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누수증후군의 원인, 바른 치료 방법에 대하여

우리 장은 단순히 음식을 소화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외부 환경과 우리 몸 내부를 구분하는 가장 큰 경계면이자,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막을지 결정하는 정교한 관문입니다. 이 관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우리 몸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하이맵의원's avatar
Dec 08, 2025
장누수증후군의 원인, 바른 치료 방법에 대하여
'장누수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라는 용어는 아직 공식적인 의학 진단명이 아닙니다. 하지만 '장 투과성 증가(Increased Intestinal Permeability)'라는 현상은 분명히 존재하며, 수십 년간 연구되어 온 의학적 사실입니다.
우리 장은 단순히 음식을 소화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외부 환경과 우리 몸 내부를 구분하는 가장 큰 경계면이자,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막을지 결정하는 정교한 관문입니다. 이 관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우리 몸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우리가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이해의 깊이를 더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장벽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우리 장 점막은 단 한 겹의 세포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얇디얇은 이 세포층이 약 7미터에 달하는 소화관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얇은 막이 평생 동안 우리 몸을 지켜낸다는 사실입니다.
 
장 점막 세포들은 서로 '밀착결합(Tight Junction)'이라는 구조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치 벽돌 사이의 시멘트처럼, 세포와 세포 사이를 빈틈없이 메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밀착결합은 물과 영양소처럼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은 통과시키면서, 세균이나 독소 같은 유해 물질은 차단하는 '선택적 투과막' 역할을 합니다.
 
공항의 보안검색대를 떠올려 보세요.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승객(영양소)은 통과시키고 위험물(독소)은 걸러냅니다. 하지만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면 어떨까요? 검사 없이 모든 것이 통과되거나, 반대로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notion image
 
2000년, 미국의 알레시오 파사노(Alessio Fasano) 박사 연구팀은 이 밀착결합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조눌린(Zonulin)'입니다. 조눌린은 현재까지 알려진 대표적인 장 투과성의 생리적 조절자입니다. 이 단백질이 분비되면 밀착결합이 느슨해지고, 분비가 멈추면 다시 조여집니다.
 
문제는 특정 자극에 의해 조눌린이 과도하게 분비될 때 발생합니다. 밀착결합 사이의 틈이 비정상적으로 벌어지면서, 원래는 통과하지 못해야 할 물질들이 장벽을 넘어 혈류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장이 샌다'고 표현되는 현상의 실체입니다.
 

장 투과성이 증가하는 원인들

 
그렇다면 무엇이 조눌린 분비를 촉진하는 등 장벽을 약화시킬까요? 아래 주요 원인들을 안내해드립니다.
 

첫째, 우리가 먹는 음식

 
고당분, 고지방 식단은 장내 유해균의 성장을 촉진하고 염증을 유발합니다. 특히 초가공식품에 포함된 식품첨가물들은 밀착결합 단백질의 기능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밀에 포함된 글리아딘(글루텐의 구성성분)은 조눌린 분비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셀리악병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서도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둘째, 장내 미생물 불균형입

 
우리 장에는 약 39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면(유익균은 줄고 유해균이 늘어나면) 장벽 기능도 함께 약화됩니다. 유익균이 만들어내는 단쇄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s)은 장 점막 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이자 밀착결합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만성 스트레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만성 스트레스로 코르티솔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 장 점막의 혈류가 감소하고 점막세포의 재생이 느려집니다. 현재 하버드 의대 연구진을 포함한 여러 국제 연구팀들이 심리적 스트레스가 실제로 장 투과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하고 있죠.
 

넷째, 특정 약물 영향

 
항생제는 유해균뿐 아니라 유익균까지 함께 제거하여 장내 생태계를 교란시킵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는 장 점막에 직접적인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위산억제제의 장기 복용 역시 장내 환경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외에도 과도한 음주, 수면 부족, 환경 독소 노출 등이 장벽 기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요인들이 대부분 현대인의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이라는 사실입니다.
 
notion image
 

장이 새면 어떻게 되죠? (연관 증상과 질환)

 
장벽이 약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가장 먼저, 장내 세균의 세포벽 성분인 LPS(지질다당류, Lipopolysaccharide)가 혈류로 유입됩니다. LPS는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내독소입니다. 소량이라도 혈중에 존재하면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경보를 울리기 시작합니다.
 
이 면역 반응이 지속되면 '저등급 만성 염증(Low-grade Chronic Inflammation)' 상태에 빠집니다. 열이 나거나 통증이 느껴지는 급성 염증과 달리, 저등급 만성 염증은 본인도 모르게 몸 곳곳에서 조용히 진행됩니다. 그리고 이 염증이 다양한 증상과 질환의 토대가 됩니다.
 
소화기 증상으로는 복부 팽만감, 가스, 설사와 변비의 반복, 음식 불내증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이나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진단받는 분들 중 상당수가 장 투과성 증가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면역 관련 문제도 흔합니다. 장벽을 통해 들어온 이물질에 대한 면역 반응이 과도해지면, 자기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제1형 당뇨병, 셀리악병 등의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게서 장 투과성 증가가 관찰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피부 문제 역시 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피부는 장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 건선, 만성 두드러기, 여드름 등 난치성 피부질환의 배경에 장 건강 문제가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이맵의원에서 만나는 환자분들 중에는 단일 증상보다 여러 증상을 복합적으로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소화 문제와 피부 트러블, 만성 피로와 브레인포그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이런 복합 증상의 공통 분모에 장 건강이 있을 수 있습니다.
 
notion image
 

장 건강이 뇌 건강까지 좌우한다?

 
"우울하거나 잠이 안 오는데 왜 장부터 보시나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장-뇌 축(Gut-Brain Axis)' 개념부터 설명드려야 합니다.
 
우리 장에는 수 억 개의 신경세포가 분포해 있습니다. 이를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라고 부르며, 그 복잡성 때문에 '제2의 뇌'라고도 합니다. 장신경계는 뇌와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미주신경을 통해 뇌와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 몸의 세로토닌 중 약 90%가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 세로토닌은 기분, 수면, 식욕을 조절하는 핵심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장 환경이 나빠지면 세로토닌 합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장 투과성이 증가하면 뇌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혈류로 유입된 LPS와 염증 물질들은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의 투과성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뇌 안으로 들어간 염증 신호는 뇌세포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우울, 불안,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진은 "장의 문제가 뇌에 신호를 보내고, 뇌의 문제가 장에 신호를 보낸다"며 이 양방향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들이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동반하는 비율이 높은 것도, 장 건강 개선이 기분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도 이 연결고리로 설명됩니다.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진을 포함한 여러 연구자들은 ‘장–뇌 축이 양방향으로 소통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에서 오는 신호가 기분·불안 수준에 영향을 주고, 뇌의 스트레스·정신상태가 장 기능과 통증 인식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서 우울·불안 동반 비율은 일반 인구보다 크게 높은 편입니다. 뿐만 아니라 장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기분·불안 증상까지 함께 완화되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이맵의원에서는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진료할 때 장 기능을 함께 평가합니다. 22년간의 임상 경험을 통해 장 환경 개선이 정신건강 증상 완화로 이어지는 사례를 수없이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뇌만 보지 않고 장-뇌-호르몬 축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것, 이것이 하이맵의원의 핵심입니다.
 
notion image
 

하이맵의원의 장누수증후군 접근법

 
그렇다면, 하이맵의원에서는 장 건강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치료할까요?
 
“원인 파악 → 맞춤형 통합 치료 설계 → 회복”
 

1. 정밀 검진과 원인 규명

 
장내미생물검사로 장내 세균 생태계의 균형 상태를 분석합니다. 어떤 균이 부족하고 어떤 균이 과잉인지,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율은 어떤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합니다.
 
소변유기산검사는 세포 수준의 대사 기능을 평가합니다.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 능력, 신경전달물질 대사, 해독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장 문제가 전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푸드알러지검사(지연성 알러지검사)로 본인도 모르게 염증을 유발하는 음식을 찾아냅니다. 즉각적인 알러지 반응과 달리, 지연성 알러지는 섭취 후 수 시간에서 수일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검사를 통해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맞춤형 통합 치료 설계

 
맞춤형 영양처방을 통해 개인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정확한 용량으로 보충합니다. 메타해독 프로그램으로 간, 장, 세포 수준의 독소 배출을 돕습니다. 필요한 경우 수액치료를 통해 영양소를 빠르게 공급하여 회복을 촉진합니다.
 

3. 장-뇌-호르몬 축

 
22년간 7만 건 이상의 기능의학 검진 경험을 통해 우리가 확인한 것은, 장 문제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장 건강이 무너지면 호르몬 균형이 흔들리고, 호르몬 불균형은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하이맵에서는 정량뇌파검사, 자율신경검사, 타액호르몬검사 등을 함께 활용하여 몸 전체의 기능적 균형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장은 '고쳐지는' 기관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장 점막 세포약 3~5일마다 새로운 세포로 교체됩니다. 우리 몸에서 가장 빠르게 재생되는 조직 중 하나입니다. 이는 곧 장벽 기능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원인을 제거하고 적절한 영양을 공급하면, 장은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일반 내과에서 별다른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약을 먹어도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능의학 검사는 일반 병원에서 보지 않는 이 '기능적 불균형'을 찾아냅니다. 장 투과성 증가도 그중 하나입니다. 원인을 알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장 건강 회복은 거창한 것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가공식품을 줄이고, 채소와 발효식품을 늘리고, 충분히 자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 장 환경을 바꾸고, 장 환경의 변화가 전신의 건강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오랜 기간 누적된 문제라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정확한 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회복의 지름길입니다.
Share article

기능의학의 중심 '하이맵의원'에서 운영하는 기능의학 라이브러리 '하이브러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