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섯 군데 병원을 다녔어요”
"귀에서는 소리가 나고, 밤에는 잠이 안 오고, 소화도 안 되고, 낮에는 머리가 멍하고, 이유 없이 불안해요.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귀는 괜찮대요. 내과에서는 위장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하고요. 정신과에서는 약을 주셨는데, 근본적으로 나아지는 것 같지가 않아요. 근데.. 저는 분명히 아프거든요?"
여러 과를 돌며 각각 검사를 받았지만, 어디에서도 "당신의 문제 전체"를 설명해 주지 않았던 경험. 검사 결과지에는 대부분 "특별한 이상 없음"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도 몸은 여전히, 계속 여러 곳에서 신호를 보냅니다.
이런 분들이 하이맵의원 진료실을 유독 많이 찾습니다. 한 가지 증상이 아니라,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여러 증상을 동시에 안고 오시는 분들입니다. 왜 이런 분들이 기능의학 진료실로 모이는 걸까요? 오늘은 그 이유를 함께 풀어보려 합니다.
복합 증상, 실제로 많습니다.
의학에는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증상(Medically Unexplained Symptoms, MUS)이라는 오래된 개념이 있습니다. 검사로 뚜렷한 기질적 원인을 찾기 어렵지만 환자가 실제로 겪고 있는 신체 증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증상이 얼마나 흔한지를 보여주는 연구가 있습니다. 런던의 두 종합병원에서 신경과, 소화기내과, 심장내과 등 7개 외래 진료과를 새로 방문한 환자 890명을 조사한 결과, 최종 진단이 내려진 환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가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증상의 기준에 해당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증상이 일반 내과 진료 전반에 걸쳐 흔하며, 일부 진료과에서는 가장 ‘흔한 진단’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절반이 넘는다는 숫자의 의미는 분명합니다. 현대 진료 방식이 잘 포착하지 못하는 유형의 고통이 실제로 존재하며, 그 고통을 겪는 사람이 결코 소수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여러 병원을 다녀도 답을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당신이 예민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문제가 지금의 진료 틀에 잘 담기지 않는 종류일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종종 이중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나는 증상 자체의 고통이고, 다른 하나는 "여기저기 병원을 옮겨 다니는 사람" 혹은 "검사상 멀쩡한데 유난인 사람"으로 오해받는 데서 오는 지침입니다.
그러나 여러 과를 전전하게 되는 것은 환자의 성향 때문이 아니라, 여러 계통에 걸친 증상을 한곳에서 설명받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하는 진료의 구조에 있습니다.
왜 여러 과를 돌아도 답을 못 찾을까?
현대 의학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몸을 장기와 전문 영역으로 나누어 각각을 깊이 파고들며 눈부시게 정밀해졌습니다. 이비인후과는 귀를, 소화기내과는 위장을, 정신건강의학과는 마음을 봅니다. 급성 질환과 명확한 병변 앞에서 이 방식은 대단히 강력합니다.
그런데 여러 시스템에 걸쳐 증상이 흩어져 있는 사람에게는 이 구조가 오히려 벽이 되기도 합니다. 각 진료과는 자기 영역 안에서 "여기는 이상 없다"고 정확히 답하지만, 영역과 영역 사이에 걸쳐 있는 문제는 누구의 몫도 되지 않은 채 남습니다. 그래서 환자는 이 과에서 저 과로 계속 의뢰되고, 증상마다 다른 약을 받아 들고 병원 문을 나섭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증상 군집을 연구해 온 학자들은 이렇게 지적합니다. 같은 증상의 조합을 가진 환자라도 어느 진료과의 문을 먼저 두드렸는지에 따라 받게 되는 진단명이 달라진다는 것. 통증을 주로 호소하며 정형외과에 가면 그 과의 언어로, 소화 증상으로 소화기내과에 가면 또 그 과의 언어로 이름 붙여집니다. 진단이 몸속 근본 원인이 아니라, 환자가 우연히 선택한 진료 경로와 의사의 전공에 따라 결정되는 셈입니다.
하이맵의원은 진료 현장에서 이 문제를 오래 지켜봐 왔습니다.
"한 사람이 가진 5개 증상의 뿌리가 하나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하나를 다스리면 여러 증상이 함께 좋아질 수 있는데, 뿌리는 건드리지 않고 증상마다 약만 더해지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약이 지나치게 늘어나 간이 힘들어지기도 하죠."
- 하이맵의원 김혜연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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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에는 또 하나의 그늘이 있습니다. 증상마다 다른 약이 더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복용하는 약의 가짓수가 상당히 늘어납니다. 때로는 한쪽 증상을 다스리는 약이 다른 쪽에는 반대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뿌리는 그대로 둔 채 잎마다 약을 붙이는 방식으로는, 약은 늘어나는데 몸 전체의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이르기 쉽습니다.
건강한 몸을 한 그루의 나무에 비유해 봅시다.
잎(증상)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서로 다른 과에서 서로 다른 잎을 손질하지만, 뿌리(근본 원인)는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상황. 여러 과를 돌아도 답을 찾지 못한 많은 분들이 바로 이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여러가지 증상.. 뿌리(근원)는 하나?
과학이 말하는 연결고리
"흩어진 증상들이 사실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은 기능의학 씬에서만의 주장이 아닙니다. 주류 의학 문헌 역시 서로 달라 보이는 증상들이 하나의 공통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올 수 있음을 여러 각도에서 뒷받침합니다.
대표적인 3갈래 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만성 염증이라는 공통 토양
염증은 원래 몸을 지키는 방어 반응입니다. 상처가 나거나 감염이 되면 잠깐 켜졌다가 꺼지는 것이 정상이죠. 문제는 이 불이 꺼지지 않고 은근하게 계속 타오를 때입니다.
2019년 세계 여러 기관의 연구자들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은,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만성 스트레스, 환경 독소 같은 일상의 요인들이 몸에 지속적인 전신 만성 염증을 만들고, 이 염증이 심혈관질환·당뇨·자가면역질환·신경퇴행성 질환처럼 겉보기에 전혀 다른 여러 질환의 공통 배경이 된다고 정리했습니다.
서로 다른 진료과에서 각각 이름 붙는 질환들이, 실은 같은 토양에서 자라났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뿌리 하나가 여러 갈래의 문제로 뻗어 나가는 구조인 셈입니다.
둘째, 중추 감작이라는 증폭 장치
우리 몸에는 외부와 내부의 신호를 적절히 조율하는 신경계의 볼륨 조절 기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절 장치가 지나치게 예민해지면, 평소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자극에도 몸이 과도하게 반응합니다.
쉽게 말해, 중추신경계가 감각 신호를 여러 장기에 걸쳐 증폭시키면 통증뿐 아니라 피로·수면 장애·브레인포그·어지럼·소화 불편처럼 여러 계통의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죠.
류마티스 분야의 연구자 유누스(Yunus)는 이렇게 겹쳐 나타나는 여러 상태를 '중추 감작 증후군'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을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왜 이 증상들이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함께 뭉쳐' 나타나는지, 그리고 한 가지를 검사해서는 좀처럼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지를 설명해 주는 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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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장-뇌-호르몬’ 축의 연결
장과 자율신경, 스트레스 호르몬 축은 서로 촘촘히 이어져 있어서, 이 회로가 흔들리면 소화·수면·기분·피부가 동시에 영향을 받습니다. 장 환경이 무너지면 염증 물질이 온몸을 돌며 뇌 기능과 감정에까지 영향을 주고, 스트레스 호르몬 리듬이 깨지면 잠과 에너지가 함께 무너집니다.
실제 하이맵의원이 우울이나 이명 같은 뇌 증상을 보면서도 장 기능부터 점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이 3갈래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여러 증상이 하나의 뿌리를 공유할 때, 그 뿌리를 바로잡으면 여러 증상이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으며, 개인마다 원인의 조합은 다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증상마다 따로 약을 더하는 길" 외에 다른 길이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현재 하이맵의원에서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복합 증상을 가진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몸을 전체로, 비유하자면 나무 한 그루처럼 볼 수 있는 진료’입니다. 복합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하이맵의원을 많이 찾는 이유입니다.
몸과 마음을 한 지붕 아래에서 봅니다. 하이맵의원은 가정의학과·내분비내과·정신건강의학과 영역의 의료진이 협진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각각의 질병을 여러 병원을 거쳐 살피는 것이 아닌, 여러 계통에 걸친 증상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함께 살핍니다.
다시 말해 소화불량 환자에게서 자세 문제를 발견하고, 식욕 저하에서 편두통의 실마리를 찾는 것처럼 겉으로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추적하는 진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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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길게 묻고, 깊이 해석합니다. 복합 증상을 이해하려면 증상 목록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왜 하필 이 사람에게 이런 증상의 조합이 생겼는가"라는 접근이 필요하죠. 하이맵의 진료 시간이 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생활 습관, 영양 상태, 스트레스, 과거력을 함께 들여다보며 증상들 사이의 맥락을 읽어냅니다.
🔗 관련 글 : 하이맵의원 첫 진료 과정, 비용 안내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규명합니다. 하이맵의원은 22년의 기능의학 임상 경험과 누적 8만 건 이상의 기능의학 검진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소변 유기산·타액 호르몬·모발 미네랄·장내미생물 검사 등을 통해 몸이 에너지를 만들고, 소화하고, 해독하고,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기능의 흐름'을 살핍니다. 축적된 데이터는 어떤 검사 결과가 어떤 증상과 의미 있게 연결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토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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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처방으로 끝내지 않고, 긴 호흡으로 동행합니다. 하이맵(HiMAP)의 'MAP'은 메타 분석(Meta-Analysis)과 계획(Plan)의 약자로, 단 한 번의 검사와 처방으로 끝나는 진료가 아니라 환자의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조정되는 건강 설계를 뜻합니다. 복합 증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회복 역시 분석과 계획, 조정과 재평가가 반복되는 하나의 여정입니다. 의사·영양사·상담매니저가 한 팀을 이루어 이 과정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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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진료실에서는 이런 조합을 자주 마주합니다.
- 이명과 함께 불면·혈당 문제·우울감을 같이 안고 오시는 분
-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체중 증가·불면·우울감이 겹친
- 아토피 피부염과 만성 피로·소화 장애·브레인포그를 함께 겪는 분
처음에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 증상들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흐름 위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과를 돌며 각각의 증상에 대한 답을 조각조각 받아 온 분일수록, 그 조각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체 그림으로 이어보는 진료가 필요합니다. 하이맵의원이 복합 증상 환자를 자주 만나는 것은, 바로 그 흐름을 함께 읽어보려는 진료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흩어진 증상을 ‘하나의 지도’로
여러 곳이 동시에 아픈데 어디에서도 답을 얻지 못했고, 어느 하나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건 아직 하나의 이야기로 함께 읽히지 못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흩어진 증상들을 한 장의 지도 위에 올려놓고 그 사이를 잇는 선을 찾는 일. 복합 증상을 가진 분들에게 근본 원인을 함께 찾아가는 접근이 의미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뿌리를 함께 살피는 접근은 회복 이후에도 이어집니다. 근본 원인에 관여한 생활 습관과 몸의 균형을 계속 돌보는 일은, 한 번 좋아진 상태를 오래 지켜가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복합 증상을 가진 분들에게 진료가 하나의 여정이라고 비유해 드리기도 하죠.
모든 사람의 원인과 경과는 다를 겁니다. 이 글은 특정한 진단이나 치료 결과를 약속하지 않으며, 정확한 원인 파악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 여러 증상으로 지쳐 있다면, 그 증상들을 따로가 아니라 함께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과 관련한 정확한 판단은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치료 효과와 경과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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