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증상에는 이 약을 드세요."
우리 대부분은 이런 방식의 진료에 익숙합니다. 두통이 있으면 진통제, 속이 쓰리면 위장약, 잠이 안 오면 수면제. 증상과 약물이 일대일로 매칭되는 이 구조는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의문을 품는 일조차 드뭅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분명 몸이 불편한데 검사 결과는 '정상'입니다. 혹은 여러 병원을 다니며 약은 점점 늘어나는데,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하게만 느껴집니다. 불면으로 시작해서 정신건강의학과, 가슴 두근거림으로 심장내과, 피부 트러블로 피부과, 소화 문제로 내과를 전전하다 보면 어느새 복용하는 약만 대여섯 가지가 됩니다.
이쯤에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지금 병을 '치료'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증상을 '관리'하고 있는 걸까요?

1. 현대의학의 성취, 그리고 새로운 과제
1-1. 부정할 수 없는 성과들
먼저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현대의학이 이룩한 성과는 경이롭습니다.
감염병으로 수많은 생명을 잃던 시대, 항생제의 발견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었습니다. 정교한 수술 기법과 영상 진단 기술은 과거라면 손쓸 수 없었던 질환들을 치료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응급 상황에서 현대의학만큼 든든한 것은 없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심장마비가 왔을 때, 우리가 의지할 곳은 바로 그 응급실입니다.
1-2. 만성질환 시대의 도래
그러나 질병의 지형이 달라졌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사망의 74%는 만성질환(비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년 4,100만 명이 심혈관질환, 암, 만성 호흡기질환, 당뇨병 등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를 보면, 성인의 60%가 최소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40%는 2개 이상의 복합 만성질환을 안고 살아갑니다.(1, 2, 3, 4)
만성질환의 의료비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47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숫자가 너무 커서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우리가 지금껏 해온 방식만으로는 이 거대한 파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1-3. 구조적 한계를 마주하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현대의학의 교육 체계는 '한 증상-한 진단-한 약물'이라는 효율적인 매칭 시스템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급성 감염이나 외상처럼 원인이 명확한 질환에는 이 접근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문제는 만성질환의 본질이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만성질환은 복합적입니다. 유전적 소인, 생활습관, 환경 요인, 정서적 스트레스가 오랜 시간에 걸쳐 얽히고설켜 나타납니다. 그런데 평균 진료 시간은 10~12분에 불과하고, 한 의사가 수천 명의 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현실에서 이 복잡성을 풀어내기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연구진이 발표한 여러 논문에서는, 현재의 생의학 중심 치료 모델이 증상 완화에 치우쳐 근본 원인과 사회·환경적 요인을 충분히 다루지 못해 ‘treatment gap(치료 격차)’을 낳는다고 비판합니다. 이를 비유하자면, 나무의 가지(증상)만 자르고 뿌리(원인)는 그대로 두는 구조라는 뜻입니다.(1, 2)

2. 패러다임의 전환, '무엇'에서 '왜'로
2-1. 두 가지 질문
같은 환자를 만났을 때, 두 가지 접근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어떤 증상입니까? 그러면 이 약을 드리겠습니다."
두 번째는
"왜 이 증상이 당신에게, 이 시점에, 이런 방식으로 나타났을까요?"
질문이 다르면 답도 달라집니다.
첫 번째 질문은 효율적입니다. 빠르게 불편함을 줄여줍니다. 그런데 증상이 왜 생겼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시간이 걸립니다. 복잡합니다. 하지만 같은 증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몸 전체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기능의학은 두 번째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2-2. 증상은 '적'이 아니라 '신호'입니다
이명이 들립니다.
밤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피부에 트러블이 생깁니다.
이유 없이 피곤합니다.
이런 증상들을 우리는 흔히 '문제'로 여기고, 없애야 할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증상은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무언가 균형이 깨졌다는, 주의를 기울여달라는 메시지입니다.
화재 경보기가 울릴 때, 경보음을 끄는 것이 해결책일까요? 아니면 불이 난 곳을 찾아 진화하는 것이 해결책일까요? 기능의학은 경보음(증상)을 끄는 데 급급하지 않고, 왜 그 경보가 울렸는지(원인)를 추적합니다.
2-3. 연결된 몸, 분절된 의료
진료실에서 종종 이런 경우를 만납니다.
소화불량으로 오랜 시간 고생하던 분의 원인이 거북목에서 비롯된 경우가 있습니다. 만성 편두통을 호소하던 분이 알고 보니 식욕저하와 영양 불균형이 선행되어 있었습니다. 불면, 두근거림, 두드러기, 이명, 방광 증상을 동시에 가진 분이 다섯 개 과를 다니며 각각 다른 약을 처방받고 있었지만, 그 증상들의 뿌리는 하나였습니다.
현대 의료는 전문화되어 있습니다. 심장은 심장내과, 위장은 소화기내과, 피부는 피부과. 이 분절화는 각 영역의 전문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연결'을 보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장과 뇌가 연결되어 있고, 호르몬과 면역이 상호작용하며, 스트레스가 염증으로, 염증이 다시 정서적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그물망 속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기능의학은 이 연결고리를 추적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증상 너머, 숨어 있는 공통의 원인을 찾는 것. 그것이 핵심입니다.

3. 근거의 축적 : 데이터가 말하는 것
3-1. Cleveland Clinic의 선구적 연구
기능의학이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근거 기반 접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2014년,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세계 학술의료센터 최초로 기능의학 센터를 개설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권위 있는 의학 저널 JAMA Network Open에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7,25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 기능의학 센터 환자군은 일반 가정의학과 환자군에 비해 6개월 후 건강 관련 삶의 질(PROMIS 글로벌 신체건강 점수)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개선을 보였습니다.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5점 이상의 개선을 경험한 비율이 기능의학군에서 31%, 일반 진료군에서 22%로 나타났으며, 이 개선 효과는 12개월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연구를 이끈 Patrick Hanaway 박사는 이렇게 말했죠.
"기능의학은 질병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연구는 기능의학이 복합 만성질환의 근본 원인을 다루는 근거 기반 접근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3-2. 지속되는 연구 성과
이후로도 연구는 계속되었습니다. 2020년에는 염증성 관절염 환자에서 기능의학 치료가 표준 치료 단독에 비해 모든 주요 지표에서 개선을 보였다는 연구가 PLOS One에 발표되었습니다. 2021년에는 그룹 진료(Shared Medical Appointments)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검증한 연구가 BMJ Open에 실렸습니다.
물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능의학이 단순한 믿음이나 경험담에 의존하던 시대를 지나 객관적 데이터로 검증받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입니다.
3-3. 22년의 임상 경험이 축적한 것
하이맵의원에서는 지난 22년간 기능의학 진료를 이어오며, 70,000건 이상의 기능의학 검진 데이터와 60,000건 이상의 정량뇌파(qEEG) 분석 및 TMS 시술 경험을 축적해왔습니다.
이 데이터들은 단순히 쌓아둔 숫자가 아닙니다. 어떤 검사 결과가 어떤 치료 반응으로 이어지는지, 어떤 패턴의 환자에게 어떤 접근이 효과적인지를 분석하고, 치료 프로토콜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데 활용됩니다.
개원 초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치료의 효율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같은 기능의학이라도,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의 깊이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기능의학의 실제 (어떻게 원인을 추적하는가?)
4-1. 깊이 있는 문진, 삶의 맥락 읽기
기능의학 진료는 문진에서 시작됩니다. 단순히 "어디가 아프세요?"가 아닙니다.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는지, 그 무렵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어떤 상황에서 악화되고 어떤 때 나아지는지. 식습관, 수면 패턴, 스트레스 요인, 가족력, 과거 병력까지. 한 사람의 건강 타임라인을 그려나가는 과정입니다.
이런 접근이 중요한 이유는, 만성질환의 원인이 대개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년간 축적된 생활습관, 환경적 노출, 정서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증상만 쫓다가 진짜 원인을 놓치게 됩니다.
4-2. 기능의 '흐름'을 보는 검사
일반 건강검진은 질병의 유무를 확인합니다. 수치가 정상 범위 안에 있으면 '이상 없음'입니다.
기능의학 검사는 관점이 다릅니다. 우리 몸이 에너지를 얼마나 잘 만들어내는지, 소화와 흡수가 원활한지, 해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까지. 이런 '기능의 흐름'을 봅니다.
소변 유기산 검사는 세포 수준의 에너지 대사를, 모발 미네랄 검사는 장기간의 영양 상태와 독소 축적을, 타액 호르몬 검사는 하루 동안의 호르몬 리듬을, 장내 미생물 분석은 우리 몸속 '보이지 않는 동거인들'의 균형을 보여줍니다.
질병이라는 커트라인을 넘기 전, 기능의 미세한 불균형이 시작되는 지점을 포착하는 것.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예방과 조기 개입이 가능해집니다.
4-3. 시스템 기반 접근: 분절이 아닌 통합
하이맵의원에서는 '7Core-3Balance' 시스템을 통해 몸 전체의 기능적 균형을 평가합니다.
장-뇌-호르몬 축의 연결 구조를 이해하고, 소화·흡수, 면역, 염증, 해독, 에너지 대사, 호르몬, 신경계라는 7가지 핵심 시스템(7Core)과 뇌기능 최적화를 위한 3가지 균형 시스템(3Balance)을 함께 살핍니다.
이 접근의 핵심은 '억제'가 아닌 '회복'입니다. 증상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몸 스스로 균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래서 기능의학 치료는 약물만이 아니라 영양, 생활습관, 수면, 스트레스 관리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설계가 됩니다.

내일의 의학을 미리 만나보세요.
기능의학은 현대의학을 부정하거나 대체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급성기에는 현대의학의 신속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응급 상황, 수술이 필요한 경우, 감염에 대한 항생제 치료까지. 이런 영역에서 현대의학의 가치는 절대적입니다. 기능의학은 만성적이고 복합적인 건강 문제에서, 현대의학이 다루기 어려운 '왜'라는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입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통합하는 것. 그것이 환자에게 가장 이로운 길입니다.
그 길에서 하이맵의원이 하는 일
하이맵의원의 'MAP'은 Meta Analysis & Plan의 약자입니다. 분석하고, 계획을 세우고, 치료하고, 재평가하고, 다시 조정하는 과정의 반복입니다.
기능의학 치료는 '진단-처방-끝'이 아닙니다. 사람의 몸은 변하고, 삶의 조건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한 번의 검사나 상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플랜을 조정하며 긴 호흡으로 함께 걸어가는 여정입니다.
질병이라는 진단명이 붙기 전에, 기능의 불균형이 시작되는 그 지점에서 개입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것이 기능의학이 지향하는 진정한 의미의 예방입니다.
질문을 바꾸세요. 답이 달라집니다.
"어디가 얼마나 아픈가요?"에서 "왜 아플까요?"로.
이 질문의 전환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립니다. 증상을 넘어 원인을, 질병을 넘어 사람을 보는 의학. 그것이 기능의학이 걸어가는 길입니다.
물론 모든 만성질환이 기능의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고, 반응도 다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동안 충분히 탐색되지 않았던 영역을 살펴볼 가치는 있습니다.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는 건강 문제를 안고 계신다면, 한 번쯤 다른 질문을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을까?
그 질문에서 진정한 회복의 여정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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