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하는 소리가 하루 종일 귓속에서 맴돌아요."
이명을 겪는 분들이 진료실에서 자주 꺼내는 말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 '소리'의 모습은 사람마다 놀라울 정도로 다릅니다.
어떤 분은 높은 금속음이 끊임없이 울린다고 하고, 어떤 분은 심장이 뛸 때마다 쿵쿵 소리가 귀에서 함께 뛴다고 합니다. 또 어떤 분은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매미 우는 소리 같기도 하다며 표현조차 어려워합니다.
이처럼 이명은 단순히 "귀에서 소리가 난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증상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소리의 차이' 속에 원인을 찾는 중요한 단서가 숨어 있습니다. 내 이명이 어떤 종류인지 이해하는 것, 그것이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주관적 이명 vs 객관적 이명
이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바로 주관적 이명과 객관적 이명입니다.
주관적 이명은 오직 본인만 들을 수 있는 소리입니다. 의사가 청진기를 대도, 어떤 검사 장비를 사용해도 그 소리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전체 이명 환자의 약 95% 이상이 이 주관적 이명에 해당합니다. "분명히 들리는데 왜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 걸까?"라는 답답함을 느끼셨다면, 바로 이 주관적 이명의 특성 때문입니다.
반면 객관적 이명은 의사도 청진기나 특수 장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소리입니다. 실제로 몸 안에서 소리가 발생하고 있는 경우죠.
혈관을 타고 흐르는 혈류 소리, 귀 주변 근육의 경련으로 인한 소리, 이관(귀와 목을 연결하는 관)의 문제로 인한 소리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객관적 이명은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원인이 명확한 경우가 많아 그 원인을 해결하면 이명도 함께 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주관적 이명’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비박동성 이명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소리)
주관적 이명은 다시 비박동성 이명과 박동성 이명으로 나뉩니다. 그중 비박동성 이명이 가장 흔합니다.
비박동성 이명은 심장 박동과 상관없이 지속되는 소리입니다. 맥박의 리듬과 무관하게 계속해서 들리는 것이 특징이죠.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이 표현하는 소리의 종류는 정말 다양합니다.
"삐— 하는 고음이 끊이지 않아요."
"웅— 하는 저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요."
"찌르르 하는 전자음 같아요.”
"매미 우는 소리가 귀에서 나요."
"금속을 긁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예요."
이렇듯 비박동성 이명은 음높이와 소리의 특성에 따라 다시 세분화됩니다.
음높이에 따른 분류를 보면, 고음 이명은 "삐—", "찌—" 같은 날카로운 소리로 나타나고, 저음 이명은 "웅—", "우—" 같은 묵직한 소리로 느껴집니다. 중음 이명은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며, 바람 소리나 물 흐르는 소리에 가깝다고 표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소리의 특성도 다양합니다. 어떤 분은 한 가지 음만 들린다고 하고(단일음), 어떤 분은 여러 소리가 섞여서 들린다고 합니다(복합음). 하루 종일 끊이지 않고 들리는 경우(지속음)도 있고, 특정 상황에서만 들리는 경우(간헐음)도 있습니다.
비박동성 이명은 주로 청각 신경계의 문제, 내이(달팽이관)의 손상, 또는 뇌가 소리 신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이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뇌의 청각 피질이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실제로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현상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명이 단순한 '귀 문제'가 아니라 '뇌 문제'이기도 한 이유입니다.
박동성 이명 (심장 박동과 함께 뛰는 소리)
박동성 이명은 비박동성 이명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심장이 뛸 때마다, 맥박의 리듬에 맞춰 소리가 들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쿵, 쿵, 쿵... 심장 소리가 귀에서 들려요."
"맥박이 뛸 때마다 귀에서 쉭쉭 소리가 나요."
"누우면 귀에서 피가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박동성 이명은 다시 ‘맥박 동기성’과 ‘비맥박 동기성’으로 구분됩니다.
‘맥박 동기성’ 박동성 이명은 정확히 심장 박동과 일치하는 리듬으로 소리가 들립니다. 손목에서 맥박을 짚어보면서 귀에서 나는 소리와 비교해보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반면 비맥박 동기성은 박동하는 느낌은 있지만, 심장 박동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 경우입니다.
박동성 이명은 혈관과 관련된 원인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귀 주변 혈관의 혈류 변화, 고혈압으로 인한 혈류량 증가, 동맥경화로 인한 혈관 내 난류, 또는 혈관 기형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박동성 이명은 비박동성 이명에 비해 기질적(구조적)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밀 검사를 통해 혈관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박동성 이명이라고 해서 반드시 심각한 혈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트레스나 피로, 카페인 과다 섭취, 수면 부족 등으로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박동성 이명이 지속된다면, 한 번쯤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종류를 알았다면, 이제 '왜'를 물어야 할 때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제 내 이명이 어떤 종류에 해당하는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히셨을 겁니다. 비박동성인지, 박동성인지. 고음인지, 저음인지. 지속적인지, 간헐적인지.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이명의 종류를 아는 것은 진단의 출발점일 뿐, 치료를 위해서는 "왜 이 소리가 시작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같은 비박동성 고음 이명이라도 사람마다 원인이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체내 중금속 축적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호르몬 불균형이, 누군가에게는 장 건강의 문제가 이명의 뿌리일 수 있습니다.
기능의학은 이명을 단일한 증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우리 몸 전체 시스템의 불균형이 보내는 신호로 바라봅니다. 귀에서 나는 소리는 결과이고, 그 원인은 몸 어딘가에서 무너진 균형에 있다는 것이죠. 이제 그 원인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명을 일으키는 5가지 기능의학적 원인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이명의 원인은 크게 5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5가지는 서로 독립적이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1. 염증
#조용히 번지는 불씨
만성 염증은 우리 몸 곳곳에서 조용히 문제를 일으킵니다. 특히 청각 신경계는 염증에 민감합니다. 체내 염증 수치가 높아지면 신경 세포가 과민해지고, 뇌가 소리 신호를 비정상적으로 처리하게 됩니다.
장 건강이 무너지면 장벽의 투과성이 높아지면서(이른바 '장 누수') 염증 물질이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질 수 있습니다. 이 염증이 뇌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청각 피질의 과민 반응을 유발할 수 있죠. 실제로 많은 이명 환자분들이 소화 장애나 장 문제를 함께 호소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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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소와 중금속
#보이지 않는 신경 독성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독소에 노출됩니다. 미세먼지, 중금속, 환경 호르몬, 식품 첨가물 등. 이러한 독소들이 체내에 축적되면 신경계에 독성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은, 납, 알루미늄 같은 중금속은 신경 세포에 직접적인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청각 신경도 예외가 아닙니다. 모발 미네랄 검사나 소변 유기산 검사를 통해 체내 독소 축적 상태를 확인해볼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독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3. 뇌기능 이상
#과민해진 청각 중추
이명은 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뇌의 문제입니다. 소리를 듣는 것은 귀이지만, 그 소리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것은 뇌이기 때문입니다.
뇌의 청각 피질이 과민하게 활성화되면, 실제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리가 없는데도 뇌가 소리를 '만들어내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주관적 이명의 핵심 메커니즘입니다. 정량뇌파검사(qEEG)를 통해 뇌의 어느 부위가 과활성화되어 있는지, 뇌파의 균형이 어떻게 무너져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호르몬 불균형도 뇌기능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의 만성적인 상승은 뇌의 과각성 상태를 유발하고, 이것이 이명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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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사기능 이상
#에너지 생산의 문제
수면 장애는 대사기능 이상의 대표적인 원인이자 결과입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세포의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이것이 신경계의 피로와 과민 반응으로 이어집니다. 많은 이명 환자분들이 "잠을 못 자면 이명이 더 심해진다"고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혈당 조절 문제, 갑상선 기능 이상, 영양소 결핍 등도 대사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입니다. 기능의학 검사를 통해 이러한 대사적 불균형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5. 사회심리적 요인
#스트레스, 우울, 불안
"스트레스받으면 이명이 더 심해져요."
이 말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입니다. 스트레스, 우울, 불안은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교감신경이 과활성화되면 몸은 항상 긴장 상태에 놓이고, 이 긴장이 뇌의 과각성으로 이어져 이명을 악화시킵니다.
특히 이명 자체가 스트레스와 불안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소리가 평생 계속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불안을 키우고, 그 불안이 다시 이명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형성되는 것이죠.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이명에 대한 인지적 접근과 함께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회복하는 치료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명, 원인을 찾으면 길이 보입니다.
이명은 단순히 "귀에서 소리가 난다"는 하나의 증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박동성인지 비박동성인지, 고음인지 저음인지, 지속적인지 간헐적인지에 따라 그 양상이 다르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원인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같은 이명이라도 접근법이 달라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뇌파의 균형을 회복하는 치료가 필요하고, 누군가에게는 장 건강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 관리와 수면 개선이 가장 중요한 열쇠일 수 있죠.
중요한 것은 내 이명의 종류를 이해하고, 그 뿌리에 있는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원인을 알면 치료의 방향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조용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이명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면, 혼자 견디지 마세요.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근본 원인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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