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조용한데 내 귀만 요란합니다. 귀에서 계속되는 '삐~' 소리에 한숨만 나오죠. 병원에서는 '특별한 이상 없음'이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주변에서는 "스트레스받지 말아라"라는 뻔한 조언만 돌아옵니다.
방도가 없어 체념하고 지냅니다. 언젠가 좋아지겠지라는 기약없는 마음으로 방치가 이어져요.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조심하셔야 합니다. 방치할 경우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 증가’가 보고되어 있거든요.
개선이 되려면 원인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어디에서도 말해주지 않던 이명의 숨은 원인을 알려드립니다. 우선 이명이 왜 생기는지, 그 근원에는 무엇이 자리잡고 있는지부터 설명드릴게요.
이명(耳鳴), 왜 생길까?
많은 분들이 이명을 '귀가 고장 났다'고 생각하시는데요. 긴 시간 많은 이명 환자분들을 진료하면서 알게 된 건, 이명이 비단 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 전체가 보내는 '경고 신호'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듣는 환자분들의 말들 속에서 힌트가 숨어 있습니다.
"귀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대요."
"먹던 약을 바꿨는데,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요즘 스트레스가 심한데, 그것과 관련이 있을까요?"
네, 맞습니다. 이명의 원인은 이렇게 귀 ‘밖’에도 있습니다.
미국 언어청각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약물 중 200여 가지 이상이 이명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최근 연구에서는 만성 스트레스가 뇌의 신경 회로를 변화시켜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도 밝혀졌죠.
귀가 어떤 곳이길래?
자, 그럼 왜 하필 '귀'에서 이런 신호가 나타날까요?
우리 귀, 특히 소리를 감지하는 내이(달팽이관)는 우리 몸에서 가장 민감하고 예민한 기관 중 하나입니다. 마치 정밀한 센서처럼, 아주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감지하죠.
생각해보세요. 귀는 24시간 쉬지 않고 일합니다.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위험 신호를 감지하기 위해 깨어있죠. 그만큼 혈액 공급이 풍부하고, 대사 활동도 활발합니다.
귀가 이렇게 ‘열심히 일한다’는 점이 양날의 검입니다.
한편으로는 섬세한 소리까지 들을 수 있게 해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몸의 작은 불균형에도 가장 먼저 반응하게 만듭니다.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거나, 신경계가 흔들리거나,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 가장 먼저 'SOS'를 보내는 곳이 바로 귀인 것이죠.
그래서 하이맵의원에서는 이명 환자분을 볼 때 단순히 귀만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혈압은 어떤지, 최근 복용 중인 약은 무엇인지, 스트레스 상황은 어떤지, 수면의 질은 괜찮은지... 마치 '건강 탐정'이 되어 환자분의 전반적인 건강 프로필을 재구성합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이명의 숨은 원인 2가지를 하나씩 살펴볼까요?

이명의 숨은 원인 1. 약물
혹시 최근에 새로운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셨거나, 기존 약의 용량을 늘리신 적이 있다면 바로 그 약이 이명의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 언어청각협회에서는 놀랍게도 무려 200가지 이상의 약물이 이명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약들 중에도 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죠.
💊 대표적인 약물들
- 진통제 : 고용량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 항생제 : 겐타마이신, 네오마이신 같은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 항암제 : 시스플라틴, 카보플라틴 등 백금계 항암제
- 항우울제 : 둘록세틴, 벤라팍신, 설트랄린 등
- 이뇨제 : 푸로세미드 같은 루프 이뇨제
진통제의 경우, 고용량의 아스피린은 귀의 독성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약물입니다. 관절염 치료용으로 하루 수 그램씩 복용하던 시절에는 이명이나 청력저하가 자주 보고되었죠. 다행히 요즘 많이 드시는 심장보호용 저용량 아스피린(100mg)은 이명 위험이 매우 낮습니다. 이부프로펜이나 낙센 같은 소염진통제도 장기간 고용량으로 복용할 때 간혹 이명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항생제 중에서는 겐타마이신, 네오마이신 같은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약들은 귀의 유모세포에 직접 손상을 줄 수 있어서 이명뿐만 아니라 청력손상까지도 초래할 수 있거든요.
항암제로는 시스플라틴, 카보플라틴 등 백금계 항암제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약물들은 치료 과정에서 정기적인 청력 검사를 함께 받으실 정도로 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항우울제에서도 드물지만 이명 사례가 보고됩니다. 둘록세틴, 벤라팍신, 설트랄린 등에서 간혹 나타날 수 있고, 특히 약을 갑자기 중단했을 때 일시적으로 이명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서, 복용 중단 시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약물로 인한 이명은 비교적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새로운 약 복용 후 며칠 안에 귀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여 약물 조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명의 숨은 원인 2. 스트레스
이명을 치료하는 가장 안정적인 방법에서 이명의 원인은 귀가 아니라 다른 곳(뇌와 장)에 있다고 이야기드렸는데요. 최근 한 연구에서는 마음의 스트레스만으로도 실제 공사장 소음을 듣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이명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기도 했습니다. 즉, 귀가 실제로 다치지 않아도 마음의 스트레스만으로 충분히 이명이 생긴다는 의미였죠.
더 놀라운 실험도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이 쥐를 대상으로 귀에 아무런 손상도 주지 않고 단순히 스트레스 상황에만 계속 노출시키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쥐를 작은 공간에 가둬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준 것이죠.
결과가 어땠을까요? 스트레스를 받은 쥐들 중 상당수에서 이명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건, 이 쥐들의 귀와 청력은 완전히 정상이었다는 점입니다. 귀는 멀쩡한데도 스트레스만으로 뇌에서 가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죠.
스트레스가 이명을 만드는 과정
조금 복잡하지만 쉽게 설명해드릴게요.
우리 몸에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자동차의 엔진 관리 시스템과 같아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부신이라는 기관까지 신호를 보내서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이 관리 시스템이 고장난다는 겁니다. 마치 오래된 자동차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는 거죠.
실제로 하이맵의원에 오시는 이명 환자분들을 검사해보면, 이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건 간단한 침 검사로도 하루 종일 스트레스 호르몬이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럼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이 고장나면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쉽게 말해서 뇌 곳곳에 "염증"이 생깁니다. 마치 몸에 상처가 나면 빨갛게 붓는 것처럼, 뇌 안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거예요. 이렇게 뇌에 염증이 생기면 뇌 신경들의 균형이 깨집니다.
- 뇌를 진정시키는 "진정제 역할"의 신경은 약해지고
- 뇌를 흥분시키는 "각성제 역할"의 신경은 너무 활발해집니다.
결국 뇌의 "볼륨 조절기"가 고장나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될까요?
밖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도 뇌가 혼자서 "삐~" 하는 가짜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마치 고장난 라디오가 방송이 없는데도 잡음을 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것이 바로 병원에서 "검사상 이상 없음"이라고 하는데도 계속 들리는 이명의 진짜 정체입니다.

이명, 방치하면 벌어지는 일.
"이명인 것 같은데, 심하지 않으니까 참고 살아야지"라고 생각하고 계신다면, 잠깐만요. 이명을 단순한 불편함 정도로 생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오늘의 작은 이명이 내일의 큰 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1. 이내 찾아 오는 ‘마음의 병’
이명으로 고통받는 환자분들을 진료해보면 거의 모든 분들이 공통적으로 극심한 우울감, 불안감, 심지어 공황장애까지 함께 겪고 계십니다. "이 소리를 평생 듣고 살게 되면 어떡하나?", "이명이 치매의 원인이라던데, 치매가 오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 "이렇게 힘들게 사느니 차라리..." 하는 우울감까지.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깊은 고통을 호소하십니다.
이게 우연이 아닙니다. 2017년 미국의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이명 환자는 이명이 없는 사람에 비해 불안장애를 겪을 확률이 2.8배, 우울장애도 2.8배 높게 나타납니다.
2. 뇌가 24시간 공격받습니다.
이명은 단순히 소리가 들리는 증상이 아닙니다. 우리의 집중력과 수면을 갉아먹고, 결국 뇌의 감정 조절 시스템을 24시간 내내 공격해서 우리를 끝없는 불안과 우울의 늪에 빠뜨리는 뇌 질환으로 봐야 합니다.
그 소리 때문에 밤에 잠을 설치고, 낮에는 일이나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고, 늘 신경이 곤두서 있게 됩니다. 이렇게 일상이 무너지다 보니 결국 마음까지 병이 드는 것입니다.
3. 치매로 발전합니다.
뇌가 24시간 내내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있으니 당연히 다른 기능들도 조금씩 고장나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가장 소중한 능력인 기억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많은 이명 환자분들이 요즘 자꾸자꾸 깜빡깜빡한다며, 이러다가 치매 오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시는데, 실제로 대만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 결과는 50-65세 사이의 이명 환자 그룹에서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1.68배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이명이 직접 치매를 유발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두 질환 사이에 분명한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중요한 단서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혼자 참고 견디지 마세요. 우리가 살필게요.
귀에서 계속되는 소리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이제 더 이상 혼자 참고 견디지 마세요. 오늘 설명드린 것처럼 이명은 단순히 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과 마음이 보내는 복잡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약물이나 스트레스처럼 예상치 못한 원인이 숨어있을 수도 있고, 방치할 경우 우울증이나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위험도 있죠.
하지만 희망은 분명히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 파악과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많은 분들이 이명에서 벗어나고 계십니다. 맥박성 이명처럼 혈관 문제가 원인이라면 그에 맞는 치료를,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을 바로잡는 근본적 치료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만 이런 고통을 겪는 건 아닐까' 하는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이명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겪는 증상이며 진화된 현대의학, 특히 기능의학은 이미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전문의와 상담하여 여러분만의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시길 권합니다. 조용한 일상을 되찾는 그날까지, 우리가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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