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위해 약에 손을 뻗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요?
한국은 수면제 중에서도 졸피뎀 사용 비중이 매우 높고,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해 ‘졸피뎀 과다 사용 국가’로 지적된 바 있습니다. 실제로 매년 수면제가 수천만 건 처방되고, 코로나19 이후 처방량이 10년간 4배 이상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특히 가팔라졌죠.
“빨리 잠들게 해주니까 좋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수면제의 작용 원리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수면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단기와 장기에 걸쳐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진정한 의미의 수면 회복이란 무엇인지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수면제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수면제의 핵심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우리 뇌에는 흥분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가 있는데, 대부분의 수면제는 이 GABA의 작용을 강화시켜 뇌의 활동을 억제하고 진정 상태를 유도합니다. 쉽게 말해, 뇌의 '흥분 스위치'를 강제로 내리는 것입니다.
수면제는 크게 몇 가지 계열로 나뉩니다.
벤조디아제핀계(자낙스, 아티반, 할시온 등)는 GABA 수용체에 비선택적으로 결합하여 수면 유도뿐 아니라 항불안, 근육 이완 효과까지 함께 나타납니다.
비벤조디아제핀계, 흔히 'Z-drug'라 불리는 졸피뎀(스틸녹스), 루네스타 같은 약물은 수면과 관련된 특정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상대적으로 수면에 특화된 효과를 보입니다. 최근에는 각성을 유발하는 오렉신이라는 물질을 차단하는 새로운 계열의 약물(벨솜라, 데이비고)도 등장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수면제가 유도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수면'이 아니라 '진정 상태'에 가깝습니다. 약물로 의식을 억제하는 것과 우리 몸이 자연스럽게 잠드는 것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수면제의 진짜 효과 ‘무엇을 해결해 주는가?’
수면제의 단기적 효과는 분명합니다.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한밤중에 깨는 횟수가 감소하며, 전체 수면 시간이 늘어납니다. 졸피뎀의 경우 복용 후 15분 이내에 수면 작용이 시작될 정도로 효과가 빠르고, 반감기가 짧아 다음 날 아침까지 약 기운이 남아 있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급성 스트레스 상황이나 시차 적응, 일시적인 수면 장애 상황에서 단기간 사용한다면 수면제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단기'라는 조건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일부 수면 전문의들은 여러 연구 결과를 근거로, 수면제가 잠자는 시간을 늘리더라도 자연스럽게 깊은 수면 구조를 회복시키지는 못하고, 약물 수면과 자연 수면 사이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단기 부작용 = 다음 날 아침의 대가
수면제를 복용한 다음 날, 많은 분들이 경험하는 것이 있습니다. 머리가 맑지 않고 멍한 느낌, 어지러움, 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입니다. 이를 '숙취 효과(hangover effect)'라고 부르는데, 약물이 체내에서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아 발생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습니다. 수면제 복용 후 잠들기 전까지의 기억이 사라지는 '전진성 기억상실'이 나타날 수 있고, 드물지만 본인도 모르게 걸어 다니거나, 음식을 먹거나, 심지어 운전을 하는 '복합 수면 행동'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미국 FDA는 2019년 졸피뎀에 대해 "몽유병과 수면 운전을 유발할 수 있으며, 단 한 번만 발생해도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죠.
고령층에서는 균형 감각 저하로 인한 낙상 위험이 특히 문제가 됩니다. 밤중에 화장실을 가다가 넘어지거나, 아침에 일어나면서 비틀거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장기 부작용 = 약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제
수면제의 진짜 문제는 장기 복용에서 드러납니다.
내성과 의존성. 처음에는 한 알로 충분했던 약이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떨어집니다. 같은 효과를 위해 더 많은 양이 필요해지고, 어느 순간 약 없이는 잠들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신체적 의존보다 심리적 의존이 더 강하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약이 없으면 오늘 밤도 못 잘 거야"라는 불안이 그 자체로 불면증을 악화시킵니다.
반동성 불면증. 수면제를 끊으려고 할 때 원래보다 더 심한 불면증이 찾아옵니다. 악몽, 불안, 극도의 예민함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역시 약을 끊으면 안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다시 약에 손을 뻗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인지 기능 저하. 장기간 수면제를 복용한 고령층에서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특히 항히스타민 성분이 포함된 일반의약품 수면제를 오래 복용한 경우, 인지 기능 저하와의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우울증 악화. 수면제가 우울증 환자에서 자살 경향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수면제의 진정 작용이 감정 조절 능력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추적 연구에서는 수면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사람들의 사망 위험이 비복용자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으며, 기대수명이 수 년 단축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물론 이것이 수면제 자체 때문인지, 수면제를 필요로 하는 기저 건강 상태 때문인지는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장기 복용이 결코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약물 수면’과 ‘자연 수면’은 왜 다른가?
우리가 자연스럽게 잠들 때, 뇌에서는 정교한 과정이 펼쳐집니다. 얕은 수면에서 깊은 수면으로, 다시 꿈을 꾸는 REM 수면으로 이어지는 주기가 하룻밤에 4~5회 반복됩니다. 깊은 수면 단계에서는 신체가 회복되고, REM 수면에서는 기억이 정리되며 감정이 처리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다음 날 아침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수면제로 유도된 잠은 이 구조를 변형시킵니다. 깊은 수면 단계가 줄어들거나, REM 수면이 억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양적으로는 오래 잤는데 질적으로는 충분히 쉬지 못한 상태. "분명 8시간 잤는데 왜 이렇게 피곤하지?"라는 느낌이 바로 여기서 옵니다.
수면제로 잠드는 것은 어떤 면에서 '의식을 잃는 것'에 가깝습니다. 우리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진정한 수면과는 엄밀히 다르다고 말할 수 있죠.
수면제 없이 회복 만드는 관점
"왜 잠이 오지 않는가?"
기능의학은 이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불면증을 단순히 '잠이 안 오는 증상'으로 보지 않고, 우리 몸의 여러 시스템이 보내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1.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고 부교감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몸은 늘 '경계 태세'에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눕고 눈을 감아도 뇌가 쉬지 못합니다. 심박변이도(HRV) 검사를 통해 이런 불균형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뇌파의 과각성 상태
정량뇌파(qEEG) 검사에서 고베타파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패턴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뇌가 마치 늘 '고속 회전' 상태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걱정이 멈추지 않고, 밤이 되어도 머릿속이 시끄럽습니다.
3. 호르몬 리듬의 교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원래 아침에 높고 밤에 낮아야 합니다. 그러나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이 리듬이 뒤집어지거나 무너집니다. 밤에도 코르티솔이 높으면 당연히 잠들기 어렵습니다.

4. 장-뇌 연결축의 문제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전구체인 세로토닌은 놀랍게도 90% 이상이 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장내 미생물 환경이 무너지면 세로토닌 합성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수면에까지 연결됩니다.
5. 영양소 결핍
마그네슘은 신경을 이완시키는 데 필수적인 미네랄입니다. 아연, 비타민 B군, 비타민 D의 결핍도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칩니다.
임상에서 실제로 만나는 불면증 환자분들 중 상당수가 이런 복합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면제는 사실상 이 모든 원인을 그대로 둔 채 증상만 억누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약효가 떨어지면 원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불면증은 다시 고개를 듭니다.
수면제 없는 불면증 치료법
다행히 불면증에는 수면제 외에도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CBT-I)
미국 수면의학회는 만성 불면증의 1차 치료로 약물이 아닌 인지행동치료를 권고합니다. 수면 제한, 자극 조절, 인지 재구성 등의 기법을 통해 잠에 대한 잘못된 습관과 생각을 교정합니다.
여러 연구에서 CBT-I는 수면제와 동등한 단기 효과를 보이면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우월한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무엇보다 부작용이 없고, 치료가 끝난 후에도 효과가 지속됩니다.

비약물적 뇌 치료 (T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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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 교정
규칙적인 수면 시간, 침실 환경 개선, 카페인과 알코올 제한, 저녁 시간의 블루라이트 노출 줄이기 같은 기본적인 수면 위생만 잘 지켜도 수면의 질은 상당히 개선됩니다.
영양 지원
마그네슘, 글리신, L-테아닌 같은 영양소는 자연스러운 수면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불면증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기저 원인을 함께 다룰 때 보조적인 역할을 합니다.
진정한 수면 회복을 향하여
수면제는 불면증의 '치료제'가 아닙니다. 증상을 일시적으로 덮어두는 '마취제'에 가깝습니다. 급한 불을 끄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불이 난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수면제가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급성 불면증이 일상을 마비시킬 때, 단기간의 약물 도움은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단기'여야 합니다. 대부분의 수면제 제조사도 28일 이상의 장기 복용을 권하지 않습니다.
불면증이 3주 이상 지속된다면, 근본 원인을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왜 내 몸이 스스로 잠들지 못하는지, 어떤 시스템이 균형을 잃었는지, 무엇이 회복되어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하이맵의원은 22년간 7만 건 이상의 기능의학 검사를 통해 수많은 불면증 환자분들의 숨겨진 원인을 찾아왔습니다. 약으로 눌러 재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잠들 수 있는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수면 치료입니다.
오늘 밤, 약 없이 잠들 수 있는 날을 위해. 첫걸음은 '왜 잠들지 못하는가'를 묻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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