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왜 생기는 걸까? 5가지 원인과 치료 가능성

"의지가 약해서 그래", "마음먹기 나름이야",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우울증은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생물학적 변화들이 얽혀 있는 질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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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04, 2025
우울증은 왜 생기는 걸까? 5가지 원인과 치료 가능성
우울증을 겪는 분들은 종종 이런 오해와 마주합니다. "의지가 약해서 그래", "마음먹기 나름이야",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우울증은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생물학적 변화들이 얽혀 있는 질환입니다.
오늘은 우울증이 왜 생기는지, 그 원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의학적 내용들을 최대한 쉽게 풀어드릴게요. 원인을 이해하면,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기 시작하니까요.
 

우울증 원인 1. 신경전달물질

 
우울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세로토닌 부족"일 겁니다. 맞습니다. 세로토닌은 우리의 기분, 수면, 식욕을 조절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데요. 반면, 잘 알려진 ‘도파민’은 즐거움과 동기부여를, 노르에피네프린은 집중력과 에너지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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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항우울제는 대부분 세로토닌을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왜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항우울제를 복용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분들이 절반 가까이 됩니다.
 
최근 연구들은 세로토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뇌의 기분과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들 사이에는 글루타메이트와 GABA라는 또 다른 중요한 화학적 메신저가 있습니다. 이 둘은 뇌에서 가장 흔한 신경전달물질로, 뇌가 평생에 걸쳐 변화하고 발달하는 방식을 조절하죠.
 
문제는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불안을 겪을 때입니다. 이때 신경세포 간의 연결 일부가 끊어지기 시작합니다. 마치 전화선이 끊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 결과 신경세포 간의 소통에 "잡음"이 생기고, 이러한 연결 손실과 잡음이 우울증의 생물학적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왜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가", "왜 조절이 안 되는가"입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몸 전체를 바라봐야 합니다.
 

우울증 원인 2. 스트레스 호르몬 (HPA 축)

 
혹시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들어보셨나요?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데, 사실 코르티솔은 나쁜 호르몬이 아닙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우리 몸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죠.
 
코르티솔이 분비되는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선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시상하부가 먼저 반응합니다.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에 신호를 보내고, 뇌하수체는 다시 부신에 "코르티솔을 분비하라"고 명령해요. 이 3가지 기관의 연결고리를 HPA 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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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코르티솔 분비도 줄어듭니다. 마치 화재경보기가 불이 꺼지면 자동으로 멈추는 것처럼. 그런데 우울증 환자분들에게서는 이 시스템에 이상이 생깁니다.
 
여기서 우울증 환자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소견을 얘기드리자면, 코르티솔과 코르티코트로핀 방출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정상적인 억제 반응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화재경보기가 불이 꺼진 뒤에도 계속 울리고 있는 상태인 거죠.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만성적으로 높은 코르티솔은 우리 뇌의 "해마"라는 부위에 영향을 미칩니다. 해마는 기억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중요한 곳인데요,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분들 중 상당수에서 해마의 크기가 줄어들어 있는 것이 관찰됩니다.
 
이것이 바로 우울증을 겪을 때 기억력이 떨어지고, 집중이 안 되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코르티솔이 높을수록 인지 기능은 더 떨어지는 경향을 보여요. 단순히 "기분이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뇌에 물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우울증 원인 3. 장-뇌 축

 
흔히들 "배가 아프면 기분도 안 좋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그냥 풍설이 아니라, 나름 과학적 근거가 있는 말입니다. 우리 장 속에는 약 39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이 미생물들은 단순히 소화만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분과 감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장과 뇌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떄문입니다. 이 연결고리를 장-뇌 축이라고 부릅니다. 최근 연구들은 우울증이 위장관 미생물군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울증은 장내 미생물의 구성을 바꿀 수 있고, 반대로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은 우울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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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장의 염증은 불안과 우울증을 포함한 여러 정신 질환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장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우리 몸의 세로토닌 중 약 90%가 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장과 뇌가 소통하는 경로는 크게 4가지입니다. 첫째, 미주신경을 통한 신경학적 경로. 둘째, 호르몬을 통한 내분비 경로. 셋째,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대사산물을 통한 체액성 경로. 넷째, 면역 시스템을 통한 면역 경로입니다.
 
이게 바로 소화 문제와 우울감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속이 불편하고, 변비나 설사가 반복되고, 동시에 기분도 가라앉는다면? 장과 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능의학에서는 이러한 장-뇌-호르몬의 연결고리를 중요하게 봅니다. 단순히 "우울하니까 항우울제"가 아니라, "왜 이 연결고리가 무너졌는지"를 찾는 것이 치료의 시작입니다.
 

우울증 원인 4. 염증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립니다. 어쩌면 "마음의 염증"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릅니다. 염증은 원래 우리 몸을 보호하는 반응이에요. 상처가 나거나 세균이 침입하면, 면역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싸우는 거죠. 문제는 이 염증 반응이 만성화될 때입니다.
 
우울증이 순수한 "염증성 질환"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울증과 염증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서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증거는 계속 축적되고 있어요.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있는데요. 염증성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우울증 발생률이 더 높고, 반대로 우울증 환자 중 약 3분의 1은 특별한 신체 질환이 없어도 혈액에서 염증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염증이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면역 신호 물질)은 뇌에서 염증 신호 경로를 활성화시킵니다. 이로 인해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이 변화하고, 신경 성장인자가 감소합니다. 특히 IL-1β, IL-6, TNF-α라고 불리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우울 증상이 더 심한 경향을 보이죠.
 
감기에 걸렸을 때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피곤하고, 입맛도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사람 만나기도 싫어지죠. 이것을 "질병 행동(sickness behavior)"이라고 하는데, 우울증의 증상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이 반응이 만성화되면, 우울증과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성적인 염증 상태(예를 들어 비만이나 당뇨, 자가면역질환, 만성 감염, 심지어 불규칙한 식습관과 수면 부족까지)가 우울증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우울증 원인 5. 유전과 환경

 
"우울증도 유전이 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주요우울장애의 유전력은 약 30~40% 정도로 추정됩니다. 이 말은 유전자만으로는 우울증 위험의 절반도 설명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부모님이 우울증을 겪었다고 해서 자녀도 반드시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무엇이 결정할까요? 바로 환경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흥미로운 개념이 등장합니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라는 것. 쉽게 말해 환경이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고 끌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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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유전자는 일종의 설계도와 같습니다. 그런데 이 설계도의 모든 부분이 항상 읽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유전자는 "켜져" 있고, 어떤 유전자는 "꺼져" 있죠. 후성유전학적 변형은 DNA 서열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서도, 유전자가 발현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으로 거의 100% 동일합니다. 그런데 한 쌍둥이는 우울증을 겪고, 다른 쌍둥이는 겪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관련 연구 2)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출생 후 환경적 차이에 따라 비정상 유전자가 발현될 수도 있고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환경 중에서도 특히 어린 시절의 경험이 중요합니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평생에 걸쳐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개인이 가장 취약한 시기는 어린 시절이에요. 어린 시절의 학대, 방임, 부모의 이혼, 상실 경험 등은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성인이 된 후 우울증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초기 부정적 경험은 우울증과 관련된 장기적인 신경생물학적 변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초기 학대 이력이 있는 어린이에서 우울 증상의 위험은 유전형과 학대 이력 간의 상호작용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즉, 특정 유전적 취약성을 가진 사람이 어린 시절 부정적 경험을 하면, 우울증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이 운명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후성유전학적 변화는 되돌릴 수 있습니다. 좋은 환경, 적절한 치료, 건강한 생활습관은 유전자의 스위치를 다시 바꿀 수 있습니다.
 

우울증, 결국 ‘뿌리’를 찾아야

 
지금까지 우울증의 다양한 원인들을 살펴봤습니다. 신경전달물질, 스트레스 호르몬, 장-뇌 연결, 염증, 유전과 환경. 복잡하게 느껴지시죠?
 
사실 이 원인의 다양성이 우울증 치료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울증은 단일한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아요. 여러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 의학의 일반적인 접근은 어떨까요? 증상에 따라 약을 처방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한 분이 다섯 가지 증상으로 다섯 군데 병원을 다니고, 다섯 가지 약을 먹고 계세요. 그런데 사실 이 다섯 가지 증상의 뿌리가 하나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하나를 치료하면 모두 개선할 수 있는데, 뿌리는 건드리지 않고 각 증상에 대한 약만 계속 추가되는 거죠.
 
기능의학은 다르게 접근합니다. "왜 이 증상이 생겼는가"를 묻습니다. 증상 뒤에 숨어있는 근본 원인에 집중하고 개별 치료 방법을 강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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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볼게요. 우울감으로 오신 분의 검사 결과에서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발견되었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염증 수치도 높고, 코르티솔 리듬도 무너져 있었는데요. 이 경우, 단순히 항우울제만 처방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장 건강을 회복하고, 염증을 줄이고, 스트레스 호르몬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더 근본적인 접근이 아닐까요?
 
하이맵의원에서는 정량뇌파검사(qEEG)자율신경검사를 통해 뇌와 신경계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합니다. 기능의학 검진을 통해 장 건강, 호르몬 균형, 영양 상태, 염증 수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에게 맞는 치료 계획을 세웁니다.
 
특히 약물에 의존하지 않는 치료 방법도 있습니다. TMS(경두개 자기자극술)는 자기장을 이용해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여 신경 기능을 개선하는 비침습적 방법이에요. 약물 부작용 없이 뇌 기능 자체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원인을 알면 희망이 보입니다.

 
우울증은 복잡한 질환입니다. 하지만 복잡하다고 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함께 살펴본 것처럼, 우울증에는 다양한 생물학적 원인이 있습니다.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HPA 축의 이상, 장-뇌 연결의 문제, 만성 염증, 그리고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 이 요인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혀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그래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증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어있는 원인을 찾고,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것. 그것이 진정한 회복으로 가는 길입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탄력성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우리 몸에는 스스로 회복하려는 힘이 있어요. 그 힘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아 제거하고, 회복을 도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기능의학적 접근의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기억해 주세요. 우울증은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는 것.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실제적인 변화들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원인이 있다는 것은, 해결책도 있다는 뜻입니다.
 
증상 뒤에 숨어있는 진짜 원인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회복의 시작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인의 상태에 따라 원인과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아래 서식을 통해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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