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문이 열리고, 한 여성분이 조심스럽게 들어오셨습니다.
서른네 살,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7년째 근무 중인 지연님.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피로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의자에 앉자마자 그분이 꺼낸 첫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선생님, 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지연님은 회사에서 '실수하지 않는 사람'으로 통했습니다. 꼼꼼하고, 책임감 있고, 늘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직원. 팀장님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길 때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연세가 많으세요. 그래서 꼭 효도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회사에서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승진도 해야 하고, 돈도 더 벌어야 하고…"
그 마음이 스스로를 새벽까지 야근하게 만들었고, 아침 일찍 출근하게 만들었습니다. 친구들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라고 위로해도,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작년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눈에 보는 변화
Before
- 새벽 2~3시 취침, 알람 5개에도 못 일어남
- 회의 내용 뒤돌면 까먹음, 업무 우선순위 정리 안 됨
- 작은 실수에 하루 종일 자책
- 극단적 생각까지 경험
- 부교감신경 활성도 정상의 40%
After (12주)
- 밤 11시 30분 자연스럽게 취침, 숙면
- 집중력 회복, 메모 없이 업무 기억
- 실수해도 "그럴 수 있지"하고 넘김
- 친구 만나고, 부모님 전화가 즐거워짐
- 부교감신경 활성도 정상의 75%
Chapter 1. 무너지기 전, 몸이 보낸 신호들
처음에는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회의 시간에 팀장님이 하신 말씀을 뒤돌아서면 까먹었습니다. 분명 메모했는데, 메모한 것 자체를 잊어버리기도 했습니다. '내가 왜 이러지?' 싶었지만, 피곤해서 그러려니 넘겼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습니다. 당장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예전에는 업무 우선순위가 머릿속에 자동으로 정리됐는데, 어느 순간부터 머릿 속이 하얗게 비어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강박적으로 완벽하게 해내려던 지연님, 이제는 기본적인 업무조차 놓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항상 기대를 받던 사람이, 동료들에게 "요즘 왜 그래?"라는 시선을 받게 됐습니다. 그 시선이 너무 무서워졌습니다. 마치 칼처럼 날카롭게 꽂혀갔죠.
원래 내면에 불안을 품고 있는 성격이었습니다. 늘 잘해오던 사람이기에, 작은 실수 하나가 엄청난 상처가 되는 구조였죠. 불안이 작동하면 바로 우울이 따라 붙었습니다. 그리고 그 우울은 점점 깊어져서,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차도 쪽으로 몸이 기울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 정말 무서웠어요. '아, 이러다가 진짜 큰일 나겠구나' 싶었다니까요."
Chapter 2. 하이맵의원과의 만남 (검사 결과)
지연님과 30분 넘게 이야기를 나눈 후, 몇 가지 검사를 권해드렸습니다. 증상만 보면 단순한 우울증이나 번아웃으로 진단할 수도 있었지만, 기능의학적으로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일주일 후, 검사 결과지를 펼쳐들었을 때 지연님의 몸 상태가 한눈에 그려졌습니다.

정량뇌파검사(qEEG) 결과
지연님의 뇌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베타파의 과활성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뇌가 24시간 비상등을 켜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정상적인 뇌는 긴장할 때 경계 모드로 전환했다가, 안전한 환경에서는 다시 이완 모드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지연님의 뇌는 이완 모드로 돌아오는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습니다.
뇌파를 보여드리며 설명드렸습니다. 지금 뇌가 잠을 자고 싶어도 못 자는 상태라고. 몸은 지쳐서 쉬고 싶은데, 뇌는 계속 경보를 울리고 있는 거라고.
좌측 전두엽의 알파파도 정상 범위보다 많이 낮았습니다. 알파파는 마음이 편안하고 이완됐을 때 나오는 뇌파인데, 이게 제대로 생성되지 않으니 깊은 휴식을 취할 수 없었던 겁니다.
자율신경검사(HRV) 결과
자율신경 검사 결과는 더 명확했습니다. 교감신경은 과항진되어 있고, 부교감신경 활성도는 정상의 40%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우리 몸에는 액셀과 브레이크가 있는데, 교감신경이 액셀이고, 부교감신경이 브레이크입니다. 당시 지연님 몸을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마치 브레이크 없이 달리고 있는 차와 같은 상태였죠.
스트레스 저항력 지수도 정상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였습니다.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남들보다 훨씬 크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였던 거죠.
기능의학검사 결과
타액 코르티솔 검사에서는 전형적인 부신피로 패턴이 나왔습니다. 원래 코르티솔은 아침에 가장 높고 저녁에 낮아지는 리듬을 가지는데, 이 리듬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코르티솔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니, 하루를 시작할 에너지가 없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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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유기산 검사에서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확인됐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의 발전소와 같아서, 여기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데, 이 시스템이 고갈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에너지가 안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모발 미네랄 검사에서는 마그네슘과 아연 결핍이 나타났고, 나트륨과 칼륨의 비율이 역전되어 있었습니다. 이건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태가 오래 지속됐다는 신호입니다.

Chapter 3. 의지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검사 결과를 설명드린 후, 지연님가 한참을 말없이 결과지를 들여다보셨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이렇게 물으셨죠.
"그러면… 제가 멘탈이 약해서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네요?”
분명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이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에요. 몸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시스템 자체가 고장 난 상태라고 봐야 하죠. 예를 들자면 엔진오일이 바닥난 차에 액셀을 밟고 있었던 거예요. 아무리 열심히 밟아도 차가 안 나가는 건 당연한 겁니다."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 온 삶이 떠올라서일까요? 지연님의 눈가가 붉어졌습니다. 우리 몸은 기계가 아닙니다.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면, 결국 이렇게 강제로 멈추게 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 해결책을 찾아갈 차례였습니다.
Chapter 4. 회복의 시작 ‘치료 설계’
지연님의 치료는 크게 3단계로 나누어 설계했습니다.
1. 뇌 안정화
첫 번째는 뇌의 과각성 상태를 안정시키는 것이었습니다. 24시간 경계 모드에 있는 뇌를 먼저 진정시키지 않으면, 다른 어떤 치료도 효과를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를 위해 TMS(경두개 자기자극술) 치료를 주 3회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TMS는 자기장을 이용해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비약물 치료입니다. 약물 부작용 없이 뇌 회로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연님처럼 약에 의존하고 싶지 않은 분들, 또는 약물 부작용이 걱정되는 분들께 효과적인 방법이죠.
2. 에너지 시스템 회복
두 번째는 고갈된 에너지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부신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영양처방과 함께, 주 1회 맞춤 수액치료를 병행했습니다. 비타민 B군, 마그네슘, 아답토젠 복합제 등을 처방했고, 고함량 비타민과 아미노산이 포함된 수액으로 세포 레벨에서의 회복을 도왔습니다.
3. 생활 패턴 재설계
세 번째는 생활 패턴의 재설계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치료를 받아도, 일상에서 같은 패턴을 반복하면 다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병원의 임상영양사와 상담실장이 지연님의 식사, 수면, 스트레스 관리를 함께 모니터링했습니다.
"병원에 오시는 시간은 일주일에 실제로 얼마 되지 않아요.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회복의 속도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함께 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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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첫 TMS 치료의 기록
첫 TMS 치료 날, 지연님은 많이 긴장하셨습니다.
"아프지 않을까요? 무섭지는 않을까요?"
치료가 시작되고 5분쯤 지났을 때, 이런 말씀하셨죠.
"이상하게… 머릿속이 고요해지는 느낌이에요."
TMS 치료는 1회에 약 25분 정도 소요됩니다. 통증은 거의 없고, 두피에 가벼운 자극이 느껴지는 정도입니다. 치료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잠깐 들러 치료받고 다시 출근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지연님은 주 3회, 꾸준히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4회차쯤 되었을 때 첫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퇴근하고 나서 멍하니 있는 시간이 줄었다고. 예전에는 집에 가면 아무것도 못 하고 그냥 소파에 누워 있었는데, 요즘은 간단한 요리라도 해먹게 됐다고.
수면 일지에도 변화가 기록됐습니다. 새벽에 깨는 횟수가 4회에서 1~2회로 줄었고, 다시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졌습니다.
Chapter 6. 작은 변화들이 모이다 (6주 차)
6주가 지났을 때, 저는 지연님에게 중간 점검 검사를 권했습니다.
정량뇌파를 다시 찍어보니, 과활성되어 있던 고베타파가 30% 가까이 감소해 있었습니다. 알파파도 정상 범위의 70% 수준까지 회복되고 있었습니다. 자율신경검사에서는 부교감신경 활성도가 20% 이상 상승했습니다.
숫자의 변화도 의미 있었지만, 저에게 더 인상 깊었던 건 지연님의 표정이었습니다. 6주 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지친 얼굴이 아니었어요. 요즘 아침에 일어나는 게 덜 힘들다며, 예전에는 알람을 5개씩 맞춰도 못 일어났는데, 지금은 한두 번이면 된다고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셨죠.
"제일 좋은 건, 작은 실수에 덜 흔들리게 된 거예요. 예전에는 실수하면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했거든요. 지금은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게 돼요."
이게 바로 TMS 치료가 가져오는 변화입니다. 불안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뇌 회로가 재조정되면, 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반응할 수 있게 됩니다.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노력하지 않아도, 뇌가 스스로 그렇게 반응할 수 있게 된거죠.
Chapter 7. 일상으로 돌아가다 (12주 차)
12주가 되었을 때, 지연님은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 업무 수행 능력 UP
- 회의 시간 집중력 UP
- 지시사항 기억 UP
- 수면의 질 개선
- 정서적 안정 회복
업무 수행 능력이 돌아왔습니다. 회의 중에 집중력을 유지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팀장님의 지시사항을 메모 없이도 기억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동료들에게서 "요즘 컨디션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수면의 질도 크게 개선됐습니다. 새벽 2시에 잠들던 패턴에서, 이제는 밤 11시 30분이면 자연스럽게 잠이 들었습니다. 중간에 깨지 않고 숙면하는 날이 일주일에 5일 이상이 됐습니다. 정서적으로도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극단적인 생각의 빈도가 거의 없어졌고,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는 횟수도 늘었습니다.
"부모님께 전화드리는 게 부담이 아니라 즐거워졌어요. 예전에는 '내가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효도를 하지'라는 생각에 전화도 못 했거든요."
최종 검사 결과도 이 변화를 뒷받침했습니다.
항목 | 첫 내원 시 | 12주 후 |
고베타파 활성도 | 과활성 (상위 15%) | 정상 범위 |
알파파 | 저하 (하위 20%) | 정상 범위 70% |
부교감신경 활성도 | 정상의 40% | 정상의 75% |
아침 코르티솔 | 저하 | 정상 범위 회복 |
스트레스 저항력 | 40% | 68% |
물론 모든 수치가 완벽하게 정상으로 돌아온 건 아닙니다. 하지만 '회복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건 확실했죠.

이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이 이야기를 여기에 기록해 두는 건,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가족에게 잘하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밀어붙이고 계신 분들.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몸은 이미 한계 신호를 보내고 있는 분들. 작은 실수에 하루 종일 시달리고, 밤에 잠이 안 와서 천장만 바라보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분들.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할까"라고 자책하고 계신다면, 한 가지만 기억해 주세요.
그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몸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고갈된 것일 수 있습니다. 뇌가 이완 모드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진 것일 수 있습니다.
원인을 알면, 해결책도 찾을 수 있습니다.
사례 속 주인공도 처음에는 "정말 나아질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셨습니다. 그 질문 뒤에 숨어 있던 간절함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원인을 찾았고, 함께 회복의 길을 걸었습니다.
22년간 기능의학 진료를 하면서, 7만 건 이상의 검진 데이터를 쌓으면서, 저희가 확신하게 된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어떤 컨디션에서든
회복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물론 개인마다 원인도 다르고, 회복의 속도도 다릅니다. 모든 분이 지연님과 똑같은 결과를 얻는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겪고 계신 증상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는 함께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혼자 버티지 않길 바랍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신다면 언제든 문을 두드려 주세요.
본 사례는 환자분의 동의를 얻어 작성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부 내용이 각색되었습니다. 치료 효과는 개인의 상태, 원인, 생활습관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은 전문의 상담 후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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