 적으로 보며, 멀리하게 합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저지방이 건강하다'는 공식을 믿어왔죠. 하지만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기름 자체가 아니라 '어떤 기름''어떻게' 먹느냐입니다.
 
트랜스지방이나 여러 번 사용한 튀김 기름, 산패된 기름은 분명 우리 몸에 해롭습니다. 하지만 신선한 들기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깨끗한 연어의 기름은 어떨까요? 오히려 염증을 줄이고, 혈관을 깨끗하게 하며, 뇌 기능을 향상시킵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자주 드는 비유가 있습니다.
 
"물도 너무 많이 마시면 해롭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을 안 마실 수는 없겠죠? 기름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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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실천하는 똑똑한 기름 섭취법

 
그렇다면 어떤 기름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 제가 실제로 실천하고, 환자분들께도 권하는 방법을 공유드립니다.
 

🌤️ 아침 : 하루를 깨우는 기름 한 스푼

 
저는 아침마다 따듯한 아메리카노 MCT오일을 한 스푼 넣어 마십니다. 처음이라면 '커피에 기름이라니' 하실 수 있지만, 경험해 보면 이 루틴 없이는 하루를 시작할 수 없을 정도로 체감 효과가 좋은 조합입니다. MCT오일은 빠르게 에너지로 전환되어 오전 내내 맑은 정신을 유지하게 해줍니다.
 
MCT오일이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아보카도 반 개를 으깨서 통곡물 빵에 발라 드셔도 좋습니다. 여기에 올리브오일을 살짝 뿌리고 레몬즙을 짜면, 카페 부럽지 않은 건강한 아침식사가 완성됩니다.
 

☀️ 점심 : 숨은 기름 찾기

 
점심 도시락을 싸시는 분이라면, 참기름과 들기름을 번갈아 사용해보세요. 월수금은 참기름, 화목은 들기름 이런 식으로요. 들기름은 오메가-3가 풍부하지만 열에 약하니 나물 무칠 때나 비빔밥 마지막에 뿌려주세요.
 
외식을 하신다면 견과류를 챙기세요. 호두 3개, 아몬드 7-8개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 책상 서랍에는 늘 작은 견과류 통이 있는데요. 오후 3시쯤 출출할 때 과자 대신 먹으면, 포만감도 오래가고 오후 업무 집중력도 높아집니다.
 

🌙 저녁 : 염증을 잡는 기름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등푸른생선을 드시길 권합니다. 고등어구이, 연어스테이크, 꽁치조림... 어떤 형태든 좋습니다. 생선이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올리브오일을 듬뿍 뿌린 샐러드로 시작해보세요.
 
"샐러드에 기름을 뿌리면 살찌지 않나요?"라고 물으시는데, 그 반대입니다. 오히려 올리브오일같은 지방이 함께 했을때 토마토의 라이코펜, 당근의 베타카로틴 같은 영양소들이 훨씬 흡수가 좋아집니다. 게다가 포만감이 오래가서 야식 유혹도 줄어들죠.
 

전문가가 제안하는 선택&보관 방법

 
좋은 기름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보관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고온 조리용으로는 아보카도 오일이나 기버터(정제 버터)를 추천합니다. 발연점이 높아 볶음이나 구이 요리에 적합합니다. 중온 조리용으로는 코코넛 오일이나 일반 올리브 오일을, 샐러드나 나물 무침용으로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들기름, 아마씨유를 사용하세요.
 
특히 들기름과 아마씨유는 반드시 냉장 보관하고, 개봉 후 한 달 안에 사용하세요. 산패된 기름은 오히려 몸에 해롭습니다. 기름병은 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쩐내가 나거나 색이 변했다면 아까워하지 말고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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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후 찾아온 변화

 
앞서 말씀드린 30대 여성 환자분에게도 환경과 상황에 알맞은 좋은 기름 생활 습관을 정돈해 드렸어요. 3개월 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하루 오메가-3 2g, 올리브오일 2큰술, 일주일 2회 등푸른생선을 꾸준히 실천하신 결과, 피부에 윤기가 돌아왔고 생리 주기도 정상화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오후만 되면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았던 증상이 없어지고, 하루 종일 맑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체중이 늘었냐고요? 오히려 2kg 더 감량하셨습니다. 포만감이 오래가니 간식을 찾지 않게 되고, 호르몬 균형이 맞춰지니 몸의 대사도 정상화된 것이죠.
 

오늘부터 시작하는 좋은 기름 습관

 
좋은 기름은 우리 몸의 윤활유라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우리가 매일 바르는 로션처럼, 우리 몸 안에서도 기름이 세포 하나하나를 촉촉하고 유연하게 만들어줍니다.
 
오늘부터 작은 변화를 시작해보세요. 아침 커피에 MCT 오일 한 스푼, 점심 후 호두 세 알, 저녁 샐러드에 올리브오일 듬뿍. 이 작은 선택들이 모여 여러분의 건강한 내일을 만들어갑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름은 적'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 '좋은 기름은 약'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입니다. 여러분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그 목소리에 좋은 기름으로 답해주세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당부드리자면,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마시라는 점입니다. 한 번에 한 가지씩, 천천히 바꿔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성공의 지름길이에요. 언젠가 마주했을 때 "덕분에 요즘 피부가 좋아졌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라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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