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부터 우울증, 아토피 치료.. 왜 ‘장’부터 봐야 할까?

이 글은 "머리가, 피부가 문제인데 왜 장부터 보시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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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02, 2026
이명부터 우울증, 아토피 치료.. 왜 ‘장’부터  봐야 할까?
우울증부터 불면증, 공황장애, 아토피까지.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대개 비슷합니다. 밤마다 잠들지 못해 지쳐버린 분, 이유 없이 불안이 밀려와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분, 아침에 눈을 떠도 살아갈 의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분.
 
대부분 이미 여러 병원을 거쳐 오셨고, 손에는 몇 가지 약이 들려 있습니다. 그리고 검사 결과지에는 '특별한 이상 없음'이라고 적혀 있는 경우도 있죠.
우리는 오랫동안 이런 증상들을 '뇌의 문제'로 바라봐 왔습니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니 세로토닌을 올려주는 약을 쓰고, 뇌의 각성 수준이 높으니 진정시키는 약을 쓰는 식입니다.
 
물론 이 접근이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개운하지 않다고 느끼시는 분들, 약을 줄이면 다시 증상이 돌아오는 분들, 시간이 지날수록 약의 종류와 용량만 늘어가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그 고민 끝에 시선을 조금 더 아래로 내렸습니다. 뇌에서 장으로. 그리고 그 지점에서 생각보다 많은 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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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과 뇌는 ‘가까운 사이’

 
'배가 아파서 기분이 안 좋다'는 말, 혹은 '긴장하면 배가 아프다'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장과 마음의 연결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 연구를 통해 이건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증명된 연결고리라는 것이 조금씩 밝혀져 왔습니다.
 

장은 '제2의 뇌'입니다.

 
우리 몸에서 뇌 다음으로 신경세포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바로 입니다. 장에는 약 5억 개의 신경세포가 분포해 있는데, 이를 '장신경계'라고 부릅니다. 놀라운 점은 이 장신경계가 뇌의 명령 없이도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장을 '제2의 뇌'라고 부릅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연구진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장에서 발생한 자극이 뇌로 신호를 보내 기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오랜시간 우리는 불안하거나 우울하면 속도 불편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뇌가 원인이고 장은 결과라고 본 것이죠.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그 반대 방향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장의 문제가 먼저 생기고, 그것이 뇌에 영향을 미쳐 우울이나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행복 호르몬, 어디서 만들어질까요?

 
세로토닌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흔히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신경전달물질인데요. 우울증 치료제의 상당수가 이 세로토닌 수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이 세로토닌이 주로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아시나요?
 
놀랍게도 우리 몸 전체 세로토닌의 약 90%는 뇌가 아닌 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정확히 말하면 장 점막에 있는 '장크롬친화세포'라는 특수한 세포가 세로토닌을 생산하죠.
 
2015년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연구진은 더 흥미로운 발견을 했습니다. 장내 미생물이 세로토닌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이 장내 미생물이 없는 실험 쥐를 관찰했더니, 정상 쥐에 비해 장의 세로토닌 수치가 60퍼센트나 낮았습니다. 그리고 이 쥐들에게 정상적인 장내 미생물을 이식하자 세로토닌 수치가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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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향으로 대화하는 뇌와 장

 
"뇌와 장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양방향으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팀은 한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 운동이 달라지고, 반대로 장에 문제가 생기면 뇌에 신호가 전달되어 불안이나 우울감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
 
실제로 과민성장증후군을 앓는 환자분들 중 상당수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함께 경험합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그 비율이 40퍼센트에서 높게는 90퍼센트에 이른다고 보고하는데요. 단순히 장이 불편하니까 기분이 안 좋은 것일까요? 아니면 둘 사이에 더 깊은 연결고리가 있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이 연결고리를 '장-뇌 축'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축을 따라 장과 뇌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무너진 장, 어떻게 뇌로 연결되나?

 
여기까지 읽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제 장과 뇌가 연결되어 있다는 건 이해되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장의 문제가 어떻게 우울증이나 불안, 불면으로 이어지는 걸까요? 크게 3가지 경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1.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무너질 때

 
우리 장 속에는 약 39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이 숫자가 얼마나 큰지 감이 안 오실 수 있는데,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수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미생물들은 우리가 먹은 음식을 분해하고, 비타민을 만들고, 면역 체계를 훈련시키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미생물들 중에는 우리 몸에 ‘이로운’ 것도 있고, ‘해로운’ 것도 있습니다. 보통 건강한 장에서는 이로운 미생물이 우세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요. 문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 균형이 깨질 때 발생합니다. 항생제 남용, 잘못된 식습관, 만성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균형이 깨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유익한 미생물이 줄어들면서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에 문제가 생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세로토닌을 비롯한 여러 신경전달물질이 장내 미생물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특정 프로바이오틱스가 우울과 불안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항불안제와 유사한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고 보고하기도 했죠.
 

2. 장 점막이 새어나갈 때

 
장 점막은 우리 몸과 외부 세계를 구분하는 경계선입니다. 건강한 장 점막은 필요한 영양소는 흡수하면서 해로운 물질은 차단하는데요. 그런데 이 점막이 손상되면 어떻게 될까요?
 
장 점막의 세포들 사이에는 아주 촘촘한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이 점막이 느슨해지면 평소라면 통과하지 못했을 물질들이 장벽을 넘어 혈류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런 상태를 '장투과성 증가', 다시 말해 ‘장누수증후군'이라고 부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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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류로 들어간 독소나 미생물 조각들은 면역 시스템을 자극합니다. 우리 면역 세포의 약 70퍼센트가 장 주변에 모여 있는데, 이들이 침입자를 감지하면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진짜 문제는 이 염증이 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건데요.
 
염증 물질들은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뇌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염증 물질들이 뇌와 혈관 사이의 장벽까지 통과합니다. 그 결과 뇌 기능에 변화가 생기고 불안, 우울, 기억력 저하 같은 증상으로 연결됩니다.
 
실제로 하버드 의과대학의 알레시오 파사노 박사 연구팀은 장 투과성(조눌린)과 다양한 자가면역·염증성·신경발달 질환의 연관성을 제시해 왔습니다. 다른 다수의 연구·리뷰에서도 장 투과성과 우울·불안·ASD 등 신경정신질환 사이의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죠.
 

3. 세로토닌을 만들 재료가 부족할 때

 
우리 몸이 세로토닌을 만들려면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필요합니다. 트립토판은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입니다. 그런데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으로 바뀌는 길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른 경로로 빠질 수도 있는데요.
 
특히 몸에 염증이 있을 때 트립토판은 세로토닌 대신 '키누레닌'이라는 물질로 전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염증이 만성화되면 트립토판이 계속 키누레닌 쪽으로 빠져나가면서 세로토닌을 만들 재료가 부족해집니다. 결과적으로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지고, 우울이나 불안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이 바로 항우울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세로토닌이 뇌에서 더 오래 머물도록 도와주는 약이 있어도, 애초에 세로토닌을 만들 재료가 부족하거나 만드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장부터 살피는 ‘결정적 이유’

 
하이맵의원은 이런 최신 연구들과 더불어, 실제 임상 사례 경험을 종합해 우울증이나 불면증, 공황장애로 오신 환자분들께 장 건강부터 살피는 편입니다. 이 지점에서 정신과 증상인데 ‘왜 장 이야기를 하냐’며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이명으로 오신 환자분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불면증을 함께 가지고 계셨습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분,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분들도 우울감을 많이 호소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질환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임상 경험이 쌓이면서 다른 가능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질환들의 ‘뿌리’가 같을 수 있다는 것.
 
보이지 않던 질병의 ‘뿌리’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대
보이지 않던 질병의 ‘뿌리’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대
 

실제 경험, 사례로 입증

 
현대 의학의 분류에 따르면 이명은 이비인후과, 피부염은 피부과, 우울증은 정신건강의학과의 영역입니다. 환자분이 각각의 전문의를 찾아가면 각자의 관점에서 약을 처방받게 됩니다. 그런데 증상의 근본 원인이 공유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원인은 그대로인 채 약만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장-뇌 축'에 주목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장 건강이 회복되면서 뇌 증상까지 함께 좋아지는 사례들을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약물뿐 아니라 장 건강이 뇌 건강을 위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많은 환자분들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하이맵의원에서는 이런 통합적 관점을 담아 진료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기능의학에서 이야기하는 7가지 핵심 시스템에 뇌 기능 최적화를 위한 3가지 균형 요소를 더한 것이 바로 하이맵의원만의 접근법이죠.(관련 글 : 기능의학의 중추, ‘7Core, 3Balance’ 바로알기)
 
소화와 흡수, 호르몬, 염증과 독소, 뇌 기능, 대사 기능을 함께 살펴보고, 각 환자분에게 맞는 회복 계획을 세웁니다.
 
장내미생물검사를 통해 장 속 환경을 파악하고, 유기산검사로 대사 과정의 문제를 확인합니다. 정량뇌파검사로 뇌 기능 상태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경두개자기자극술과 같은 비약물 치료를 병행합니다. 여기에 영양 처방, 식이 요법, 생활 습관 교정까지 더해 통합적인 회복을 돕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7만 건 이상의 기능의학 검진 데이터가 쌓였습니다. 그 데이터가 보여주는 건 명확하죠. 뇌와 장은 따로 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장-뇌 축의 건강을 함께 회복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새로운 관점이 열어주는 가능성

 
"약을 줄일 수 있을까요?"
 
진료실에서 이 질문을 하시는 분들의 표정에는 조심스러움과 간절함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오랫동안 약에 의존해 왔지만, 한편으로는 약 없이도 괜찮아지고 싶다는 바람이 있으신 거죠.
 
저는 이 질문에 쉽게 "네"라고 대답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필요한 치료의 종류와 기간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장-뇌 축이라는 새로운 관점은 그 가능성을 조금 더 넓혀준다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치료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를 오직 '뇌의 문제'로만 바라보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세계 유수의 의료기관과 연구소에서 장-뇌 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들이 임상 현장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밝혀야 할 것들이 많고, 개인마다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방향 만큼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는 게 사실이죠.
 
기능의학이 제안하는 것은 단순한 '치료'가 아닙니다. 몸 전체의 기능을 살펴보고,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도록 돕는 '회복의 설계'입니다. 장을 건강하게 하고, 염증을 줄이고, 필요한 영양소를 채우고, 생활 습관을 조정하는 과정 속에서 뇌 기능도 함께 회복되는 것을 많은 분들을 통해 경험해 왔습니다.
 
하이맵의원이 지향하는 것은 몸과 마음, 그리고 뇌를 따로 보지 않는 통합적인 접근입니다. 증상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생긴 원인을 찾아 회복을 돕는 것입니다. 그 출발점에 '장 건강'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왜 장부터 보시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저희의 대답입니다. 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다른 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물론 모든 분께 같은 결과를 약속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방법으로 충분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관점에서 한 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를, 특히 장이 보내는 신호를 함께 읽어가는 것. 그 지점에서 보이지 않던 회복의 실마리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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