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 커피 건강하게 마시는 방법 (의사 추천)

믹스 커피를 끊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예요. 어차피 마실 거라면,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조금 더 현명하게 즐길 수 있을까. 이 글은 죄책감 없이 믹스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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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6, 2025
믹스 커피 건강하게 마시는 방법 (의사 추천)
점심을 먹고 자리에 돌아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거워진 눈꺼풀, 흐릿해지는 모니터 글씨, 손에서 자꾸 놓치는 집중력. 그리고 어느새 떠오르는 생각.
 
‘커피 한 잔 타야겠다.’
 
탕비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거의 자동입니다. 서랍에서 노란 봉지를 꺼내고, 종이컵에 붓고, 뜨거운 물을 채우고, 스틱으로 저으면서 퍼지는 달콤한 향. 첫 모금을 넘기면 잠시나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 익숙한 루틴이 오후를 버티게 해주는 분들 많으실 거예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거 또 마셔도 되나', '설탕도 들었고 프림도 들었는데', '아침에도 마셨는데 또 마시네' 하는 생각이 커피 향과 함께 피어오르죠. 맛있게 마시면서도 한쪽에서는 계속 자신을 탓하게 됩니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믹스 커피 끊으세요'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예요. 어차피 마실 거라면,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조금 더 현명하게 즐길 수 있을까. 죄책감 없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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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커피 당기는 순간, 몸이 말하는 것은?

 
커피가 당기는 그 순간, 우리 몸에서는 꽤 복잡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점심으로 밥이나 면 같은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고 인슐린이 분비됩니다. 여기까지는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이때 한 가지 일이 더 일어납니다.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평소보다 뇌 안으로 더 잘 들어가게 됩니다.
 
트립토판이라는 이름이 좀 낯설 수 있는데, 이게 뇌에서 무엇이 되는지가 중요합니다. 바로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으로 바뀌는데, 흔히 말하는 ‘행복 호르몬’‘수면 호르몬’입니다. 밥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졸음을 유발하는 물질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밥 먹고 졸린 건 게으른 게 아니에요. 의지가 약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예요. 탄수화물을 먹으면 졸려지게 되어 있는 거죠. 문제는 이 졸음을 어떻게 다루느냐입니다.
 
뇌는 이 불편한 상태를 빨리 해결하고 싶어합니다. 졸리고 나른한 이 느낌에서 어떻게든 빨리 벗어나고 싶은 거죠. 가장 빠른 해결책이 뭘까요? 당분으로 즉각적인 에너지를 얻고, 카페인으로 졸음을 쫓는 것. 믹스 커피가 딱 이 조합입니다.
 
다시 말하면, 식후에 믹스 커피를 찾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우리 뇌가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려고 찾아낸 방법인 셈이죠. 이걸 두고 괜히 자신을 탓할 이유가 없답니다.
 
한 가지 더 알아두시면 좋은 게 있습니다. 목이 살짝 마를 때, 뇌는 이걸 '뭔가 달콤한 게 당긴다'는 신호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는 물 한 잔이면 해결될 갈증인데, 커피나 단 음료를 찾게 되는 거죠.
 
커피가 당길 때 잠깐 멈추고 생각해 보세요. 지금 나는 정말 커피가 마시고 싶은 건가, 아니면 그냥 목이 마른 건가. 이 구분만 해도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 횟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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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커피 타기 전 ‘점검’할 것들

 
믹스 커피 한 잔에 죄책감을 느끼신다면, 잠깐 다른 것들을 먼저 돌아봤으면 합니다. 커피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는 습관들은 없는지.
 

Q1. 어젯밤, 잘 주무셨나요?

 
수면에 대한 연구 중에 꽤 충격적인 결과가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이 단 하룻밤만 잠을 설치면 혈당 조절 능력이 33%나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 수치가 어느 정도냐면, 6개월 동안 기름진 음식만 먹은 사람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반년 동안 패스트푸드만 먹은 것과 하룻밤 수면 부족이 같은 무게를 가진다는 겁니다.
 
어젯밤 늦게까지 스마트폰 보면서 잠을 미뤘다면, 새벽까지 드라마 한 편만 더 하다가 늦게 잤다면, 그게 오늘 마시는 믹스 커피 한 잔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면 부족에는 관대하면서 믹스 커피에는 엄격하죠.
 

Q2. 오늘 얼마나 앉아 계셨어요?

 
하루에 10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하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60% 높아집니다. 60%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죠.
 
더 놀라운 건 이 위험이 매일 운동하는 사람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아침에 한 시간 뛰고 왔어도, 나머지 시간 동안 계속 앉아 있으면 그 위험을 다 상쇄하기 어렵습니다.
 
운동했으니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앉아 있는 시간 자체가 별도의 위험 요인인 거죠. 출근해서 앉고, 점심 먹고 앉고, 회의하면서 앉고, 퇴근해서 또 앉고. 하루를 돌아보면 앉아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깁니다.
 

Q3. 다른 음료도 마시지 않았나요?

 
믹스 커피 한 봉지에 들어 있는 설탕은 5~6g 정도입니다. 적지 않은 양이긴 해요. 그런데 건강해 보이는 오렌지 주스 한 잔에는 얼마나 들어 있을까요? 20g이 넘습니다. 4배가 넘는 수치.
 
아침에 마신 과일 주스, 점심 때 곁들인 달달한 음료, 오후에 먹은 요거트 드링크, 퇴근길에 산 카페 라떼. 이것들을 다 합치면 믹스 커피 한 잔과는 비교도 안 되는 당분을 섭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무심코 마시는 음료들이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거죠.
 
믹스 커피에 쏟는 걱정을, 이런 것들로 잠깐 돌려보시면 어떨까요. 걱정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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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커피 건강하게 마시는 방법

 
이제 실제로 믹스 커피를 찾는, 마시는 순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주 간단한 3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거창한 게 아니에요. 지금 하고 계신 것에 아주 작은 ‘이것’만 얹으면 됩니다.
 

방법 1. 마시기 전 = ‘물 한 잔 먼저’

 
커피가 당길 때, 바로 탕비실로 가지 말고 물 한 잔을 먼저 마셔보세요.
 
앞서 말했듯이 가벼운 갈증이 '커피 생각'으로 착각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물을 마시고 나서 잠깐 기다려 보세요. 그래도 여전히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그때 타서 드시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와 진짜 원해서 마시는 커피를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물을 먼저 마셨는데 커피 생각이 사라졌다면, 그건 커피가 아니라 물이 필요했던 겁니다.
 
물 마시는 습관 자체도 건강에 좋으니 손해 볼 게 전혀 없는 습관이죠.
 

방법 2. 마시면서 = ‘견과류 두세 알’

 
서랍에 작은 통 하나 두고, 아몬드나 호두 같은 견과류를 넣어두세요. 커피 타실 때 두세 알 집어서 같이 드시면 됩니다.
 
견과류에 있는 식이섬유건강한 지방이 설탕 흡수 속도를 늦춰줍니다. 설탕이 천천히 흡수되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걸 막을 수 있어요.
 
혈당이 왜 중요하냐면, 급하게 오르면 급하게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또 단 게 당깁니다. 오르막이 가파르면 내리막도 가파른 법이죠. 견과류가 이 급격한 오르내림을 완만하게 만들어줍니다.
 
꼭 기억하세요. 아몬드 두세 알이면 충분합니다. 커피 타러 가실 때 서랍에서 집어가시면 됩니다. 쉽죠?
 

방법 3. 마신 후 = ‘5분이라도 걷기’

 
커피 다 드시고 바로 자리에 앉지 마시고, 5분만 걸어보세요. 화장실 다녀오거나, 복도 한 바퀴 돌거나, 창밖 잠깐 보고 오거나. 뭐든 괜찮습니다.
 
우리 몸의 근육은 움직이기 시작하면 혈액 속 당분을 가져다 에너지 씁니다. 인슐린 없이도 혈당을 낮추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커피에 들어 있는 당분이 지방으로 쌓이기 전에 에너지로 쓰일 기회를 주는 겁니다.
 
10분이면 좋지만, 5분도 충분합니다. 3분도 괜찮고요. 안 움직이는 것과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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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 의미를 되찾기

 
믹스 커피 한 잔은, 따지고 보면 바쁜 하루 중에 나를 위해 갖는 짧은 쉼표입니다.
 
뜨거운 물을 붓고, 젓고, 향을 맡고, 한 모금 마시는 이 시간. 그게 5분이든 3분이든, 그 순간만큼은 숨을 돌리는 시간이에요. 잠깐이나마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하던 일에서 한 발 물러나는 시간이죠.
 
그런데 그 시간을 죄책감으로 채우면 휴식이 휴식이 아니게 됩니다. 커피 마시면서 자책하면 쉬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는 거예요.
 
커피를 마시되, 물 한 잔 먼저 마시고. 견과류 몇 알 곁들이고. 다 마시면 잠깐 걷고. 이 3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지금 하고 계신 것에 작은 루틴 몇 가지를 얹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믹스 커피보다 더 중요한 것들. 어젯밤 수면, 앉아 있는 시간, 무심코 마신 다른 음료들. 걱정의 에너지를 이쪽으로 돌려보는 노력도 이롭습니다. 믹스 커피 한 잔이 주는 영향보다 이것들이 훨씬 크니까요.
 
건강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습관에서 만들어집니다. 오늘ㅂ터 점심 후 믹스 커피 한 잔, 조금 다르게 마셔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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