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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란 무엇인가?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을 뜻하는 마이크로(micro)와 '생물군계'를 뜻하는 바이옴(biome)의 합성어입니다. 특정한 환경에 함께 살아가는 미생물 집단 전체를 가리키는 생태학 용어죠. 이 글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정의부터 바른 이해, 그리고 관리법을 안내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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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맵의원
Jul 01, 2026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란 무엇인가?
Contents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무엇인가?숫자로 보는 경이로움미생물은 우리 몸, 어디에 살까?장 속에서 무엇을 하는가?왜 사람마다 다른가?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이 무너질 때타고나는 동시에 가꾸는 장기
우리는 흔히 '내 몸은 나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장도, 간도, 뇌도 온전히 나를 이루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여기 조금 낯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몸속에는 '내가 아닌' 수십조의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잠시 머무는 손님이 아닙니다. 소화를 돕고, 면역을 훈련시키고, 심지어 뇌에까지 신호를 보내는,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입니다.
 
이 보이지 않는 생명 공동체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 부릅니다. 최근 의학이 가장 뜨겁게 주목하는 이름이기도 하죠. 오늘은 이 신비로운 세계의 정체를 하나씩 들여다보려 합니다.
 
미이크로바이옴의 정의부터 역할, 관리 방법까지 (AI 생성 이미지. www.midjourney.com)
미이크로바이옴의 정의부터 역할, 관리 방법까지 (AI 생성 이미지. www.midjourney.com)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무엇인가?

 
먼저 이름부터 풀어보겠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을 뜻하는 마이크로(micro)와 '생물군계'를 뜻하는 바이옴(biome)의 합성어입니다. 특정한 환경에 함께 살아가는 미생물 집단 전체를 가리키는 생태학 용어죠.
 
여기서 자주 혼동되는 두 단어를 짚고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오타는 우리 몸에 사는 살아있는 미생물들, 그 공동체 자체를 말합니다. 반면 마이크로바이옴은 그 미생물들뿐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내는 대사산물, 구조물,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까지 아우르는 더 넓은 개념입니다. 말하자면 마이크로바이오타가 '주민'이라면, 마이크로바이옴은 그 주민과 그들이 일군 '도시 전체'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 주민들은 세균만이 아닙니다. 세균을 비롯해 고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원생생물까지 다양한 미생물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룹니다. 흔히 '장내 세균'이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세균이 그중 가장 큰 무리일 뿐입니다.
 
이 개념은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1988년, 식물 뿌리 주변 미생물을 연구하던 휩스(Whipps) 연구진이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말을 처음 정의했고, 훗날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조슈아 레더버그가 이를 인체에 적용하며 오늘날 우리가 아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작 전 한가지 오해를 풀어드립니다. 이 미생물들은 우연히 우리 몸에 흘러든 침입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류는 수백만 년에 걸쳐 이들과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우리가 미생물에게 따뜻하고 영양이 풍부한 보금자리를 내어주는 대신, 미생물은 우리 혼자서는 하지 못하는 여러 일을 대신해 줍니다.
 
오랜 세월 다져진 이 공생 관계가, 지금부터 살펴볼 마이크로바이옴의 놀라운 역할들의 바탕이 됩니다.
 

숫자로 보는 경이로움

 
이제 규모를 이야기해 볼까요. 이 대목에서 아마 여러분이 어디선가 들어봤을 유명한 문장이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우리 몸속 미생물은 인체 세포보다 10배나 많다." 오랫동안 사실처럼 인용되어 온 말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무려 39조개에 육박하는 우리 몸 속 미생물들 (AI 생성 이미지. www.midjourney.com)
무려 39조개에 육박하는 우리 몸 속 미생물들 (AI 생성 이미지. www.midjourney.com)
 
2016년, 세계적 학술지 『PLOS Biology』에 실린 정밀한 재계산 연구가 이 '10배 신화'를 바로잡았습니다. 70kg 성인을 기준으로 몸속 미생물은 약 39조 개, 인체 세포는 약 30조 개. 즉 대략 1 대 1에 가까운 비율이었던 겁니다. '10배'라는 숫자는 알고 보니 엄밀한 측정 없이 어림잡은 값이, 오랜 반복을 거치며 사실처럼 굳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실망하긴 이릅니다. 1 대 1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경이롭습니다. 내 세포 하나마다 그에 맞먹는 미생물 하나가 함께 살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이 미생물들을 모두 모으면 무게가 약 0.2kg, 우리 뇌 무게에 견줄 만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비율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미생물의 상당수가 대장에 모여 있기 때문에, 한 번의 배변만으로도 대장 세균의 약 3분의 1이 몸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그러니 이 미생물 공동체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규모가 출렁이는, 살아 움직이는 생태계인 셈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유전자입니다. 인간의 유전자는 약 2만 개입니다.
 
그런데 장내 미생물이 지닌 유전자는 그 100배가 넘습니다. 2010년 대규모 국제 연구(MetaHIT)는 장내 미생물 유전자 목록을 약 330만 개로 정리했는데, 이는 인간 게놈의 약 150배에 이르는 숫자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제2의 게놈'이라 부릅니다. 우리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일을, 이 방대한 미생물 유전자들이 함께 수행하고 있는 것이죠.
 
종의 다양성도 대단합니다. 건강한 사람의 몸에는 약 1,000종의 미생물이 살아갑니다. 하나의 열대우림에 비할 만한 생태계가, 지금 우리 한 사람의 몸 안에 존재하는 셈입니다.
 

미생물은 우리 몸, 어디에 살까?

몸속 미생물 지도
 
그렇다면 이 미생물들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요? 압도적 다수는 대장에 모여 있습니다. 우리 몸 미생물의 대부분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죠.
 
하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은 장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입안, 피부, 코, 생식기 등 몸의 여러 부위에는 저마다 다른 미생물 생태계가 자리합니다.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는 무려 15~18개 신체 부위에서 시료를 수집해 이 지도를 그렸습니다.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흥미로운 점은 각 부위가 완전히 다른 '기후'를 가진 서식지라는 점입니다. 축축하고 산소가 적은 장, 건조하고 서늘한 피부, 침이 흐르고 산소가 풍부한 입안은 각각 전혀 다른 환경입니다. 그래서 그곳에 사는 미생물의 구성도 서로 판이하게 다릅니다. 사막과 열대우림, 갯벌에 사는 생물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 같은 몸이라도 손등의 미생물 지도와 손바닥의 미생물 지도가 서로 다를 정도로, 마이크로바이옴은 부위마다 고유한 생태계를 이룹니다.
 
이 다양한 서식지 가운데 건강 이야기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곳이 바로 ‘장‘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의 무대도 대부분 이 장 속 생태계입니다.
 

장 속에서 무엇을 하는가?

'잊혀진 장기'의 일
 
여기까지 왔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를 겁니다.
 
"그래서 이 미생물들이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까?"
 

첫째, 소화와 대사를 돕습니다.

 
우리가 미처 소화하지 못하는 식이섬유를, 장내 미생물은 발효시켜 단쇄지방산(SCFA)이라는 물질로 바꿉니다. 채소와 통곡물에 든 섬유질은 사실 우리 소화효소만으로는 분해되지 않습니다. 이 '소화되지 않는 음식'을 미생물이 넘겨받아 우리에게 이로운 물질로 되돌려주는 것이죠.
 
이 단쇄지방산 중 하나인 부티르산(butyrate)은 놀랍게도 대장 세포의 핵심 에너지원입니다. 우리 장 세포의 일부는 미생물이 만들어준 연료로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둘째, 면역을 훈련시킵니다.

 
단쇄지방산은 장벽의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점막 면역과 전신 면역을 세밀하게 조율합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은 이 미생물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무엇을 공격하고 무엇을 내버려 둘지 배웁니다. 미생물이라는 훌륭한 '교관' 없이는 면역이 제대로 훈련받기 어렵습니다.
 

셋째, 그 영향력은 장을 넘어섭니다.

 
미생물이 만든 단쇄지방산은 혈류를 타고 뇌, 지방조직, 간 같은 먼 장기에까지 도달해 작용합니다. 장에서 벌어진 일이 온몸에 파장을 일으키는 것.
 

넷째, 미생물은 영양소를 직접 만들어냅니다.

 
놀랍게도 장내 미생물은 우리 몸에 필요한 여러 비타민을 스스로 합성합니다. 한 유전체 분석 연구는 사람의 장에 흔한 세균 256종을 조사해, 8가지 B군 비타민 각각을 이들 중 40~65%가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혈액 응고와 뼈 건강에 중요한 비타민 K도 장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물론 이 미생물표(表) 비타민이 식사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우리 영양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섯째, 가장 신비로운 대목은,

 
미생물은 뇌와도 대화합니다.
 
최근 연구들은 미생물과 뇌가 면역계, 트립토판 대사, 미주신경, 장신경계라는 여러 경로를 통해 양방향으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단쇄지방산 같은 미생물 대사산물이 이 대화의 전령 역할을 하죠. 우리가 '장-뇌 축', 더 정확히는 '미생물-장-뇌 축'이라 부르는 연결입니다. 장이 편안해야 마음도 편안하다는 오래된 직관이, 이제 과학의 언어로 설명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 관련 글 : 인체의 복잡한 네트워크 '장-뇌 축’
 
이쯤 되면 왜 과학자들이 마이크로바이옴을 하나의 '장기(器官)'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됩니다. 심장이 혈액을 돌리고 간이 해독을 하듯, 이 미생물 공동체도 소화·면역·대사·신경 조절이라는 고유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 오래 간과되었을 뿐, 실은 우리 몸의 '잊혀진 장기'였던 셈입니다.
 

왜 사람마다 다른가?

지문처럼 고유한 생태계
 
흥미로운 건, 이 마이크로바이옴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지문처럼 ‘고유하게’ 다르죠.
 
개인마다 고유한 미생물군집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
개인마다 고유한 미생물군집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
 
그렇다면 차이는 어디서 나는 걸까요?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자연분만인지 제왕절개인지, 모유를 먹었는지, 자라며 항생제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무엇을 먹고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 이 모든 초기 경험이 저마다의 미생물 지형을 빚어냅니다. 갓 태어난 아기의 장은 비교적 단순한 미생물 구성에서 출발해, 이유식을 거치고 다양한 음식을 접하면서 점차 성인의 복잡하고 안정된 생태계로 성숙해 갑니다.
 
얼마나 개인적이냐면, 유전자를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조차 미생물 구성은 그리 비슷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타고난 유전보다 '살아온 환경'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반가운 반대 함의가 숨어 있습니다. 유전자는 바꿀 수 없지만, 환경은 바꿀 수 있다는 건데요. 즉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가꿀 수 있는 장기'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이 무너질 때

= ‘디스바이오시스’ 이해하기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의 핵심은 '다양성'과 '균형'입니다. 다양한 미생물이 서로 견제하며 조화를 이룰 때, 이 생태계는 안정적으로 우리를 돕습니다. 이런 공생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의 토대입니다.
 
문제는 이 균형이 무너질 때 생깁니다.
 
다양성이 줄고 특정 유해균이 우세해지는 상태를 디스바이오시스(dysbiosis, 미생물 불균형)라고 부릅니다. 무엇이 이런 불균형 상태를 만드는 걸까요?
 
정제당과 가공식품 위주의 식사, 만성적인 스트레스, 항생제의 잦은 사용, 수면 부족 같은 요인들이 서서히 생태계의 다양성을 갉아먹습니다. 균형이 깨지면 장벽이 약해지고, 원래는 새어 나오지 말아야 할 염증 물질이 혈류로 넘어가며, 그 여파가 소화기를 넘어 면역·대사·신경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능의학의 관점이 빛을 발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증상 하나만 쫓는 대신, 그 밑에 깔린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소화가 불편한 것도, 피부가 자주 뒤집어지는 것도, 이유 없이 피로한 것도, 그 뿌리를 따라가면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과 만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정밀하게 분석하면 어떤 균이 부족하고 어떤 균이 과도한지, 생태계가 어디서부터 무너졌는지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검사 데이터가 오래 쌓일수록, 개인의 생태계에 맞는 회복의 방향을 찾는 일도 더욱 정교해집니다.
 
각 분야 전문의들이 모여 협진 구조로 운영되는 하이맵의원
각 분야 전문의들이 모여 협진 구조로 운영되는 하이맵의원
 

타고나는 동시에 가꾸는 장기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에게 두 가지 얼굴을 보여줍니다. 하나는 태어날 때 상당 부분 결정되는, 나만의 고유한 유산이라는 면. 다른 하나는 매일의 식사와 생활로 조금씩 바꿔갈 수 있는, 살아있는 정원이라는 면입니다.
 
수십조의 보이지 않는 동반자는 지금도 우리 몸속에서 부지런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이해하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마이크로바이옴은 아직 활발히 연구가 진행 중인 영역이며, 그 양상과 반응은 개인마다 차이가 큽니다. 건강에 뚜렷한 신호가 느껴진다면 자가 판단보다 전문의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이 나만의 ‘미생물 정원’을 일상에서 어떻게 가꿀 수 있는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잘 알려지지 않은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 중간균의 진실‘을 이어서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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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이란 무엇인가?숫자로 보는 경이로움미생물은 우리 몸, 어디에 살까?장 속에서 무엇을 하는가?왜 사람마다 다른가?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이 무너질 때타고나는 동시에 가꾸는 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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