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증상 치료? ‘원인’ 따라 달라진다

공황장애는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개선 방향이 달라집니다. 오늘은 공황장애가 왜 생기는지, 그리고 원인을 알면 어떻게 치료 방향이 달라지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정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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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15, 2025
공황장애 증상 치료? ‘원인’ 따라 달라진다
공황장애는 항불안제나 항우울제로 증상을 조절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약을 끊으면 다시 증상이 돌아오거나, 약의 용량이 점점 늘어나는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원인을 모른 채 증상만 억누르기 때문이죠.
공황장애는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개선 방향이 달라집니다. 오늘은 공황장애가 왜 생기는지, 그리고 원인을 알면 어떻게 치료 방향이 달라지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정리해 드립니다.
 

뇌가 보내는 잘못된 경보

 
공황발작은 한마디로 '뇌가 보내는 잘못된 경보'입니다. 실제로 위험한 상황이 아닌데도 뇌가 "지금 위험해! 도망쳐!"라는 신호를 온몸에 보내는 것이죠.
 
우리 뇌에는 편도체라는 작은 구조물이 있습니다. 아몬드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 편도체가 바로 공포와 위협을 감지하는 '경보 센터' 역할을 합니다. 숲에서 뱀을 발견했을 때 생각보다 먼저 몸이 움찔하는 것, 그게 편도체의 작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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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경보 시스템이 너무 예민해지는 경우입니다. 뱀이 없는데도 나뭇가지만 보고 뱀이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도 편도체가 과민하게 반응하면 공황발작이 일어납니다.
 
2024년, 한 연구에서는 공황발작에는 편도체뿐 아니라 뇌간의 외측결합상핵이라는 부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부위는 PACAP이라는 신경펩타이드를 분비하는데, 이것이 공황 반응을 촉발하는 핵심 물질로 확인되었습니다. 미래에는 이 경로를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 가능성도 열린 셈이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GABA라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GABA는 뇌의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흥분된 신경을 진정시키고, 과도한 경보 반응을 억제하는 것인데요. 공황장애 환자분들 중 상당수에서 이 GABA 시스템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습니다.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한번 시작된 공포 반응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입니다.
 

몸과 뇌를 잇는 3가지 축

 
공황장애를 단순히 '뇌의 문제'로만 보면 절반만 보는 겁니다. 우리 몸에는 뇌와 신체를 연결하는 여러 축이 있고, 이 축들이 흔들리면 공황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자율신경계는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알아서 작동하는 신경 시스템입니다. 심장 박동, 호흡, 소화, 혈압 조절 등을 담당하죠. 이 자율신경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바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교감신경은 '가속 페달'입니다. 위험 상황에서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근육에 피를 보내고, 동공을 확장시킵니다. 반대로 부교감신경은 '브레이크'입니다. 위험이 지나가면 몸을 이완시키고, 심장 박동을 늦추고, 소화 기능을 활성화시킵니다.
 
공황장애 환자분들의 자율신경 검사를 해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나타납니다.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거나, 부교감신경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해 가속 페달은 계속 밟혀 있는데 브레이크는 잘 안 듣는 상태인 것이죠.
 
하이맵의원에서는 심박변이도(HRV) 검사를 통해 이 자율신경계의 균형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합니다. 이 검사는 심장 박동 사이의 미세한 시간 변화를 분석해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활성도를 수치로 보여줍니다. 단순히 "스트레스를 받으셨네요"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신경계가 얼마나 불균형한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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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HPA축의 조절 장애

 
HPA축이라는 말이 생소하실 수 있습니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을 연결하는 호르몬 축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스트레스 호르몬 시스템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 뇌의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에 신호를 보내고, 뇌하수체는 부신에 명령을 내려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몸을 긴장시키고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문제는 이 시스템이 계속 작동 상태로 유지되는 경우입니다. 하버드 의대의 연구진은 이를 "계속 공회전하는 엔진"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엔진이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면 과열되고 결국 고장 나듯이, HPA축이 계속 활성화되면 우리 몸도 지칩니다.
 
공황장애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HPA축의 과민성이 확인되었습니다. 일반인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넘길 자극에도 HPA축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 새로운 상황이나 낯선 환경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하이맵의원에서는 타액 코르티솔 검사를 통해 하루 중 코르티솔의 분비 패턴을 확인합니다. 정상적으로는 아침에 높았다가 저녁에 낮아지는 리듬을 보여야 하는데, 만성 스트레스나 부신 피로 상태에서는 이 패턴이 무너집니다. 이 검사를 통해 단순히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다"가 아니라, 어떤 시간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장-뇌 축의 교란

 
"장이 제2의 뇌"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실제로 우리 장에는 수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어서 '장신경계'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이 장과 뇌는 미주신경이라는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끊임없이 소통합니다.
 
최근 연구들은 장내미생물이 이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우리 장 속에는 약 39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물질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칩니다. 2025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공황장애를 포함한 불안장애 환자들에서 특정 장내세균의 구성이 일반인과 일부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죠.
 
장에 염증이 생기면 사이토카인이라는 염증 물질이 분비됩니다. 이 물질들은 혈액을 타고 돌다가 혈뇌장벽을 통과해 뇌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장이 좋지 않은 분들이 우울하거나 불안한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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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들

 
공황장애 환자분들을 기능의학적으로 검사해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흔한 것이 마그네슘 결핍입니다. 마그네슘은 GABA 수용체를 활성화시키고 글루타메이트의 과도한 작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뇌의 '브레이크' 역할을 돕는 것이죠. 연구에 따르면 불안장애 환자분들(불안·우울, 스트레스 취약 집단) 중 상당수에서 마그네슘 농도가 낮았으며, 마그네슘 보충이 불안과 공포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비타민B군도 중요합니다. 특히 B6, B12, 엽산은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조효소입니다. 이 비타민들이 부족하면 뇌가 기분을 조절하는 물질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비타민B6 수치가 낮은 사람들에서 불안과 공황 증상이 더 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철분 부족도 공황 증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철분은 뇌에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데, 철분이 부족하면 심장이 더 빨리 뛰어서 산소 부족을 보상하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두근거림, 숨가쁨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이것이 공황발작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이맵의원에서는 소변 유기산검사, 모발 미네랄검사 등을 통해 이런 영양소의 균형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단순히 혈액검사에서 "정상 범위"라고 해서 충분한 것이 아닙니다. 기능적으로 최적의 수준인지, 개인에게 맞는 수준인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공황장애를 보는 관점

 
기능의학은 공황장애를 "뇌의 질환"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자율신경계, HPA축, 장-뇌 축, 영양 상태 등 여러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 중 하나 이상의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공황 증상이 나타난다고 봅니다.
 
하이맵의원에서는 22년간 70,000건 이상의 기능의학 검진 데이터를 축적해 왔습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황장애 환자분들에게서 어떤 패턴이 나타나는지, 어떤 치료가 효과적인지에 대한 임상적 통찰을 쌓아왔습니다.
 
예를 들어 정량뇌파(QEEG) 검사를 통해 뇌파 패턴을 분석하면, 공황장애 환자분들에게서 특징적인 패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베타파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거나, 알파파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뇌가 과각성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정보는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원인을 알면 치료도 달라집니다

 
원인을 알면 치료 접근도 달라집니다. 단순히 "불안하니까 항불안제"가 아니라, 왜 불안한지에 따라 다른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TMS 진료 중인 하이맵의원 이희창 원장
TMS 진료 중인 하이맵의원 이희창 원장
 

CASE 1. 뇌 과각성 패턴

 
뇌파 검사에서 과각성 패턴이 확인된 경우, rTMS(경두개자기자극술)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장을 이용해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함으로써 과활성화된 뇌 회로를 조절하는 치료입니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뇌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CASE 2. 장내 환경 문제

 
장내환경에 문제가 있다면 장 기능 회복이 우선입니다. 식이 조절, 프로바이오틱스, 장 점막 회복을 위한 영양요법 등을 통해 장-뇌 축의 소통을 정상화하는 것이죠.
 
 

CASE 3. HPA축 문제

 
HPA축 조절 장애가 있다면 부신 기능 회복이 필요합니다. 비타민C, 비타민B5, 마그네슘, 아답토젠 같은 영양소와 허브를 활용해 부신이 정상적인 리듬을 되찾도록 돕습니다.
 

CASE 4. 영양소 불균형

 
영양소 불균형이 확인되었다면 맞춤 영양요법을 진행합니다. 무작정 종합비타민을 드시는 것이 아니라,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족한 영양소를 정확히 보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이러한 치료의 효과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또 급성기에는 약물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증상 조절과 함께 근본 원인을 찾아가는 작업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공황장애는 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제, 공황장애를 단순히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으로만 생각하지 않길 바랍니다. 뇌의 경보 시스템 오작동, 자율신경계 불균형, HPA축 조절 장애, 장-뇌 축 교란, 영양소 불균형 등 다양한 신체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약물로 증상을 억누르는 것을 넘어, 왜 이런 증상이 생겼는지를 이해하고 근본 원인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기능의학이 공황장애에 접근하는 방식이며, 진정한 회복의 시작입니다.
 
공황장애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께 이 글이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원인을 알면 치료의 길도 보입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하이맵의원이 함께 고민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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