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산만해?"
"조금만 더 집중하면 되잖아."
ADHD를 가진 분들, 혹은 ADHD 자녀를 둔 분들은 이런 말들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잘 아실 겁니다. 스스로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주변에서는 노력이 부족하다고만 합니다. 약을 처방받아도 마음 한편이 불편합니다. 부작용은 없을까, 평생 약에 의존해야 하는 건 아닐까.
정말, 의지의 문제일까?
주변에서는 의지의 문제라고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된다고, 좀 더 노력하면 된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ADHD를 가진 분들은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서 더 힘든 거죠.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고, ADHD라는 진단명을 듣고 나면 한편으로는 안도하게 됩니다.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 이유가 있었구나.'
하지만 곧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됩니다. 약을 처방받지만, 부작용이 걱정됩니다. 식욕이 떨어지고, 잠이 안 오고, 두통이 생기기도 합니다. 약을 먹으면 집중이 되는데,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평생 이 약에 의존해야 하는 걸까?' 하는 불안이 밀려옵니다.
하이맵의원에는 바로 이런 고민을 안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학병원에서 ADHD 진단을 받고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수면장애가 생겨 수면제를 추가하고, 기분이 가라앉아 항우울제까지 더해지면서 어느새 4, 5가지 약을 드시는 분들. 그럼에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불안과 가슴 두근거림이 더 심해졌다고 호소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을 뵐 때마다 저희는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립니다.
"과연 이 증상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ADHD라는 진단명 뒤에 숨어 있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요?

ADHD, '집중력 문제'라는 틀을 넘어서
ADHD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는 이름 그대로, 흔히 '집중을 못 하는 문제'로 이해됩니다. 그래서 치료도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물 중심으로 이루어지곤 합니다. 메틸페니데이트나 암페타민 같은 약물은 뇌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수치를 높여 일시적으로 집중력을 개선해 줍니다. 분명 효과가 있고,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약효가 떨어지면 증상이 다시 나타납니다. 장기 복용 시 내성이 생기거나 다양한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식욕 감소, 수면 장애, 두통, 복통, 심장 박동 증가 같은 증상들이 대표적입니다. 무엇보다 '왜 내 뇌가 이렇게 작동하게 되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못합니다. 증상을 억누르는 것과 원인을 해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니까요.
기능의학에서는 ADHD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단순히 '뇌의 결함'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몸 전체 시스템의 불균형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이해합니다. 장 건강, 영양 상태, 호르몬 균형, 환경독소 노출, 그리고 뇌파 패턴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어느 한 곳의 문제가 ADHD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하이맵의원에 다른 병원에서 ADHD 진단을 받고 오신 한 30대 여성 환자분의 사례가 있습니다. 정량뇌파검사를 시행했더니, 흥미로운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일반적인 ADHD에서 보이는 '집중력 결핍' 패턴이 아니라, 오히려 '과잉 각성 상태'를 나타내는 ‘고베타파’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실제 회복 사례’에서 이어집니다)
쉽게 말해, 뇌가 쉬지 못하고 계속 긴장 상태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집중하고 싶어도 마음이 분산되고,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ADHD라도 그 안에는 서로 다른 원인과 패턴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증상 뒤에 숨어 있는 5가지 원인
그렇다면 ADHD 증상을 일으키는 숨은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최신 연구들을 바탕으로 다섯 가지 주요 요인을 살펴보겠습니다.
ADHD 원인 1. 장과 뇌의 연결고리
우리 장 속에는 약 39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정말 많죠? 더 놀라운 건 이 미생물들이 단순히 소화를 돕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신경전달물질의 전구체를 만들고, 면역 반응을 조절하며, 뇌와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의학계에서는 이걸 '장-뇌 축'이라고 부릅니다. 장과 뇌가 마치 전화선으로 연결된 것처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024년 국제학술지 Brain, Behavior, & Immunit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ADHD 아동의 장내 미생물 구성은 건강한 아이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미생물 다양성이 낮고, 신경 신호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쇄지방산 수치도 떨어져 있었죠. 장의 '생태계'가 무너지면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입니다. 장이 불편하면 머리도 맑지 않다는 말이 과학적으로도 맞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ADHD 원인 2. 신경전달물질 대사의 문제
ADHD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물질이 바로 도파민입니다. 도파민은 동기부여, 보상 반응, 집중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무언가를 해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때의 즐거움, 이런 감정들이 모두 도파민과 관련이 있습니다. ADHD 환자에서는 이 도파민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도파민은 뇌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인데요. 도파민의 전구체인 페닐알라닌이나 티로신 같은 아미노산은 음식을 통해 섭취되고, 장에서 흡수되며, 장내 미생물도 이 과정에 관여합니다.
따라서 장 기능이 좋지 않으면 도파민 합성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무리 도파민을 높여주는 약을 복용해도,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공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이죠.

ADHD 원인 3. 영양소 결핍
우리 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양한 영양소가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아연, 철분, 마그네슘, 오메가-3 지방산은 특히 중요한데요.
아연은 도파민 대사에 직접 관여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아연을 ADHD 치료제와 함께 복용했을 때, 필요한 약물 용량이 약 37%까지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약은 덜 먹어도 된다는 뜻입니다.
철분은 도파민을 합성하는 효소인 티로신 하이드록실라아제의 핵심 구성요소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ADHD 아동의 84%에서 철분 저장량을 나타내는 페리틴 수치가 낮게 나타난 반면, 건강한 아이들에서는 18%만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죠. 철분이 부족하면 도파민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이것이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마그네슘은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부족하면 과잉행동이나 불안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ADHD 아동의 72%에서 마그네슘 결핍이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죠.
오메가-3 지방산, 특히 EPA와 DHA는 뇌세포막의 주요 구성성분이자 신경염증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ADHD 아동에서는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이 불균형한 경우가 많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ADHD 원인 4. 중금속과 환경독소
납, 수은, 비소 같은 중금속이 뇌 발달에 해롭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최근 연구들은 이런 중금속 노출이 ADHD 위험을 높인다는 것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4년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납 노출은 ADHD 위험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혈중 납 농도가 높을수록 ADHD 진단을 받을 확률도 높아졌습니다. 납은 도파민 경로를 직접 방해하고, 칼슘 의존 신경전달 체계의 균형을 깨뜨립니다. 수은과 비소 역시 특정 조건에서 ADHD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죠.
문제는 중금속 노출이 특별한 경우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래된 수도관, 특정 어류, 화장품, 일부 장난감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될 수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조금씩 축적된 중금속이 아이들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습니다.
ADHD 원인 5. 뇌파 불균형
우리 뇌는 끊임없이 전기적 신호를 만들어냅니다. 이를 ‘뇌파’라고 하는데, 뇌파의 패턴을 분석하면 뇌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ADHD에서는 전형적으로 세타파(느린 뇌파)가 과도하고 베타파(빠른 뇌파)가 부족한 패턴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치 엔진이 저속으로만 돌아가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홥입니다.
그런데 모든 ADHD 환자가 같은 패턴을 보이는 건 아닙니다. 앞서 얘기드린 것처럼, 오히려 과잉 각성 상태를 보이는 분들도 계십니다. 뇌가 너무 빠르게 돌아가서 오히려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는 거죠.
이런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치료를 적용한다면, 효과를 보기 어렵거나 오히려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정량뇌파검사(QEEG)를 통해 개인별 뇌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ADHD, ‘원인’ 규명이 먼저
하이맵의원에서는 ADHD 증상을 호소하시는 분들에게 정밀한 검사를 권해드립니다. '왜 이런 증상이 생겼는지'를 알아야 '어떻게 치료할지'를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량뇌파검사를 통해 뇌의 기능적 상태를 수치화하여 분석합니다. 세타파와 베타파의 비율은 어떤지, 과잉 각성 상태인지 저각성 상태인지, 좌우 뇌의 균형은 맞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합니다.
자율신경검사로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확인합니다. ADHD 환자 중 많은 분들이 교감신경 항진 상태에 있습니다. 항상 긴장하고 있으니 쉽게 지치고,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소변유기산검사는 도파민을 비롯한 신경전달물질의 대사 상태와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평가합니다. 모발미네랄검사로 중금속 축적 여부와 필수 미네랄 결핍 상태를 확인하고, 장내미생물검사로 장-뇌 축의 상태를 파악합니다.
이렇게 다각도로 원인을 분석한 후에는 개인별 맞춤 치료를 설계합니다. 뇌파 불균형이 확인된 경우에는 rTMS(경두개자기자극술)를 통해 뇌의 특정 부위를 안전하게 자극하여 뇌파 패턴을 정상화합니다.
하이맵의원은 6만 건 이상의 rTMS 시술 경험을 바탕으로, 정량뇌파 분석 결과에 따라 자극 위치와 강도를 세밀하게 조절하고 있습니다. 약물 없이 뇌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죠.
영양 불균형이 발견되면 검사 결과에 기반한 맞춤 영양처방을 진행합니다.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고,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장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식이조절, 프로바이오틱스, 장누수 회복 영양요법을 병행합니다. 중금속 축적이 확인되면 해독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약물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급성기에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몸의 기능을 회복시켜 약을 줄여나가는 것이 진정한 회복이라고 저희는 믿습니다.
실제 ADHD 회복 사례
30대 초반의 한 여성분이 계셨습니다. 대학병원에서 ADHD 진단을 받고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밤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수면제가 추가되었습니다. 그러자 낮에 기분이 가라앉고 무기력해졌습니다. 항우울제도 처방받았습니다. 1년이 지나니 복용하는 약이 4종류가 넘었고, 오히려 불안과 가슴 두근거림, 감정 폭발 같은 공황장애 증상까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하이맵의원에서 진행한 정량뇌파검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옵니다. 일반적인 ADHD에서 보이는 집중력 결핍 패턴이 아니라, 고베타파 과활성과 좌측 전두엽 알파파 소실이 관찰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뇌가 과도하게 각성된 상태였던 것입니다. 집중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뇌가 쉬지 못해서 지쳐 있었습니다. 자율신경검사에서도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부교감신경 활성이 저하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소변유기산검사에서는 도파민 대사 이상과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모발미네랄검사에서는 아연과 마그네슘 부족, 수은 농도 상승이 나타났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계획을 세웠습니다. 정량뇌파 기반으로 설계한 rTMS 치료를 6주간 진행하여 과각성된 뇌파 패턴을 안정화했습니다. 장 기능 회복을 위한 식이조절과 함께 부신 회복 영양처방을 병행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협진을 통해 항우울제와 수면제 감량 프로토콜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약 3개월 후, 수면 리듬이 회복되었고 공황 증상도 80% 이상 호전되었습니다. 복용하던 약 중 두 종류는 완전히 중단하고, 한 종류는 감량 중입니다. 정량뇌파 추적 검사에서도 과도했던 고베타파가 감소하고 안정화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분이 마지막에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는 약 끊는 게 무섭지 않아요. 제 몸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
다시 한 번 강조드립니다. ADHD는 단순히 '집중을 못 하는 병'이 아닙니다. 그 증상 뒤에는 장 건강, 영양 상태, 환경독소, 뇌파 균형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 연결고리를 이해하지 않고 증상만 억누르려 한다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습니다. 약으로 집중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하이맵의원은 22년간의 기능의학 임상 경험과 7만 건 이상의 기능의학 검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ADHD를 포함한 다양한 뇌·신경기능 문제에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증상의 근본 원인을 찾고, 약물에만 의존하지 않는 통합적 치료를 지향합니다. 내과, 가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함께 협진하고, 영양사가 맞춤 식이 상담을 제공합니다.
집중이 안 되는 게 의지의 문제가 아니듯, 회복도 혼자 힘으로만 해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내원해 여러분이 겪고 계신 어려움과 불편함을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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