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vs 우울증, 무슨 차이? 쉽게 이해하기

많은 분들이 "공황장애와 우울증은 완전히 다른 병 아닌가요?"라고 물으십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이 두 질환을 바라보면,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증상은 다르지만, 그 뿌리는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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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02, 2025
공황장애 vs 우울증, 무슨 차이? 쉽게 이해하기
많은 분들이 "공황장애와 우울증은 완전히 다른 병 아닌가요?"라고 물으십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갑작스러운 심장 두근거림과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찾게 만드는 공황장애, 그리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함이 지속되는 우울증. 증상만 보면 전혀 다른 질환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이 두 질환을 바라보면,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증상은 다르지만, 그 뿌리는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오늘은 공황장애와 우울증의 차이점을 명확히 정리하면서, 동시에 왜 이 두 질환이 함께 오는지, 그리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증상으로 보는 둘의 차이

 
먼저 두 질환의 가장 눈에 띄는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1. 공황장애 = 갑작스러운 폭풍

 
공황장애의 핵심은 '공황발작'입니다. 아무런 예고 없이, 때로는 편안히 쉬고 있을 때조차 갑자기 찾아옵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고, 손발이 저리며,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라는 극심한 공포가 밀려옵니다.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진단기준(DSM-5)에 따르면, 이러한 증상은 대개 10분 이내에 최고조에 도달했다가 수분 내에 사라집니다. 마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발작이 끝나면 신체적으로는 평온해집니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 발작이 오면 어쩌지?"라는 예기불안이 시작됩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사람 많은 곳처럼 발작이 일어났던 상황이나 장소를 피하게 됩니다. 이것이 공황장애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발작 자체는 짧지만, 그로 인한 불안과 회피는 일상 전체를 잠식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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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울증 = 끝나지 않는 안개

 
우울증은 공황장애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다가옵니다. 급성 발작이 아니라, 서서히 스며드는 안개와 같습니다. DSM-5 진단기준에 따르면, 우울한 기분이나 흥미 상실이 거의 매일, 2주 이상 지속되어야 주요우울장애로 진단됩니다.
 
한때 즐거웠던 일들이 더 이상 기쁘지 않습니다. 친구를 만나도, 좋아하던 취미를 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를 '무쾌감증(Anhedonia)'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집중력 저하, 자책감, 무가치감, 부정적인 미래 예측이 더해집니다. 피로감은 쉬어도 나아지지 않고, 수면과 식욕에도 변화가 옵니다.
 
공황장애가 자율신경계의 급성 폭발이라면, 우울증은 기분과 동기 시스템의 만성적인 저하입니다. 한쪽은 너무 격렬하고, 한쪽은 너무 고요하죠. 그래서 두 질환은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다른 증상, 하지만 ‘겹치는 뿌리’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떠오르실 겁니다. 증상이 이토록 다른데, 왜 같은 사람에게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을까? 그 답은 뇌와 신체의 조절 시스템에 있습니다.
 

공통 1. HPA 축의 조절 이상

 
우리 몸에는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핵심 시스템이 있습니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줄여서 HPA 축이라고 부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스트레스가 지나가면 시스템도 안정화됩니다.
 
그런데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이 시스템의 조절 기능이 망가집니다. 코르티솔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거나, 분비 리듬이 교란된는 것. 2020년 Frontiers in Psychiatr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HPA 축 조절 이상이 공황장애와 우울증 모두에서 관찰됩니다. 과잉 분비된 코르티솔은 해마와 전전두엽 같은 뇌 영역에 손상을 주고, 이는 곧 기분 조절 장애로 이어집니다.
 

공통 2.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두 질환 모두 세로토닌 시스템의 이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가 공황장애와 우울증 치료에 모두 1차 약물로 사용됩니다. 같은 약이 두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것 자체가, 공유하는 생물학적 기반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차이도 있습니다. 공황장애에서는 GABA(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활성 저하와 노르에피네프린의 과활성이 두드러집니다. 편도체와 뇌간 회로가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갑작스러운 공포 반응을 일으킵니다. 반면 우울증에서는 도파민 보상회로의 기능 저하가 더 부각됩니다. 즐거움을 느끼는 시스템 자체가 둔화되어 있는 것입니다.
 
쉽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공황장애는 경보 시스템이 너무 예민해진 상태이고, 우울증은 보상 시스템이 꺼져버린 상태입니다. 둘 다 뇌의 조절 시스템 문제이지만, 어디가 더 망가졌느냐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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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열쇠, ‘장-뇌-호르몬 축’

 
기존 정신의학이 주로 뇌에 집중했다면, 기능의학은 시야를 더 넓힙니다. 뇌는 고립된 기관이 아닙니다. 장, 호르몬, 면역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check 1. 장-뇌 축(Gut-Brain Axis)

 
놀라운 사실은 우리 몸의 세로토닌 중 약 90%가 뇌가 아닌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장과 뇌는 미주신경을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습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은 이를 "장은 제2의 뇌"라고 표현했죠.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이를 '장내 세균 불균형', dysbiosis라고 합니다), 장벽이 손상되고 염증 물질이 혈류로 유입됩니다. 이 염증 반응은 결국 뇌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분석한 연구에서, 건강한 사람과 비교하여 특정 유익균이 현저히 감소해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버드 의과대학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이 불편해지고, 장이 불편하면 불안과 우울이 심해진다고 설명합니다. 이 양방향 소통 때문에, 장 건강을 돌보지 않고서는 정신 건강을 온전히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check 2. 호르몬의 역할

 
부신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의 리듬이 교란되면, 만성 피로와 불안, 우울이 함께 옵니다. 흔히 '부신 피로'라고 불리는 상태입니다. 갑상선 호르몬의 미세한 불균형도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성호르몬의 변화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폐경기나 생리주기에 따라 공황 증상이나 우울감이 악화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기능의학에서는 이러한 장-뇌-호르몬의 연결고리를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뇌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을 함께 점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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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공황, 공존의 메커니즘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함께 오는 경로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 공황장애가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로입니다. 반복되는 공황발작은 예기불안을 낳고, 예기불안은 회피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점점 활동 반경이 줄어들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며, 결국 이차적인 우울증이 발생합니다.
 
또 발작이 올까 봐 외출을 못 하겠다는 분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우울증이 공황장애로 이어지는 경로도 있습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우울 상태는 자율신경계를 과민하게 만듭니다. 작은 자극에도 교감신경이 폭발적으로 반응하면서 공황발작이 유발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공황장애와 주요우울장애가 함께 있을 때, 불안 증상이 먼저 나타난 경우와 우울 증상이 먼저이거나 동시에 나타난 경우가 비슷한 비율로 관찰되었다고 보고합니다.
 
어느 쪽이 먼저든, 두 질환은 서로를 악화시킵니다. 공황 증상이 있으면 우울감이 더 심해지고, 우울감이 있으면 공황 증상이 더 잦아집니다. 그래서 한쪽만 치료해서는 완전한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증상이 아닌 ‘원인’을 봐야

 
이런 측면에서 기존의 치료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항우울제항불안제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해주지만, 약을 중단하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을 억제한 것이지, 그 증상을 만들어낸 근본 원인을 해결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왜 이 사람의 뇌와 몸은 이런 상태에 이르렀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서 시작해야 하죠.
 

접근 1. 통합적 평가

 
하이맵의원에서는 정량뇌파검사(QEEG)를 통해 뇌의 기능적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합니다. 고베타파가 과활성화되어 있다면 과각성 상태를, 알파파가 소실되어 있다면 휴식 능력의 저하를 의미합니다. 이 정보는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자율신경계 검사(HRV)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평가합니다. 공황장애 환자분들은 대부분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항진되어 있고, 부교감신경의 회복력이 떨어져 있습니다.
 
기능의학 검사들, 예를 들어 소변 유기산검사, 타액 코르티솔검사, 장내미생물검사 등은 장-뇌-호르몬 축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보여줍니다. 염증 수치가 높은지, 호르몬 리듬이 교란되어 있는지, 장내 세균 균형이 깨져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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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 2. 맞춤형 치료 전략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TMS 치료는 정량뇌파 결과에 따라 자극 부위와 빈도를 설정합니다. 과각성된 뇌 영역을 안정시키고, 저활성화된 영역을 활성화하여 뇌 기능의 균형을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장 기능 회복도 중요한 축입니다. 항염 식단 설계, 프로바이오틱스 처방, 장누수 회복을 위한 영양 요법이 병행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약물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몸과 뇌가 스스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진단명보다 중요한 것

 
공황장애와 우울증은 분명히 다른 질환입니다. 증상도 다르고, 진단 기준도 다릅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몸 안에서 이 두 질환이 함께 나타난다면, 우연으로만 볼 수는 없겠죠. 몸이 보내는 완연한 신호인 셈입니다.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공황장애와 우울증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가지일 수 있습니다. HPA 축의 조절 이상, 장-뇌 축의 불균형, 만성 염증, 호르몬 교란. 이러한 근본적인 불균형이 어떤 사람에게는 공황으로, 어떤 사람에게는 우울로, 또 어떤 사람에게는 둘 다로 표현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단명 자체에 매몰되지 않으려 합니다. "공황장애입니다" 혹은 "우울증입니다"라는 진단은 시작점일 뿐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이 분의 몸과 뇌가 이런 상태에 이르렀는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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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 위해서는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아래 서식을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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