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면 팔과 다리에 하얗게 일어난 각질. 저녁이 되면 시작되는 참을 수 없는 가려움. 보습제를 아무리 발라도 3시간이면 다시 건조해집니다. 무의식중에 긁다가 상처가 생기고,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에 피가 묻어 있는 날도 있죠. 겨울이면 반복되는 일들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이런 경험을 하고 계신가요?
많은 분들이 이것을 단순히 "겨울 건조함" 탓으로 돌립니다. 하지만 잠깐,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같은 겨울을 보내는데 어떤 사람은 괜찮고, 어떤 사람은 밤잠을 설칠 정도로 가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혹시 이 가려움이 단순히 '건조'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겨울철 가려움증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관리법을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겨울철 피부, 왜 이렇게 가려울까요?
피부가 목말라하는 계절
겨울이 되면 우리 몸의 피지선 활동이 둔해집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피부의 신진대사가 저하되고, 피부 표면의 보호막을 만드는 지방 분비가 줄어들죠. 여기에 습도까지 떨어지면 각질층이 들뜨고 갈라지면서 수분이 빠르게 증발합니다.

마치 보호막 없는 성처럼, 우리 피부는 외부 공격에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
특히 50대를 넘어서면 피부 장벽의 회복 능력 자체가 저하되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하루 이틀이면 회복되던 피부가, 이제는 일주일이 걸려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젊은 층에서도 과도한 난방, 잦은 샤워 등 현대적 생활 습관 때문에 겨울 피부 문제를 호소하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생활 곳곳에 숨은 적들
여기서 한가지 알아둬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피부를 위한다고 하는 행동들이 오히려 피부를 더 망가뜨리고 있다면 어떨까요?
뜨거운 물 샤워가 대표적입니다. 추운 겨울, 뜨거운 물로 샤워하면 몸이 녹는 것 같죠. 하지만 그 순간 피부의 지방층은 빠르게 손실됩니다. 뜨거운 물이 피부 표면의 천연 보호막을 씻어내 버리는 겁니다.
때 밀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깨끗해야 건강하다"는 생각에 일주일에 한 번씩 때를 미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하지만 이는 피부 방어의 최전선인 각질층을 벗겨내는 행위입니다. 각질층이 없으면 수분을 유지하는 능력이 결정적으로 손상됩니다.
게다가 실내 난방은 이중 타격을 가합니다. 바깥은 춥고 건조한데, 실내도 난방 때문에 건조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온도와 습도가 급변하는 환경에서 우리 피부는 버티기 힘듭니다.
보습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하나 던져보겠습니다. 보습제를 열심히 바르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고, 가습기도 틀어놓는데 왜 해마다 가려움이 더 심해질까요?
1. 피부는 내부 건강의 창입니다.
22년간 7만 건 이상의 기능의학 검진 경험을 비춰 보면, 피부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 중 상당수가 사실은 장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몸은 하나로 연결된 일종의 ‘시스템’입니다. 소화계, 면역계, 호르몬, 신경계, 순환계... 이 모든 시스템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순환되죠. 피부는 이들 전체의 균형 상태를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겨울에 피부가 유독 가려운 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복부 팽만감을 자주 느낌
- 특정 음식을 먹으면 피부 상태가 더 나빠짐
-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려움이 심해짐
-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만성적인 피로감
아마 생소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실텐데요. 사실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2. 히스타민과 염증, 가려움의 숨은 연결고리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들어보셨나요? 우리 몸의 면역 반응에 필요한 물질이지만, 과도하게 많아지면 문제가 됩니다. 가려움, 두드러기, 홍조를 일으키는 주범이 바로 이 히스타민입니다. 그런데 이 히스타민, 어디서 만들어 지는 걸까요?
첫째, 장에서 옵니다. 장내 환경이 무너지면 나쁜 세균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히스타민을 대량으로 만들어냅니다. 장 점막이 손상되면 이 히스타민이 혈액으로 쉽게 넘어가 온몸을 돌아다니며 문제를 일으킵니다.
둘째, 음식에서 옵니다. 발효식품, 숙성 치즈, 가공육, 오래된 생선, 각종 술까지. 이런 음식들은 히스타민 함량이 꽤 높습니다. 보통은 우리 몸의 효소가 이를 분해하는데, 이 효소가 부족하면 작은 양의 히스타민에도 과민반응이 나타납니다.
셋째, 스트레스에서 옵니다.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의 리듬을 망가뜨립니다. 이렇게 되면 면역 시스템이 과잉 반응하고, 히스타민 분비가 늘어납니다.
일반 피부과에서는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합니다. 물론 급성기에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히스타민이 왜 많아졌는지는 확인하지 않죠.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바닥의 물만 닦아내는 것과 같습니다.
3. 외부 환경도 무시할 수 없어
겨울철 바뀌는 외부 환경, 정확히 얘기하면 ‘건조한 환경’은 생각보다 우리 피부 장벽을 크게 약화시킵니다. 약해진 피부는 아주 작은 자극에도 면역계가 과민하게 반응하죠. 게다가 긁을수록 피부 손상이 심해지고, 손상된 피부는 더 가렵고... 악순환이 시작되는 겁니다.
실내 난방으로 환기를 덜 하게 되면, 먼지와 진드기가 늘어납니다. 이것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증폭시킵니다. 겨울 건조함은 방아쇠일 뿐, 총알은 이미 우리 몸속에 장전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부터 실천하는 겨울 가려움 관리법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외부 관리와 내부 관리, 2가지 모두가 필요합니다.
관리 1. 기본기를 지키자. ‘피부 장벽 케어’
올바른 목욕 습관부터 시작합니다.
물 온도를 5도만 낮춰보세요. 뜨겁다고 느끼는 물이 아니라, 따뜻하다고 느끼는 정도(30-35도)가 적당합니다. 샤워 시간은 15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비누는 약산성이나 중성 제품을 선택하세요. "말끔하게 씻긴다"는 느낌의 비누일수록 피부 지방층을 많이 제거합니다. 때수건은 가급적 사용하지 마세요. 부드러운 손이나 타월로 가볍게 씻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3분 골든타임입니다.
샤워를 마치고 3분 안에 보습제를 바르세요. 물기가 완전히 마르기 전, 피부에 수분이 남아있을 때가 보습제의 효과가 가장 좋습니다. 타월로 톡톡 두드려 물기를 제거한 직후, 바로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세요.
보습제는 "아깝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양이 부족하면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로션보다 크림 제형이 좋습니다. 유분기가 더 많아 수분 유지력이 뛰어나거든요. 하루에 최소 2번, 아침 저녁으로 온몸에 발라주세요. 가려운 부위만 바르는 것이 아니라, 팔다리 전체에 예방적으로 바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내 환경도 점검해봅시다.
실내 온도는 18-20도를 유지하세요. 너무 덥지 않게 하는 것이 피부에 좋습니다. 습도는 40-60%가 적당합니다. 습도계를 하나 구입해서 확인해보세요. 생각보다 건조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습기를 틀거나, 젖은 빨래를 실내에 널거나, 화분을 키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릇에 물을 담아 여러 곳에 놓아두는 것도 간단한 방법입니다. 옷은 피부에 직접 닿는 속옷부터 순면으로 바꿔보세요. 모직이나 합성섬유는 피부를 자극합니다.
관리 2. 생활 속 작은 선택들이 모여 큰 변화
피해야 할 것들을 알아두세요.
커피, 홍차, 초콜릿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촉진합니다. 몸속 수분을 빠져나가게 만들어 피부를 더 건조하게 합니다. 술과 탄산음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녁 이후에는 카페인 음료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히스타민이 많은 음식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김치나 된장찌개 같은 발효식품을 드실 때는 너무 오래 숙성된 것보다 신선한 것을 선택하세요. 가공육(햄, 소시지), 숙성 치즈, 오래 보관한 생선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극적으로 챙겨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세요. 하루 1.5-2리터, 컵으로 6-8잔 정도가 적당합니다. 찬물보다는 따뜻한 물이 좋습니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이 흡수도 잘 되고 몸에 부담도 적습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에는 비타민과 항산화제가 풍부합니다.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고등어, 연어 같은 등푸른 생선의 오메가3도 염증 완화에 좋습니다. 수면도 중요합니다. 피부 재생은 주로 수면 중에 일어납니다. 최소 7시간은 주무시고, 가급적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규칙적인 패턴을 유지하세요.
관리 3. 긁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는 팁
밤에 자면서 무의식적으로 긁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에 피가 묻어있거나, 상처가 생겨있죠.
우선 손톱을 짧게 유지하세요. 면장갑을 끼고 자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려울 때는 손톱으로 긁지 말고, 손바닥으로 톡톡 두드려주세요. 신경 자극이 분산되어 가려움이 덜합니다. 냉찜질도 효과적입니다. 얼음을 수건에 싸서 가려운 부위에 대면 신경이 일시적으로 무뎌져 가려움이 줄어듭니다. 침실 온도를 조금 낮추고(18도 정도), 습도를 높이는 것(50-60%)만으로도 밤 가려움이 많이 줄어듭니다.
- 손톱 짧게 (잘 때 면장갑)
- 가려울 때 손바닥으로 톡톡
- 얼음에 수건 둘러서 냉찜질
- 침실 온도 낮추기 (1도)
- 습도 높이기 (50~60%)

이런 증상, 치료가 시급합니다.
생활 습관을 바꾸고 보습에 신경 썼는데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단순 건조증을 넘어선 문제일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증상들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아래 버튼을 누르거나, 서식을 남겨 증상을 공유해 주세요.
- 6주 이상 가려움증이 지속된다
- 피부에 특별한 병변은 없는데 가려움만 극심하다
- 체중이 이유 없이 줄거나, 자주 어지럽거나, 만성 피로가 심하다
- 보습제와 생활습관 개선에도 전혀 호전이 없다
-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가렵다
근본 원인을 찾는 여정
매년 겨울마다 증상이 반복되고 점점 심해진다면, 표면 아래 숨어있는 원인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특히 이런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 아토피, 건선 같은 피부질환이 있으셨던 분
- 소화 문제(설사, 변비, 복부팽만)가 함께 있는 분
- 특정 음식을 먹으면 확실히 피부가 나빠지는 분
- 스트레스 시기와 피부 악화 시기가 딱 맞아떨어지는 분
기능의학에서는 이럴 때 몇 가지를 확인합니다. 어떤 음식에 지연성 알레르기가 있는지(IgG 검사), 장 속 미생물 환경이 어떤지, 영양소 불균형은 없는지, 중금속이 축적되어 있진 않은지, 스트레스 호르몬 리듬은 정상인지 등을 살펴봅니다.
작은 실천이 만드는 큰 변화
겨울 심해지는 가려움증은 "그냥 참고 견뎌야 할 증상’이 아니라, 관리와 진료를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증상입니다. 피부는 우리 몸 전체 건강의 신호등입니다. 빨간불이 켜졌다면, 표면만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왜 빨간불이 켜졌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작은 관심과 실천이 쌓이면, 내년 겨울은 올해보다 훨씬 편안할 겁니다. 겨울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대신, 지금부터 내 피부와 몸에 귀 기울여보세요. 여러분의 피부가 보내는 신호를 듣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고, 해로운 것을 덜어내는 것이 진짜 건강한 겨울나기의 시작입니다.
모든 증상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증상이 심하거나 지속되는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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