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의 무늬가 선명하게 보일 만큼 또렷한 의식. 옆에서 들려오는 가족의 평화로운 숨소리. 시계는 벌써 새벽 3시를 가리키는데, 잠은 여전히 저 멀리 있습니다. '내일도 피곤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초조해지고, 그 초조함이 다시 잠을 쫓아냅니다.
혹시 이런 밤이 며칠째, 몇 달째, 아니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면, 지금 이 글을 꼭 끝까지 읽어보세요. 당신의 불면증은 더 이상 '참고 견딜'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불면증, 단순한 '잠 부족'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불면증을 '그저 잠을 못 자는 병' 정도로 가볍게 여깁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불면증은 명확한 진단 기준을 가진 수면장애입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정신질환 진단 기준(DSM-5)에 따르면, 불면증은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충분한 수면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들기 어렵거나 수면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가 일주일에 3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이 정의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충분한 수면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입니다. 야근이나 육아로 잠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과는 다릅니다. 시간은 있는데, 몸이 잠을 거부하는 상태, 이것이 진짜 불면증이죠.

당신은 어떤 유형의 불면증인가요?
불면증은 크게 3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입면 장애
잠자리에 누워서 30분이 지나도 잠들지 못한다면 여기에 해당합니다. 머릿속이 극장처럼 하루 종일의 일들을 재생하거나, 내일의 걱정들이 줄을 서서 찾아옵니다. 몸은 지쳐 있는데 정신은 마라톤을 뛰는 것처럼 활발합니다. 바로 우리 몸의 각성 시스템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었다는 신호입니다.
2. 수면 유지 장애
한밤중에 여러 번 깨고, 다시 잠들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겨우 잠들었다 싶으면 1시간도 안 되어 눈이 떠집니다. 화장실도 가고 싶지 않은데 깨어있고, 다시 잠들려면 또 한 시간. 이런 분들의 수면 그래프를 보면 마치 톱니바퀴처럼 들쭉날쭉합니다. 깊은 잠에 도달하지 못하고 얕은 잠만 반복하는 것이죠.
3. 조기 각성
원하는 시간보다 2시간 이상 일찍 깨서 다시 잠들 수 없는 상태입니다. 새벽 4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집니다. 아직 창밖은 깜깜한데, 더 자려고 해도 잠은 오지 않습니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가 어긋났거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너무 일찍 분비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치료가 시급할까? 셀프 체크리스트
"아직 병원 갈 정도는 아니에요."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인데요. 그래서인지 대부분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찾아오십니다. 그렇다면 언제가 '병원을 찾아야 할 적절한 시기'일까요?
다음 체크리스트를 천천히 읽으며 체크해보세요.
□ 회의 중에 졸음을 참기 어렵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 운전 중 깜빡 졸아서 아찔했던 경험이 있다
□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감정 조절이 어렵다
□ 두통, 어지러움, 소화불량이 함께 나타난다
□ 수면제나 술 없이는 잠들 수 없다
□ 불면증 때문에 대인관계나 직장생활에 지장이 생겼다
□ "잠만 잘 잤으면"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든다
3개 이상 해당된다면, 이미 치료가 필요한 단계입니다. 특히 수면제나 알코올에 의존하고 계시다면, 하루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장합니다.

불면증의 ‘위험 단계’도 참고하세요.
1단계. 경미한 수준
"가끔 잠 못 드는 날이 있어요."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잠들기 어려운 것은 정상입니다.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죠.
2단계. 주의가 필요한 수준
"일주일에 3-4일은 잠들기 힘들어요."
일상생활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커피를 늘리고, 낮잠을 자고 싶어집니다. 이때부터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3단계. 치료가 필요한 수준
"거의 매일 잠 때문에 고통스러워요."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두통, 소화불량, 가슴 두근거림. 정신적으로도 예민해지고 우울감이 찾아옵니다. 이 단계에서는 반드시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4단계. 위급한 수준
"환각이 보이거나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려요."
수면 부족이 극에 달하면 현실 감각이 흐려집니다. 환청이나 환각이 나타날 수 있고, 극단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즉시 응급실이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야 합니다.
불면증은 결과,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수면제를 먹어도 잘 안 듣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왜일까요? 수면제는 증상을 억누를 뿐, 불면증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열이 나는데 해열제만 먹고 폐렴을 치료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죠.
불면증은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우리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그 뒤에는 다양한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원인 4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1. ‘호르몬 불균형’이 만드는 불면의 밤
멜라토닌은 우리를 잠들게 하는 호르몬입니다. 그런데 이 멜라토닌이 제대로 분비되려면 세로토닌이 필요하고, 세로토닌은 또 장에서 대부분 만들어집니다. 결국 장 건강이 무너지면 수면 호르몬도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죠.
2.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의 반란
코르티솔은 아침에 우리를 깨워주는 호르몬입니다. 하지만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이 코르티솔이 밤에도 높은 상태를 유지합니다. 마치 밤에도 비상벨이 계속 울리는 것과 같습니다. 몸이 긴장을 풀 수가 없는 거죠.
3. ‘미토콘드리아’, 세포의 발전소가 고장났을 때
우리 세포 안에는 에너지를 만드는 작은 발전소, 미토콘드리아가 있습니다. 이 미토콘드리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낮에는 피곤하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몸의 에너지 리듬이 완전히 깨진 것입니다.
4.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질 때
우리 몸에는 액셀(교감신경)과 브레이크(부교감신경)가 있습니다. 잠들려면 브레이크가 작동해야 하는데, 요즘 현대인들이 늘 액셀을 밟고 있는 양상입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스마트폰을 보고, 내일 일을 걱정하죠.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우리 몸도 멈출 수가 없는 것입니다.

희망의 길, 회복의 길이 있습니다.
실제 하이맵의원에서는 오랜 기간 불면증으로 고생하다가, 숨은 원인을 찾아 숙면의 행복을 찾게 된 사례가 많습니다. 이처럼 절망적으로 느껴지는, 절대 고쳐질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불면증도, 정확한 원인을 찾으면 놀랍도록 빠르게 회복될 수 있습니다.
7코어 3밸런스 검사를 통해 호르몬 수치를 확인하고, 장 건강을 점검하며,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 균형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죠. 이런 검사들을 통해 당신의 불면증이 '왜' 생겼는지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원인만 알면 맞춤 치료가 가능합니다. 누군가는 장 건강 회복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호르몬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또 다른 분은 스트레스 관리와 자율신경계 조절이 우선일 수 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수면제 처방이 아닌, 당신만을 위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죠.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첫걸음
치료를 시작하기 전이라도,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수면 일기를 써보세요. 몇 시에 잠자리에 들었는지, 몇 시에 잠들었는지, 밤중에 몇 번 깼는지 기록하는 것입니다. 이 간단한 기록이 당신의 수면 패턴을 객관적으로 살피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수면 위생도 점검해보세요. 침실 온도는 적절한가요? 빛은 완전히 차단되나요? 잠들기 2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계신가요? 이런 기본적인 것들만 개선해도 수면의 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혼자 견디지 마세요.
‘잠만 잘 잤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매일 반복된다면, 이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때입니다. 불면증은 의지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나약해서도, 스트레스를 잘 다루지 못한 탓도 아닙니다. 숨겨진 원인이 다양하기에 바로 잡기 어려울 뿐이죠.
불면증은 우리 몸이 보내는 SOS 신호입니다. 그 신호 뒤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찾는 순간 치료는 시작됩니다. 오늘 밤도 잠들기 어렵다면, 내일은 다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세요. 깊고 편안한 잠은 사치가 아닌 권리입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우리가 여러분의 당연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그래서 좋은 삶을 만들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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