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 저녁이었습니다. 잠자리에 들려고 누웠는데 '삐'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소리였습니다. 처음엔 곧 사라지겠거니 했지만, 소리는 멈추지 않았죠.
'이명인가 보다.'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이명 증상, 원인, 치료법. 검색 결과는 절망적이었습니다. "치료가 어렵다", "평생 가는 경우도 많다",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빠르게 악화된 증상
문제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작게 들리던 소리가 며칠 사이에 더 선명해졌습니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더 크게 들렸고요.
이비인후과를 찾았습니다. 검사를 받았지만 돌아온 건 신경안정제 처방뿐이었습니다. 효과가 없었습니다. 한의원에도 3일을 다녀봤습니다.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설거지를 하는데 물소리가 기차 소리처럼 크게 들렸습니다. 공명 현상이 시작된 것입니다. 일상의 소리들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증폭되어 들려왔습니다.
'큰일 났다.'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증상이 이렇게까지 악화될 줄은 몰랐습니다.
귀만 봐서는 찾을 수 없는 원인
이명은 왜 치료가 어렵다고 할까요?
그동안 이명은 '귀의 질환'으로만 여겨져 왔습니다. 귀에 문제가 있으니 귀만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귀만 들여다봐서는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김선희(가명, 이하 선희)님의 기능의학 검사 결과가 그 명제를 증명해주었는데요.
그렇다면, 선희님의 이명 원인은 어디에 숨어 있던 걸까요? 아래는 하이맵의원이 밝혀 낸 이명의 숨은 원인들입니다.
검사결과 1. 혈액과 소화, ‘순환’의 문제
먼저 혈액 검사에서 두 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첫째, 펩신 수치가 낮았습니다. 펩신은 위에서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입니다. 이 수치가 낮다는 것은 소화 기능이 떨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음식을 먹어도 영양소가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둘째, 콜레스테롤이 228로 높았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이명 환자가 병원에 가면 대부분 혈액순환 개선제를 처방받습니다. 어느 병원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사실상 의료계가 '혈액순환이 이명에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거죠.

그런데 정작 혈행을 방해하는 콜레스테롤 문제는 어떨까요? 높은 콜레스테롤은 혈관을 좁히고 피의 흐름을 방해합니다. 귀와 뇌로 가는 혈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산소와 영양 공급이 부족해집니다. 혈액순환 개선제를 처방하면서 정작 혈행을 막는 근본 원인은 방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검사결과 2.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 ‘장-뇌축’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선희님의 장내 미생물 분포가 심혈관 질환을 가진 사람과 95% 일치했습니다. 뇌 질환을 가진 사람과는 89% 일치했습니다. 장에 사는 미생물들의 구성이 건강한 사람과는 확연히 달랐던 것입니다.
그럼 이 장과 뇌는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걸까요?
우리 몸에는 '장-뇌 축'이라는 연결 통로가 있습니다. 장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들이 혈류를 타고 뇌에 영향을 줍니다. 장내 환경이 나빠지면 염증 물질이 늘어나고, 이것이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죠. 이명이 '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문제'이고, 그 뇌가 '장의 영향'을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음식 과민증 검사에서도 여러 음식에 대한 면역글로불린 G4 반응이 증가해 있었습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 음식들이 몸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있었던 거죠.
검사결과 3. 해독과 신경 문제 → ‘뇌’로
소변 유기산 검사 결과, 간의 해독 기능이 정상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곰팡이균도 검출되었습니다.
간은 우리 몸의 해독 공장입니다. 이 기능이 떨어지면 독소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몸에 쌓입니다. 쌓인 독소는 신경계에 부담을 주고, 뇌의 기능을 방해합니다.

신경전달물질 검사에서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 증가해 있었습니다. 이 물질들은 뇌를 각성시키고 긴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수치가 높다는 것은 뇌가 지속적으로 흥분 상태에 놓여 있다는 뜻입니다. 쉬어야 할 때도 쉬지 못하고 계속 경계 모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뇌가 정상적으로 소리를 처리할 수 있을까요? 과흥분된 청각 신경이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검사결과 4. ‘부신’, 무너진 스트레스 방어막
타액 호르몬 검사에서는 부신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있었습니다.
부신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장기입니다. 코르티솔과 DHEA가 대표적입니다. 이 호르몬들이 충분해야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상 부신피로 4단계였습니다. 하지만 코르티솔과 DHEA 수치를 자세히 보면, 실질적으로는 부신 고갈에 가까운 7단계 수준이었습니다. 스트레스에 대응할 여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습니다.

부신이 고갈되면 작은 자극에도 몸이 과민하게 반응합니다. 소리에 대한 민감도가 올라가고, 한번 시작된 이명이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결국, 이명의 ‘원인’은..
검사 결과를 종합하면 하나의 그림이 보입니다.
소화 기능 저하, 높은 콜레스테롤, 장내 환경 악화, 간 해독 기능 저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 부신 고갈. 이 모든 것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었습니다.
이명은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쌓여온 불균형이 한순간 터져 나온 결과입니다. 어떤 스트레스나 피로가 방아쇠가 되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점에서 증상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앞서 얘기했던, 이명이 ‘귀’만 치료해서 낫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이명 치료도 수월할 수밖에
치료는 드러난 원인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qEEG, 정량뇌파검사를 통해 뇌 상태를 정밀하게 평가했습니다. 같은 이명이라도 사람마다 뇌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 어느 부위가 과활성화되어 있는지, 어떤 뇌파가 불균형한지를 파악해야 정확한 치료가 가능합니다. 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TMS 치료의 강도와 방식, 자극 부위를 결정했습니다.
콜레스테롤 문제는 약을 쓰지 않고 접근했습니다. 콜레스테롤이 높아진 원인을 찾아서 식이요법과 생활습관 교정으로 낮추는 방법을 안내해 드렸습니다. 음식 과민증 검사에서 반응이 나온 음식들은 피하도록 교육했습니다. 장내 환경 개선을 위한 처방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부신 기능 회복을 위한 영양 보충도 병행했습니다.
물론 치료의 주인공은 선희님 본인이었습니다. 안내해 드린 식이요법과 생활습관을 성실하게 실천해 주셨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치료 2회 만에 찾아온 변화

TMS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놀라운 변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1회, 2회 치료를 받으면서 이명 소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3회차 치료를 위해 방문하신 선희님은 실제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녁에 자기 전에 소리가 남아있나?
하고 신경 써서 들어야 느낄 정도로 확 줄었어요.
정말 깜짝 놀랐죠, 뭐."
인터넷에서 읽었던 정보들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안 낫는다고 그랬는데,
상당히 오래 갈 거라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갑자기 좋아져서 그 부분은 굉장히 안심이 되더라고요."
이명만 좋아진 게 아니었습니다. 그 시기에 스트레스가 많아서 불면증으로도 고생하고 계셨는데, 수면의 질도 함께 개선되었습니다. 지금은 예전과 다르게 잠을 정말 푹 주무시는 편이라고.
이명 너머의 회복
치료를 진행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들이 함께 나타났습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진 것인데요. 콜레스테롤 약을 먹지 않고도 개선됐습니다. 선희님은 이 부분을 굉장히 신기해 하면서도 만족스러워하셨습니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두드러기와 피부염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는데요. 전에는 증상 치료만 했지 원인 규명이 제대로 안 된 상태였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지연성 푸드 알러지 검사를 통해 내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음식들을 정확히 알게 되었고, 이제 그 음식(식재료)들을 피할 수 있으니까 두드러기 같은 것도 예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나아가 모든 게 수치로 확인되고, 점차 느껴지는 변화가 계속된 치료에 큰 동기를 부여했습니다. 결과가 좋아지는 게 몸으로 느껴지고, 눈으로 보여지니 생활 관리부터 치료까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가 생겼던 거죠.
이명, 우리 몸이 보내오는 ‘신호’
오늘날 이명이 불치병처럼 여겨져 온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귀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니 귀의 질환이라고만 생각하고, 그쪽만 치료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선희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명은 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귀는 뇌와 연결되어 있고, 뇌는 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화 기능, 해독 기능, 호르몬 균형, 장내 환경.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우리 몸의 균형을 이룹니다. 그 균형이 무너질 때 이명이라는 신호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선희님의 사례가 모든 분께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이명의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고, 치료 반응과 기간도 개인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원인을 찾으면 치료의 길이 보인다는 것.
지금 이명으로 힘들어하고 계신다면, 귀만 들여다보지 마시고 몸 전체에 귀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회복의 첫 걸음은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치료 반응과 기간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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