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말하는 피부 관리의 정석 (순서, 루틴)

피부 관리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피부과 전문의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것은 "무엇을 바르느냐"보다 "어떤 순서로, 언제 바르느냐"입니다. 오늘은 의사들이 실제로 권하는 피부 관리의 기본 원칙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복잡한 10단계 루틴이 아닙니다. 누구나 오늘 저녁부터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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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11, 2025
의사들이 말하는 피부 관리의 정석 (순서, 루틴)
백화점에서 추천받은 세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크림, 지인이 좋다고 한 앰플까지. 화장대 위에는 제품이 가득한데 정작 피부는 여전히 칙칙하고 트러블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세히 여쭤보면 대부분 비슷한 패턴이 보입니다. 좋다는 제품은 다 바르는데, '어떤 순서로' 바르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셨던 겁니다. 혹은 아침저녁 구분 없이 같은 제품을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고 계셨거나요.
피부 관리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피부과 전문의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것은 "무엇을 바르느냐"보다 "어떤 순서로, 언제 바르느냐"입니다. 오늘은 의사들이 실제로 권하는 피부 관리의 기본 원칙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복잡한 10단계 루틴이 아닙니다. 누구나 오늘 저녁부터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순서가 왜 중요할까요?

 
스킨케어 제품에는 저마다 다른 '제형'이 있습니다. 물처럼 가벼운 토너가 있고, 끈적한 세럼이 있고, 묵직한 크림이 있습니다. 이 제형의 차이가 바로 순서를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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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원칙은 "얇은 것에서 두꺼운 것 순으로"입니다. 왜 그럴까요?
 
토너나 세럼처럼 가벼운 제품은 분자 크기가 작습니다. 피부 깊숙이 침투해서 유효 성분을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 크림이나 오일처럼 무거운 제품은 분자가 커서 피부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합니다.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덮어주는 역할이지요.
 
만약 순서가 뒤바뀌면 어떻게 될까요? 크림을 먼저 바르고 세럼을 그 위에 바르면, 세럼의 유효 성분이 크림 막에 가로막혀 피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비싼 세럼이 피부 표면에서 증발해 버리는 셈입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순서 하나로 효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 공식은 이렇습니다. 세안 → 토너 → 세럼 → 보습제 → 자외선 차단제(아침). 가볍고 묽은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무겁고 진한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아침, '방어'의 시간

 
우리 피부도 하루 24시간 동안 일정한 리듬을 따릅니다. 이것을 '일주기 리듬'이라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피부는 낮과 밤에 하는 일이 다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 몸에서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부르지만, 아침의 코르티솔은 몸을 깨우고 활동 준비를 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 시간 피부는 '방어 모드'로 전환됩니다. 자외선, 미세먼지, 건조한 공기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낮 시간 피부의 주요 과제입니다.
 
그래서 아침 스킨케어의 핵심은 '보호'입니다.
 

아침 기본 3단계

 
1단계 : 세안
 
밤새 분비된 피지와 전날 저녁에 바른 제품의 잔여물을 씻어냅니다. 미온수로 30초에서 1분 정도 부드럽게 세안하면 충분합니다. 너무 뜨거운 물은 피부 장벽을 손상시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피부 타입에 따라 클렌저를 선택하면 좋습니다. 지성 피부라면 거품이 나는 폼 클렌저가 적합하고, 건성 피부라면 세정력이 부드러운 크림 타입 클렌저가 좋습니다.
 
2단계 : 보습제
 
세안 직후, 피부가 아직 촉촉할 때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피부에 수분이 남아 있을 때 보습제를 바르면 그 수분을 피부 안에 가두는 효과가 있습니다.
 
"저는 지성 피부라 보습제가 필요 없어요"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실제로는 모든 피부 타입에 보습이 필요합니다. 지성 피부도 수분이 부족하면 오히려 피지 분비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성 피부라면 가벼운 젤 타입 보습제를, 건성 피부라면 크림 타입을 선택하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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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 자외선 차단제
 
아침 루틴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미국피부과학회(AAD) 등 전문가들"매일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피부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자외선은 피부 노화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주름, 기미, 잡티의 상당 부분이 자외선 노출과 관련이 있습니다. 흐린 날에도, 실내에서도 창문을 통해 자외선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계절이나 날씨와 관계없이 매일 바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SPF 30 이상, UVA와 UVB를 모두 차단하는 '광범위 차단' 제품을 선택하세요. 외출 15분에서 30분 전에 바르고, 야외 활동 시에는 2시간마다 덧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추가 단계 : 비타민 C 세럼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보습제 전에 비타민 C 세럼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비타민 C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으로, 자외선과 미세먼지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피부를 보호합니다. 아침에 사용하면 하루 종일 피부를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합니다.
 

저녁, '회복'의 시간

 
해가 지고 밤이 되면 피부는 완전히 다른 모드로 전환됩니다. 낮 동안 방어에 집중했던 피부가 이제는 '회복 모드'로 들어갑니다.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우리 피부의 콜라겐 합성 능력은 일주기 리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쉽게 말해, 밤에 잠을 잘 때 피부가 스스로를 수리하고 새로운 콜라겐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특히 밤 9시부터 자정 사이가 피부 세포 재생이 가장 활발한 '황금 시간대'입니다. 이 시간에 피부가 필요로 하는 영양을 공급해 주면 회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녁 스킨케어의 핵심은 '회복'이죠.
 

저녁 기본 루틴

 
1단계 : 메이크업 리무버 또는 오일 클렌저
 
하루 종일 피부 위에 쌓인 메이크업, 자외선 차단제, 먼지를 먼저 녹여냅니다. 오일 클렌저나 클렌징 밤을 사용하면 유성 성분까지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걸 '1차 세안'이라고 합니다.
 
2단계 : 수성 클렌저
 
오일 클렌저로 1차 세안을 했다면, 이어서 일반 클렌저로 한 번 더 세안합니다. 이것을 '더블 클렌징'이라고 합니다. 1차 세안에서 녹인 노폐물과 오일 잔여물을 완전히 씻어내는 과정입니다. 실제 전문가들도 "성분이 제대로 흡수되려면 완전히 깨끗한 피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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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 세럼 또는 트리트먼트
 
저녁은 피부에 집중적인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레티놀(비타민 A 유도체)은 대표적인 저녁용 성분입니다.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고 세포 회복을 돕지만, 자외선에 민감해지는 특성이 있어 반드시 저녁에만 사용해야 합니다.
 
레티놀을 처음 사용하신다면 일주일에 2~3회부터 시작해서 피부가 적응하면 점차 빈도를 늘려가세요. 처음부터 매일 사용하면 붉어지거나 각질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4단계 : 보습제 또는 나이트 크림
 
마지막으로 보습제로 마무리합니다. 저녁에는 아침보다 조금 더 풍부한 제형을 선택해도 좋습니다. 펩타이드나 세라마이드가 함유된 제품은 밤새 피부 장벽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녁에 주의할 점

 
레티놀과 비타민 C를 같은 시간대에 함께 사용하면 피부 자극이 생길 수 있습니다. 비타민 C는 아침에, 레티놀은 저녁에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새로운 활성 성분을 도입할 때는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시작하지 말고, 2~3일 간격으로 하나씩 천천히 추가하세요.
 

바르는 것만으로는 부족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아침저녁 스킨케어 순서는 이해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바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만성 피부 트러블로 고생하시는 분들을 보면, 스킨케어 제품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장 건강이 무너져 있거나, 수면의 질이 좋지 않거나, 만성적인 염증 상태에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연결된 ‘장’과 ‘피부’

 
최근 의학계에서 주목하는 개념 중 하나가 '장-피부 축(gut-skin axis)'입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과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은 서로 양방향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죠.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장 건강이 무너지면 장벽이 손상됩니다. 손상된 장벽 사이로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음식 입자, 독소, 유해균이 혈류로 흘러들어갑니다. 이것들이 온몸을 돌다가 피부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아토피, 여드름, 건선, 두드러기 환자들에게서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이유입니다.
 
피부가 겉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면, 장은 그 거울에 비치는 몸속 상태입니다.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발라도 장이 무너져 있으면 피부 트러블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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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중요성

 
뉴욕의 피부과 전문의 휘트니 보우(Whitney Bowe) 박사는 이렇게 비유한 바 있습니다. "수면을 피부의 영양소와 물이라고 생각하세요."
 
앞서 설명 드린대로 수면이 부족하면 우리 몸에서는 코르티솔이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됩니다. 낮에는 몸을 깨우는 역할을 하는 코르티솔이지만, 밤에도 높게 유지되면 문제가 됩니다. 코르티솔은 콜라겐을 분해하는 성질이 있어서, 만성적으로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노화가 빨라집니다.
 
게다가 수면이 부족하면 피부 장벽 기능이 저하됩니다. 수분이 쉽게 빠져나가 피부가 건조해지고, 세포 회복 시간이 부족해 칙칙하고 생기 없는 피부가 됩니다. "잠을 못 자면 피부가 푸석해진다"는 말이 과학적으로도 맞는 이야기입니다.
 

먹는 것이 곧 피부

 
38개 연구를 분석한 리뷰 논문에 따르면, 오메가-3 지방산은 건선, 아토피, 여드름 등 염증성 피부 질환의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메가-3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 방어하며, 피부 장벽 기능을 개선합니다.
 
비타민 A, C, D, E, 아연, 폴리페놀이 풍부한 음식도 피부 건강에 좋습니다. 다채로운 색깔의 채소와 과일, 견과류, 등푸른 생선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피부를 위한 '안에서부터의 스킨케어'입니다.
 
반대로 정제된 설탕, 가공식품, 트랜스 지방이 많은 음식은 체내 염증을 높이고 피부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이맵의원의 피부 관리 원칙 3가지

 
복잡한 이론보다 실천이 중요합니다. 하이맵의원이 미국피부과학회 소속 피부과 전문의들이 실제 환자들에게 권하는 원칙을 보기 좋게 3가지로 요약, 정리해 드리니 생활 속에서 꼭 실천하세요.
 

1. 자외선 차단제는 ‘매일’

 
날씨가 흐려도, 실내에 있어도, 겨울에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릅니다. 피부 노화의 75%가 환경적 요인, 특히 자외선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 자외선 차단제 하나만 꾸준히 발라도 10년 후 피부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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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많은 것보다, ‘적은 것을 꾸준히’

 
피부 관리에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건 ‘클렌저, 보습제, 자외선 차단제’, 이렇게 3가지입니다.
 
화장대 위에 제품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 너무 많은 제품을 겹겹이 바르면 오히려 피부에 자극이 되고 트러블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본 3단계를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가끔 하는 10단계 루틴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3. 내 피부 타입을 압니다

 
지성, 건성, 복합성, 민감성. 내 피부가 어떤 타입인지 아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지성 피부에 유분기 많은 크림을 바르면 모공이 막히고, 건성 피부에 알코올이 든 토너를 쓰면 더 건조해집니다. 내 피부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어떤 고가의 제품보다 중요합니다.
 

오늘 밤부터 시작하세요

 
피부 관리는 어렵지 않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면 됩니다. 아침에는 보호하고, 저녁에는 회복합니다. 세안 후 바로 보습하고, 외출 전 자외선 차단제를 바릅니다. 얇은 것부터 두꺼운 것 순서로 바릅니다.
 
사실상 이게 전부입니다. 한 가지만 추가하자면, 피부는 우리 몸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죠. 잘 자고, 잘 먹고, 장 건강을 돌보는 것이 어쩌면 가장 좋은 스킨케어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밤, 평소보다 30분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내일 아침 거울 속 얼굴이 조금 달라 보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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