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얼굴에서 오랜 피로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죠. 어깨는 축 처져 있었고, 눈가에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 특유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효과가 있을까요?"
첫 진료 때 던지셨던 이 질문은 이후 내원하실 때마다 계속 반복됐습니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았지만, 번번이 재발을 경험하신 분이었습니다. 그 질문 속에는 기대보다 체념이, 희망보다 의심이 더 많이 담겨 있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왔습니다."
오랜 기간 이명으로 고생한, 김선태(가명, 이하 선태)님의 진솔한 고백이었습니다.

무려 6년이나 지속된 고통
- 왼쪽 귀에서 멈추지 않는 금속음(찡 소리)
- 수면 장애로 오전 내내 비몽사몽, 일상 전체가 무너짐
- 고막주사, 수액, 신경안정제 등 기존 치료 후 일시 호전 → 재발 반복
- "이명보다 잠을 못 자는 게 더 힘들었다"
증상은 6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었습니다. 왼쪽 귀에서 '찡' 하는 금속음이 들리기 시작했고, 그 소리는 하루 종일 멈추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했지만,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밤이었습니다. 겨우 잠이 들어도 귓속 소리에 깨어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니 낮 시간도 무너졌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도 오전 내내 비몽사몽인 상태로 지내다 보면 어느새 점심이 되어 있었습니다. 일의 능률은 떨어지고, 집중력은 흐트러지고, 삶 전체가 이명이라는 소리에 잠식당하는 기분이었다고.
이비인후과를 여러 곳 다니셨습니다. 고막주사를 맞았고, 수액 치료를 받았고, 신경안정제와 혈액순환개선제를 복용했습니다. 치료를 받으면 잠시 나아지는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소리가 돌아왔습니다. 호전과 재발의 반복. 그 사이클이 무려 6년이나 이어졌습니다.
선태님은 실제로 이렇게 말씀하셨죠.
"사실 이명 자체보다 잠을 못 자는 게 더 힘들었어요. 소리야 어떻게든 참을 수 있는데, 잠을 못 자니까 사람이 무너지더라고요."

정밀 검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
- 일반 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 없음" 반복
- 기능의학 검사로 부신피로, 고혈당, 자율신경 불균형 등 복합 원인 발견
- 이명은 '귀의 문제'가 아닌 '몸 전체 시스템의 경고 신호'
여러 병원에서 받은 검사 결과는 늘 비슷했습니다. "특별한 이상 없음." 고막도 정상이고, 청력에도 문제가 없다는 진단. 그런데 왜 소리는 계속 들리는 걸까요?
기능의학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혈액검사, 타액검사, 자율신경검사 등을 통해 몸 전체의 기능적 균형 상태를 살펴보았습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귀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몸 여러 시스템에서 불균형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우선 부신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었습니다. 부신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인데, 이 기능이 떨어지면 만성 피로와 함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혈당과 인슐린 수치도 높았습니다. 중성지방 역시 정상 범위를 넘어서 있었고, 비타민D는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또 자율신경검사에서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무너져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명은 단순히 '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몸 전체 시스템이 보내는 경고 신호였던 것입니다. 수면 부족, 스트레스, 대사 불균형, 자율신경 이상.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얽혀 귓속의 소리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이명, 치료 시작은? (과정)
- TMS 치료로 자율신경(교감·부교감) 균형 회복
- 수액요법 + 영양제로 부신 기능 강화, 비타민D 보충
- 식이요법 + 식사일기 코칭으로 혈당·중성지방 관리
- 환자 본인의 성실한 실천이 치료 효과의 핵심
치료는 드러난 원인들을 하나씩 교정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TMS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TMS는 경두개 자기자극 치료로, 뇌의 특정 부위에 자기장을 이용한 자극을 주어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방법입니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부신 기능 회복을 위한 수액요법과 영양제 처방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저하된 부신이 제 기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해 드렸습니다. 부족했던 비타민D 역시 보충요법을 통해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대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이요법이 중요했습니다. 혈당과 중성지방을 낮추기 위한 식단을 안내해 드리고, 식사일기를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매번 내원하실 때마다 식사일기를 함께 검토하며 어떤 부분을 조절하면 좋을지 상담해 드렸습니다.
사실 치료의 주인공은 선태님 본인이셨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불균형을 찾아드리고, 치료 계획을 세우고, 회복의 여정을 코칭해 드리는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안내해 드린 식이요법과 생활습관 교정을 성실하게 실천해 주셨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나타날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찾아 온 ‘변화’의 순간
- 3~4회차 : 아직 반신반의, "효과가 있을까?" 의심
- 6~7주차 : 이명 소리 50% 감소, 6년 만에 편안한 수면
- 12주차 : "소리가 안 들려요" — 이명 소실
처음 서너 번 TMS 치료를 받으실 때까지는 여전히 반신반의하셨습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라는 매번 같은 의구심을 가지셨죠. 6년간 수많은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았던 경험이 있으니, 쉽게 믿어지지 않으셨을 겁니다.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한 건 6주에서 7주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어느 날 진료실에 들어오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잠을 편하게 잤다는 말. 6년 만에 처음 하시는 말씀이었습니다.
"소리가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 같아요. 그리고 밤에 편하게 잤어요."
그리고 12주가 지난 어느 날, 선태님이 진료실에 들어오시면서 외쳤던 한마디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한마디에 담긴 안도와 기쁨의 감정을 개인적으로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선생님, 이제 소리가 안 들리네요!"

이명 너머의 회복
- 이명 소실과 함께 전반적 컨디션 회복
- 다이어트 없이 체지방 3.4kg, 복부둘레 2.8cm 감소
- 부신 기능 회복 + 대사 균형 → 자연스러운 체형 변화
흥미로운 점은 이명이 사라지면서 다른 변화들도 함께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선태님은 나중에 이렇게 말씀하셨는데요.
"처음에는 이명에만 신경을 썼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모든 기능이 사실 안 좋았던 거였어요. 지금은 컨디션이 정말 좋아졌어요."

예상치 못한 변화도 있었습니다. 특별히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체성분 검사에서 체지방이 3.4kg 감소했고, 복부둘레는 2.8cm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부신 기능이 회복되고 대사 균형이 잡히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변화였습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선태님만의 특별한 경우가 아닙니다. 이명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환자분들이 "이명 치료하러 왔는데 살이 빠지고 있어요"라며 걱정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체성분 검사를 해보면 지방이 감소하고 근육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더 건강해지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관련 글 : 이명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 4가지
이명은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이명의 원인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분은 자율신경의 문제가 크고, 어떤 분은 호르몬 불균형이 주된 원인이며, 또 어떤 분은 장 건강과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명 치료에서 정말 중요한 건 내 이명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는 것입니다.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하면, 이명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명뿐 아니라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다른 건강 문제들도 함께 개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명이 단순히 귀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이명으로 무려 6년간 고통받으셨던 선태님처럼, 지금 이명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여러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아 포기하고 싶으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 사례처럼 원인을 찾으면 길이 보입니다.
여러분께서도 나만의 원인 규명을 통해 회복의 여정에 첫 발을 내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치료 반응과 기간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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